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처럼 시대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쟝르가 또 있을까?
토마스 만이라면 '마의 산'의 작가쯤으로 알고있었지만 제목만큼이나 무거운 책은 아닐까해서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이번 달 책부족 권장도서가 바로 토마스 만의 단편선이기에 이번 기회에 토마스 만과 토마스 만이 살았던 시간을 제대로 알아보자고 단편집을 들었다.
첫작품 '토니오 크뢰거'를 읽다보니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얼핏 생각난다.
성향이 다른 두 청년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럴까?
하지만 내 청소년기에 감성을 자극했던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와는 달리 이번의 '토니오 크뢰거'는 왠지 지나간 세대의 재미없는 되새김같았다.
이 작품은 한스와 토니오로 대변되어지는 두청년과 토니오가 사랑하는 소녀 잉에,그리고 혼혈이방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의 내면을 향한 성찰과 자아찾기에 관한 이야기랄 수 있겠다.
아마도 이 책을 헤세와 마찬가지로 청소년기에 읽었더라면 - 그 저변에 시민사회와 젊은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있다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이야기만 가지고도 지금보다는 더 많이 공감하고 가슴아파했으리라.
고전이라면 시간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후에라도 그 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줄 알았더니 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그 빛이 그리 밝지않은 듯 하다.
토니오 크뢰거보다는 오히려 파시즘적 독재의 사기술을 폭로했다는 '마리오와 마술사'가 흥미로웠다.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사람을 오도가도 못하게하는 마력이 있다.
몰입하여 읽다보니 공방가는 전철을 잘못타서 갔던 길을 되돌아 오면서도 헛걸음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그만큼 책을 더 읽을 수 있어 좋았으니 이제야 토마스 만을 제대로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고나 할까?
'토니오 크뢰거'때는 몰랐으나 '마리오와 마법사'를 읽고나서야 토마스 만이 위대한 작가로구나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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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책읽기를 무슨 퍼즐조각 맞추듯이 읽고있다.
친정 아버지의 항암주사일정과 방사선치료일정에 일일이 다 동행할 수는 없으나 노부모가 날마다 장거리 통원치료를 하시니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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