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살 만지기(companion )

마로니에에서 노니다가...

hohoyaa 2006. 11. 23. 00:21

"엄마는 아빠 어디가 좋아서 결혼 했어?"

"연극 공짜로 보려고..."

"정말???"

 

정말이다.

중학교때 처음 세종문화회관에서 '물도리동'이라는 연극을 본 이후로 나는 할수만 있다면 연극판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어서 학교앞에서 나눠 주는 공짜표로 중앙대에서'유리 동물원'을 보고 긴 계단을 내려오며 내가 연극을 정말 제대로 알고는 있는것인지 생각해 봤고,때 마침 대학로 문예회관에 중학교 친구가 있어서 거의 날마다 드나 들었다.

그러면서 숱하게 공짜 연극을 보았다.

그때만해도 마로니에 공원은 참 운치 있는 곳이었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연극이 끝난 후 나와 보면 어느새 하얗게 내린 눈을 소복소복 밟으면서 집으로 가는 길은 끝나지 않을것 같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동숭동 좁은 골목길에서 옹기종기 우산 밑으로 퍼지는 따뜻함이란...

 

나는 누가 생겼다 하면 항상 대학로로 갔다.

미팅한 남자애가 마음에 안 들면 대학로에 갔다.

그 곳에는 내 친구가 있었고,내가 좋아하는 연극을 보면서 그 애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어쩌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대학로로 갔다.

그 곳에 가면 나의 진면목을 말 해줄 친구가 있었고,내가 좋아하는 연극이니까 그도 함께 좋아 해 주길 바랬다.

그래서 문예회관의 직원들은 내가 앞으로 함께 다닐 사람을 늘 1착으로 감상하고 품평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내 생각이지만...

 

그러다가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내게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앞으로 나는 영영 연극은 못 보는거야?'

친구는 내게 대타를 소개 시켜 주었다.

사실 그전부터도 나는 연극 배우가 너무 멋지게 보여서 만나고 싶어 했는데 그 때마다 친구가 중간에 딱 잘라서 소원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런던 친구가 어떤 연극배우를 소개 시켜 준것이다.

친구 말로는 자기가 만나 본 배우중에 가장 괜찮다나???

 

처음 소개 받으면서도 그 말을 했던것 같다.

연극을 많이 보여 줄 수 있느냐고.

만나지 마자 첫날부터 그는 내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

'강산에 콘서트'에 들여 보내 주는 것으로...

초대 손님으로는 박상민이 나왔었는데 우연히도 일 년 후 신혼 여행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만났었다.

 

그래서 계속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남의 연극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연극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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