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에서 샹뻬의 그림을 보았었다.
처음엔 '꼬마 니꼴라'라는 어린이 책의 삽화를 그렸던 그가 이런 - 특히나 우울하고 기이한 은둔자인 쥐스킨트의 - 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지팡이를 짚고 검은 외투를 날리며 걸어가고 있는 좀머씨의 모습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았다.
바쁘게 잰 걸음을 옮기는 좀머씨의 모습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냈던 샹뻬의 다른 책들은 활자가 많지 않아도 어른들의 눈을 충분히 사로잡고도 남는 여운이 있어서 그의 책을 여러권 보았다.
공동꼴찌는 그의 파트너인 르네 고시니와의 작품으로 1959년부터 1965년 사이에 발표되었으나 출판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다시 묶어 이번에 빛을 보게된 것이라 한다.
샹뻬는 현재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나 고시니는 이미 고인이 되었기에 우리의 악동 니꼴라는 성장을 멈추고 영원히 꼬마로 남을 것이다.
세대가 바뀌어도 사는 곳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도 니꼴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우리의 어릴 적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역시 니꼴라는 늘 바쁜 모습이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 있는 그림에서도 그의 눈동자는 또랑또랑, 금방이라도 고개를 훽 돌려 나와 눈을 맞출 것 같고 가만히 앉아있자니 몸이 근지러워서 견딜 수 없는 딱 고만한 어린 아이를 보여 준다.
학교 다닐 때 말썽꾸러기였던 르네 고시니와 공부에 흥미가 없었던 장 자크 샹뻬의 분신이나 다름 없는 니꼴라는 그 작은 책속에서 부지런하게 종횡무진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더구나 이웃의 블레뒤르 아저씨와 티격태격하는 니꼴라의 아버지는 완벽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런 니꼴라의 엄마나 아버지는 바로 지금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어서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우리 아이들도 읽고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도 읽고 내가 니꼴라의 할머니 '메메'의 나이가 되어 손주들과 니꼴라 얘기를 하게 되면 아마도 녀석들이 깜짝 놀랄 것이다.
고리타분한 할머니가 천하의 개구쟁이 니꼴라를 어찌 알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 할 손주들에게 니꼴라의 나이가 할머니보다 많다는 사실을 말해 주면 어떤 얼굴이 될까?
미래의 독자들을 상상하며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나이가 50이 다 되어가는 꼬마 니꼴라는 지금도 무릎이 까져 가면서도 학교 운동장을 누비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