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하다보면 유난히 안방에서 먼지가 많이 나온다.
붙박이장과 침대, 데스크탑이 있을 뿐인데 왜일까 생각해보니 식구들이 가장 많이 들락거리는 곳이 바로
안방이기 때문일 것일까?
먼지가 가장 적은방은 다름아닌 하나방.
청소를 잘해서? 노~노~ 하도 청소를 안해서 우리가 들여다볼까 봐서 늘 문을 꼭꼭 닫고 살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간이 없는 고등학생이라지만 아침마다 열어보는 방안의 처참한 광경에 가슴이 턱 막히고 순간
온몸의 피가 머리로 거꾸로 솟는 그 느낌을 아시는 분들은 아시리라.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습기 청소할 때를 보아도, 걸레를 뒤집어보아도 하나방은 먼지가 적다.
역시 문닫고 살면 먼지가 덜타는가 보다.
게다가 또한가지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저 붙박이형 MDF장.
하나방의 가구는 모두 원목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 공기부터가 다르건만 안방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살아도 왠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직접 만들 수만 있다면 MDF장을 사는 것에 조금 더 보태어 내 구미에 맞는 훌륭한 원목장을 만들 수 있기에 언젠가 안방의 장도 직접 원목으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목표가 있었지만 시간도, 체력도 도와주질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더구나 여닫이 문에 비해 공간 활용에 좋은 미닫이 문은 특히 만들기가 까다롭다고 하니 일찌감치 장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게 되었다.
이번 봄, 거창하지는 않아도 요소요소 불편한 곳을 조금씩 고쳐가면서 안방에 딸려있는 화장실 문을 미서기문으로 바꾸고 페인트칠을 하다보니 일이 커져서 아예 붙박이 장을 새로 들이게 되었다. 마침 한샘몰에서 40%세일을 하길래 늘 벼르던 슬라이딩도어가 달린 장을 골랐다.
장을 들이려면 일단 기존의 붙박이 장을 철거해야했다.
업체에 의뢰하면 빠른 시간내에 일단락되어 기존장을 철거하고 새장을 설치하는데에 하루면 되겠지만
우리는 저 보이지 않는 뒷면까지도 손을 보고(저렇게 도배가 안되어 있는 벽인줄은 미처 몰랐다. 이번에 신발장을 철거하면서 아파트라는 곳을 다시 살펴보니 안방의 붙박이장 뒷부분은 물론 씽크대 아랫부분도 바닥재가 안들어가 있었고 더한 충격은 아일랜드 식탁밑도 맨 콘크리트바닥이었다는 것이다.공사비용을 산출하면서 그 부분을 빼고 계산했을리는 만무이고 그렇게해서 취한 이득은 또 얼마란 말인가. 남편과 나는 이번에 집수리를 하면서 마이너스옵션제를 전적으로 찬성하게 되었다. ) 바닥재를 깔아야했기에 직접 철거하기로 했다. 인건비 10만원으로는 이사한지 5년만에 처음으로 냉면도 시켜먹었다.ㅎㅎ
붙박이장을 철거하기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더라.
모두가 목심과 피스로만 결합되어 있어서 전동드라이버 하나로 끝낼 수 있었다.
생각보다 허술한 구조에 놀랍기도 했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다만 MDF자체가 약하기에 두께로 보강을 해야했는지 무겁기만 엄청나게 무거웠다.
이건 우리 아들방의 서랍장을 찍은사진인데 안방의 붙박이장을 보고 직접만든 이 원목장을 보니 얼마나
이뻐보이고 믿음이 가는지. 5년을 썼는데도 새것처럼 말짱하고 뒷부분도 비교가 안되게 깨끗하다.
쌍둥이 서랍장 셋트 http://blog.daum.net/touchbytouch/14305841
이제 장을 다 철거하고 너덜거리는 초배지를 정리해 다음 작업을 준비중.
