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시는 날.
아버지는 늘 비가 '오신다'고 하셨다.
농사 짓는 농군도 아닌 아버지가 '비가 오시는구나.' 하면
그냥 비가 내린다거나 온다고 하시지,왜 굳이 경어를 쓰시는지 어릴땐 몰랐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리는것 같다.
작물에 좋은 비니까 내리신다고 해야겠는데,
늘 주말에나 울 용띠 도련님 소풍날에 오니까 그냥 내린다고 해야겠다.
어제도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괜히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서 무언가를 해야 할것만 같았다.
그래서 미완성으로 구석에 쳐 박아 두었던 뜨갯거리를 찾아 내었다.
시작할때와는 다르게 마무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풀어 낸 뒤 손에서 놓았던 것이다.
날이라도 맑았다면 좀더 발랄한 분위기가 될 터인데,비가 오는 날 붙잡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가라 앉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끄~ㅇ...
애초에 간편한 숄로 만들려다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도 절약할 겸 캔디 볼레로로 선회.
그러다 보니 허벌레한 손목이 너무 바보같아 보이니 알뜰하게 마감을 하려면 대바늘이 좋겠다고 생각되어져 대바늘로 프릴을 만들어 보았다.
너무 투박하다.
다시 코바늘로 프릴을 해 봤는데 훨씬 좋아 보인다.
손목 프릴을 하나에게 보여줬더니 이쁘다고 해서 아예 칼라며 단까지 같은 식으로 돌려 주었다.
문제는 내가 저런 프릴 달린 옷을 안 입는다는 것에 있다.
얼굴이 둥근 편인 나는 항상 직선으로 심플하고 날카로은 라인을 즐겨 입기에...
올해 트렌드가 프릴인지 tv 의 연예인들이 많이 입고 나오기도 하고
딱히 요거다싶은 마무리가 생각나지 않아 했는데 외형은 그럴듯 하네?
자꾸 들여다 보고 최면을 걸고 있다.
입을 수 있다. 입으리라. 입어야 한다.
아무래도 근사한 원피스가 있어야 할려나?
작년에 떠서 입었던 원피스와 같은 셋트로 하기엔 좀 버거울까?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낸것이 요것.
앞에서 뽀글뽀글 피어나는 프릴이 싫어 처음 의도했던것처럼 숄로 해 봤더니 딱!이다.
겨울용 모사로 저리 했으면 목도리도 되겄다~.
이게 뒷모습.
뒷모습이 이뻐야 미인이라니,이 숄이야말로 뒷 모습이 근사한걸?
칼라 부분 프릴을 경사 뜨기로 해서 한층 엎그레이드한 숄이 되었다.
훔.
월요일도 날씨가 서늘하면 한번 떨쳐 입고 나서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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