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종로길을 걸어보자.

hohoyaa 2012. 3. 11. 21:18

광화문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오면서 종로5가까지 걸어갔다.

몇해전에도 남편에게 역류성식도염이란 진단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위내시경을 하다보니 역시나이다.

바람도 살랑살랑~ 오가는 사람 구경도 하면서 약도 살겸 둘이서 걸었다.

종각을 지나고 종로2가를 지나 종로3가를 지나니 할아버지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젊은이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전엔 단성사,피카디리,서울극장 좀더 멀리 가자면 명보극장까지 가세해 일단 나오면 영화 한편을 볼 수 있었기에 늘 젊은이들로 북적댔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복합관이라 지어놓은 서울극장과 피카디리가 왜그리 옹색하게 끼어있는지.

젊은 친구들의 발길이 뜸해진 이유를 알 것 같다.

종로3가에서 시작된 노인들의 행렬은 종로 5가까지도 계속되고 몇몇분들은 좌판을 벌이고 서서 입던 옷이며 신발, 중고 핸드폰등 신변잡기를 내다 팔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내 볼을 간지럽히던 기분좋은 훈풍이 종로 3가를 들어서면서부터 왠지 모를 쓸쓸함으로 코끝을 자극했다.

거리에 늘어선 귀금속 도매상의 그 휘황한 광채도 노인들의 스산함을 어쩌지 못했다.

길어지는 그림자를 피해 광장시장으로 들어섰다.

가판대에 쌓여있는 먹을거리들이 그나마 마음을 좀 녹여주는 듯 하다.

 

 

 

종로5가 ~~약국이라는 라디오 선전을 들은지가 언제런가!

그 많은 약국중에 어느 곳엘 들어가야할지 몰라 가까운 곳에 들어가 약을 샀다.

그리고 우리 어릴 적 엄마따라 재재시장 다니던 기억을 좇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석쇠등 몇가지를 샀다.

더사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장바구니를 준비하지 않아 들고오기 쉬운 것으로 샀다.

오징어나 쥐포를 구워먹으려고 산 것인데 집에 오니 오징어도 쥐포도 없다.ㅎㅎ

아쉬운대로 뱅어포나 구어야겠다.

 

 

3가에서 어느 할아버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 내가 이나이 먹어서 손녀딸 팔짱끼고 이길을 걸을 줄 누가 알았겠냐?"

자랑스러워 가슴을 쑥 내밀고 보무도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는 할아버지 옆에는 이미 숙녀가된 손녀딸의 웃는 얼굴이 있더라.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의 고향 인사동을 걸어보고 싶었건만,

영화를 좋아하셨으니 헐리우드 실버 영화관에 모시고 가려했건만,

다음에 다음에 미루다가 못이룰 소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