담배를 안피워서 그런지 장이 있던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천정색이 별로 크게 튀어보이지 않는다.
고된 노동에 지친나머지 커다란 벽면을 상대로 나름의 행위예술을 펼치고있는 남편.
천정은 화이트로 칠하자. 더불어 메이플색의 몰딩도 프라이머를 입히고 역시 화이트로.
내가 칠했건만 너무 안먹었다고 덧칠을 하고 있는 중. 개칠에 떡칠이 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꿋꿋하게 칠하는 남편....... 걍 두자. 좀 어설퍼도 우리가 살거니까.ㅜㅡ
일이 너무 지지부진하고 끝나는 기미가 안보이니 안보이는 곳은 대충하자는 내게 어떻게 우리집을 고치면서 대충하자고 하느냐며 그러면 이 공사를 한 업자와 뭐가 다르냐, 자기가 집을 지어 팔면 이보다 더한 날림집을 짓겠다는둥 놀리면서 '신날림여사'라는 별명을 붙여준 남편은 속도는 느리나마 꼼꼼하게 일을 했다.
구석진 좁은 곳과 붓으로 하는 곳은 내가 하고 재미있는 롤러는 남편이 갖고 놀았다.
벽면은 옅은 코코아색인데 남향이다보니 사진으로는 색이 밝게 나왔다.
페인팅을 하고 화장실문도 바꾸고. 방안이 환해졌다.
요런 철물이 있으면 미서기문을 만들 수도 있겠다싶어 찍어둔 사진이다.
나중에 가구에도 활용할 수 있을지도~.
가구가 없으니 넓고 시원한 모습.
바닥은 본드냄새가 없는 친환경바닥재를 깔고 서랍장을 다시 원위치시켰다.
내 손이 가서 그런가 볼수록 정이 가고 이쁘게 보이는 원목 서랍장이다.
아직 장이 들어오지 않아 널찍하니 시원해서 이대로 살아도 좋지 않을까싶은데.......^^;
슬라이딩장을 설치한 모습.
문도 가볍게 잘 열리고 문의 색깔도 벽색깔과 잘 맞아 차분한 것이 양가부모님 모두 좋아하셨다.
하나방에 있던 분해조립책꽂이를 옮겨왔는데 의외로 쓸모있는 공간이 되었다.
첫번째 사진의 수납박스가 마침 책꽂이안으로 쏘옥 들어가고 컴퓨터 책상역시 맞춤으로 들어갔다.
원목수납박스옆의 컴퓨터 책상이 상대적으로 거시기해 보이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써도 무리가 없겠다.
나중에 분해조립책꽂이를 이용해 키보드나 프린터를 수납할 예정이고 중문앞 책꽂이에 선반을 더 얹었더니
여기에서 공간이 비어버렸다. 역시 선반도 몇개 더 만들어야 제대로 정리가 될 것 같은데 한편으론 저렇게 여백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안방에 책꽂이가 있으니 부자가 된 것같아 좋은데 책은 읽지 않고
집고치느라 힘들다며 '아이고~허리야!' 침대에 누워 책장만 바라보고 미소를 짓게 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수납박스.
저안에는 털실이 들어있다. 바로 위 책꽂이에 니트관련 책들을 꽂아놓으니 뜨개방 부럽지 않은
나만의 공간인 셈이다.
바퀴를 달았기에 쉽게 앞으로 끌려나온다.
커피잔이나 읽던책도 놓을 수 있고 저 곳에 앉아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볼 수도 있고.
여닫이문장이 있던 그 시절에는 감히 생각도 못하던 여유작작한 공간이 탄생했다.
페인트가 묻은 장판을 걷어낸 즉시 안갖다 버린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렇게 간단하게 말아서
테이프로 단도리까지 해 놓은 남편.
이번에 집수리를 하면서 17년간을 살면서도 몰랐던 남편의 숨은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알고보니 우리 남편, 생각보다 일도 찬찬하게 잘하고 꼼꼼한 사람이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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