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서핑을 하다가 상혁이가 읽고싶어하던 책이 마침 50%할인 가격에 팔리고 있기에 얼른 샀다.
요즘 아이들 책이 너무 만화위주로 나오는 것 같아 글책을 읽히고 싶지만 겉장으로는 만화인지 글책인지
잘 구분이 안가는 통에 발등을 찍기도 하지만 who?시리즈같은 책은 만화인 것을 알면서도 사주게 된다.
그나마 내일 도착할 오바마는 청소년도서로 만화가 아니라 엄마로서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만화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고 책이라면 만화책도 곧잘 사주는 나이지만 만화를 많이 보아서인지
어느때부터인가 아이의 어투가 불분명하고 정체모를 외계어가 늘어가니 점차로 만화에서 손을 떼라고 말하고 있다.
'히카루의 바둑'에서부터 '완득이'까지 일단 심심하면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 어느 때에는 누나가 읽고있는 책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여고생누나가 재미있다하면 자기도 재미있게 읽으려고 책을 펼쳐보기도 하는 녀석이다.
상혁이의 책을 사면서 나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산 스티브 잡스.
갖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엄두가 안나는 두께와 무게.
공교롭게도 우리 책부족이 읽고있는 세계문학시리즈가 나온 민음사의 작품이었기에 그중 두꺼운 불멸'과 비교해 보았다.
놓고보니 스티브 잡스와 불멸이라는 책이름이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되었다.
결국 부엌 식탁위에 올려놓고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문을 읽은 것이 지지난 토요일 보름전이다.
서문을 읽은 그날 오역문제로 인터넷뉴스가 떴길래 아차싶었으나 그래도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보겠노라고 굳은 마음을 먹고 책을 펼쳤다.
이 책 참 재미있다.
막연하게 상상하기로는 아마도 신화같은 어렸을 적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실 "네가 읽는 만화보다 엄마가 읽는 글책에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라며 아이를 꼬드기며 매일 아침 상혁이를 깨우기 위해 이 책에 있는 스티브와 친구들의 장난이야기를 써먹다보니 며칠이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그나마 같은 제목의 책을 읽으니 아들과 스티브 잡스와 친구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내가 읽은 것과 상혁이가 본 것과의 차이가 좀 있어 나중에 상혁이의 책을 다시 보고 잘못된 정보는 바로잡아주어야겠다.
여고생인 딸이 아침을 먹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해주니 아침을 먹는건지 오디오북을 듣는건지 헛갈릴 정도라는 딸아이 말마따나 날마나 그들 괴짜들의 이야기를 즐겼다.
딸아이는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약을 했다는 것에 무척 실망하던 차였는데 그가 왜 약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이 책에 나와있는 이야기를 근거로 설명을 해주어 내 딸아이의 영웅일 수도 있는 한사람을 구했다.
더불어 지난 여름 보았던 인도영화 '세얼간이'가 자연스레 화제가 되었다. 공대생들이 이렇게나 유쾌한 사람들이었다니~! 세얼간이라는 영화가 재미있는 만큼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도 술술읽힌다.
오역이니 무어니 그런건 신경도 안쓰인다. 오히려 우리가 몇몇 문학작품에서 느꼈던 반역적인 번역보다 훨씬 좋은 것 같은데.......
그러나 아직 책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기에 섣부른 판단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사실 스티브 잡스의 드라마틱한 인생도 그렇지만 내 눈을 더 사로잡은 것은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이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산만하지 않게 써내려간 그의 글쓰기가 마음에 들어 벤저민 프랭클린과 아인슈타인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키신저 전기는 우리나라에 아직인지??
집에서 잠깐씩 읽느라 많이 읽지는 못했다고 생각해 페이지를 보니 어느 새 200페이지를 훌쩍 넘겼다.
그런데 9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두께로 보자면 아직 1/4도 안되는 수준이고 스티브 잡스의 생애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을 것이지만 책을 읽으며 며칠이 지나고서야 책의 뒷표지를 보게된 경우는 처음이다. 그만큼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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