어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목동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강의를 직접 하는 친구이기에 밤10시라는 시간은 좀 이르다고 느꼈다.
물어보니까 병원에서 '류머티스'진단을 받아서 약을 먹고 있었는데 그 약에 항암제 성분이 들어 있어서 머리카락이 자꾸 빠진다고 한다.
그래서 한방 병원에서 벌침 요법으로 대신한다고...
몸도 힘들고 쉬어야 한대서 요즘은 강의를 많이 못하고 일찍(?) 들어와 쉰다고 한다.
그 친구와는 중학교적부터 단짝 친구였다.
내가 살던 곳은 개봉동.
엄마의 교육열 때문에 6학년 2학기때에는 주소를 옮겨가면서까지(ㅋ~지금의 위장 전입) 신촌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고 그 덕에 종로 한 복판의 5대 극성 덕성 여중으로 배정을 받았다.
당연히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가 없겠지 했는데,그 친구를 만난것이다.
그 후 중학교 3년동안 하루같이 붙어 다녔고,무에 그리 할 얘기가 많았는지,아님 가고 싶어도 갈 데가 없었는지 전철이 개통되면서부터는 전철표 한장으로 인천에서 청량리,성북,수원까지...
온 방학 기간을 전철안에서 주린 배도 아랑곳 않고 다 보내곤 했다.
고등학교가 멀어지면 어떻게 하나 했더니 둘다 갈현동쪽 선일,예일을 배정 받았다.
그 사이 우리 집은 부천으로 이사를 했고, 그 친구는 디스크에 걸려 1년 휴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시절은 그 친구에게나 나에게나 격변의 시기였던 만큼 예전처럼 자주 만날 수는 없어도 마음속엔 언제나 '가장'이라는 단어가 꼭 붙는 존재였다.
가장 친한 친구.
나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친구.
가장 위로가 되는 친구.
가장 변치 않을 최고의 친구.
가장 보고 싶은 친구...
대학을 가서는 1년 늦게 입학한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성대에 있는 친구따라 곧잘 그 학교 도서관에 자릴 잡고 공부(?)를 했었는데 우연히 그 친구가 그 학교에 온것을 알게 되었다.
디스크로 힘들었을텐데도 이 악물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상당히 똑똑한 친구였고 언론사에 계셨던 아버지,운동권이었던 오빠등 여러가지 이유로 사회를 보는 눈이 나와는 달랐지만 우리는 잘 통하는 친구였다.
사회에 나와 각자 다른 길을 걷다가 만나더라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친구.
결혼 후 몇년간 미국에 공부하러 다녀 온 친구는 여전히 약한 몸에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강한 친구인데 ,우리는 어제 그런 이야기들을 했다.
우리가 부모님 말씀대로 결혼을 했으면 이렇게 살진 않을텐데...
우리도 나이가 드는가 봐. 우린 40대가 없을 줄 알았어.
우리 아이들은 부모 말 들었으면 좋겠다...
언제 시간 내서 한번 만나자고 했다.
그 약속이 어렵다는 것은 그 친구도 알고 나도 안다.
그래도 늘 그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그 언제가 다음 주가 될지,한 달 후가 될지,아님 몇 년이 될수도 있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단발 머리 중학생으로 살고 있다.
친구야,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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