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도 이제 40대 후반이다.
2살 차가 나는 오빠와 3살 차가 나는 남동생 사이에 끼인 나는 마치 박쥐마냥 내가 편한쪽으로 붙어 살곤 했다.
어쩐 일인지 오빠와 동생은 그리 친하진 않았던것 같다.-마음은 서로 알았겠지만...
지난 주말은 동생 집들이에,친정 엄니 생신에 모처럼 식구들이 다 모였다.
자랄때는 국가 시책이 셋이었기에 우린 삼남매면 족한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이만큼 커서 각자 둘씩 낳고 모여보니 너무 단촐하다.
7남매인 울 시댁을 보면 애들(? 그중엔 이미 30을 바라보는 큰 조카도 있응께...)만 16명인데,
친정은 애어른 다 합쳐봐야 11명...
늘 그럴때면 오빠네 부부보다도 내가 마음이 짠해지곤 한다.
어릴 적부터 동생은 결혼해서 딸을 낳고 싶다고 했었다.
오빠는 아들을 낳아서 태권도도 같이 하고, 목욕탕도 같이 다니고,,,아들과 하고 싶었던게 유난히 많았던것 같다.
동생과 나는 딸,아들 남매인데 정작 오빠는 딸딸이 아빠이다.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자파 때문에 아들 낳기다 힘들다고.
아마도 여자가 남자보다 억수로 강하긴 한가 보다고.
회사에서도 모두들 딸만 낳고 딱 한사람이 기적적으로 아들을 낳아서 잔치 했다고.
허허실실 웃으며 얘기하던 오빠.
오빠는 장남에 장손이다.
부모님께서는 요즘엔 딸아들이 무에 그리 대수냐고 하시지만 친정은 제사도 모시고 선산도 있기에 그 속은 좀 서운하실게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들을 낳으려고 무던히 노력한 사람이 바로 울 올케 언니 아니던가?
체질도 바꿔 보고 ,약도 먹어 보고,할 수 있는 모든것은 해 봤을터인데...
내가 별 생각 없이 둘째를 갖고 상혁이를 낳았을 때 울 친정 엄니는 오빠나 언니 얼굴 보기가 미안해서 소식도 안 전하셨단다.
오빠의 큰 딸은 중학교 올라 가더니 전교 1,2등을 해서 아들 못지 않은 희망을 키우고 있다.
둘째 딸은 오빠의 바람대로 태권도도 좋아하고 말 없는 가운데 행동형이라 역시 오빠와 잘 맞는 것 같다.
언젠가 오빠 차를 타고 내리신 엄니가
'아휴~,어찌나 끔찍하게 생각하는지 운전하다가도 손을 뒤로 뻗어서는 지혜 손을 꼭 잡아 주더라.'
둘째가 태중에 있을 때 노는 형국이 영낙 없는 아들이라 오빠는 내심 기대를 했었다.
그러면서 언니가 출산할 때 옆에 있다가 신생아의 오줌을 받아 마실거라고...
회사의 누가 그러는데 그 깨끗함의 정수인 신생아 오줌이 그렇게 맛있다나?몸에 좋다나?
그런데 딸인 바람에 못 마셨다고.ㅋㅋㅋ
그렇게 너스레를 떨면서 우리를 웃기던 오빠가 벌써 40대 후반이다.
지난 봄엔 모처럼 지혜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청계천에 다녀 왔단다.
부녀 단 둘이.
들으시는 부모님의 눈가에도 빙그레 웃음기가 돌고 ...
유난히 울 상혁이를 이뻐하고 장난을 잘 쳐서 늘 큰 외삼촌만 따라붙는 상혁이도 씨름을 하자며 덤벼든다.
그 모습을 보는 울 언니의 얼굴도 편안하게 보인다.
......세월이 흐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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