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부활절

hohoyaa 2006. 4. 24. 10:35

상혁이는 언제나 장난을 한다.

유치원에서 돌아와 벨을 누르고는 문 뒤나,아님 비상 계단으로 숨는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속는 척 당황한 척을 하면 그 때'쨔~잔'.

 

그러면서 늘 그날 만든 것들을 내 눈앞에 흔들어 보인다.

"엄마,이게 뭔지 알어?"

"아~니?" --절대 알면 안된다.

"엄마,이게 그냥 가방같지?근데 아니야.어미 닭이야.엄마 몰랐지?"

"응.ㅡㅡ;"

"엄마 부활절이 무슨 날인지 알어?"

"엄마,사람이 죽으면 그냥 끝인 줄 알지?근데 그게 아니야."

"엄마,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그냥 돌아가신줄 알지? 근데 그게 아니야."

이런 투의 말들이 끊임 없이 쏟아진다.

일일이 다 응대를 해 줘야지 무시하면 끝까지 물어본다.

 

그 날도 만들어온 어미 닭 가방에서 계란을 꺼내 보여 줬는데,아뿔싸!

차안에서 눌리는 바람에 계란에 금이 갔나보다.

어느것은 완전히 깨져 버렸다.

상혁이는 갑자기 울음보를 터뜨렷다.

"엉-엉-...어떻게 해."

"괜찮아. 그냥 깨진건데 뭘 그래?"

"엉-엉-...이 계란 병아리 될거란 말이야.근데 깨져 버렸어.어떻게 해.불쌍해서 어떻게 해."

"...삶은 계란은 병아리 안 되는걸? 울지말고 ..."

"아니야, 아니야, 병아리 된단 말야.근데 깨져서 어떻게 해."

 

 

 

 

달래도 안 듣더니 계속 킹킹대면서 계란을 까 먹는다.

그러면 그렇지.

언제 울었냐는 듯 맛나게도 먹는다.볼이 미어지도록...

먹으면서 불쌍해.불쌍해.

뭐야 이거...진짜 불쌍하긴 한거여??

 

 

 

 

"상혁아.이젠 괜찮지?'

"응. 여기 한개는 어미닭이 품고 있어."

"어휴! 병아리 안 된다니까?"

"왜애? 이렇게 솜도 같이 넣어서 따뜻하게 해 주면 된다고.엄마는 그것두 몰랐지?

 나, 병아리 나올때까지 보고 있을거야."

"에휴....."

"어? 엄마. 엄마. 어떻게 해.또 깨졌어."

녀석.따뜻하게 품어 준다고 가방을 안고 몸살을 하더니만 남은 한개마저 깨졌나 보네.

"어떻게 하냐? 상혁아.병아리 안 되겠다."

흥-흥-

아까보단 충격이 덜 한가보다.

그냥 약간 훌쩍이면서 고것마저 까 먹는다.

 

도대체가 불쌍하다더니 입속으로 잘도 들어가네...

전에 샤브샤브 해 먹을 때에도 "새우가 불쌍해. 새우가 불쌍해." 하면서 잘도 집어 먹더니만...

뭐야 ~~~~!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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