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딸 하나가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엄마한테 큰건 바라지도 않아."
"왜,뭐가, 또,또,또......."
"내가 말이죠, 공부할 때 같이 하자고 안할테니까 커다란 화이트보드좀 사줘요."
"화이트보드 있잖아?"
"있죠~,그런데 그건 너무 작아.
엄마도 알잖아. 내가 공부할 때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하면 더 잘된다는거.
근데 엄마는 내 강의를 들으려하질 않으니까 그런 큰건 바라지도 않아.
단지 커다란 화이트 보드만 있으면 다시는 엄마 귀찮게 안할께."
"근데 그렇게 큰걸 어떻게 구해?"
"인터넷에서 파는데가 있더라고."
그래서 찾아본 화이트보드는 10만원대의 비싼 가격들이 대부분이더군요.
"네가 공부방 선생님도 아니고 집에서 얼마나 공부를 한다고 10만원씩이나 들이니?"
"아이~, 그래도 나는 그렇게 해야 공부가 잘된다니까요. 학교에서도 야자시간에 나는 앞에 나가서 칠판에 써가면서 공부를 하는데?"
"그러면 다른 애들이 뭐라고 안하니?"
"아니? 오히려 애들이 앞으로 와서 질문도 하고 모르는 것은 같이 찾아서 공부를 하니까 더 좋던걸?"
"그래? 그럼 그렇게 계속 학교 칠판을 활용하면 안되겠니?
저렇게 커다란 보드를 벽에 붙이기도 그렇고 나중에 애물단지가 되면 어떻게 해?"
"아이~,엄마. 그래도 내가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쓰려는건데.......
그래도 나역시 이렇게 비싼줄은 몰랐네."
박박 우기면 사주기 싫을텐데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니 좀 안쓰러운 것은 사실이더군요.
그러다 하나 방의 커다란 유리창문을 보고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남향이라 햇빛이 너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이번 봄에는 벽을 만들고 반창문을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부랴부랴 사온 전지 3장. 600원에 3장이니 한장이면 200원.
그리고 테이프 약간만 있으면 곧 꿈의 보드가 탄생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난 후.
유리창문 뒤로 전지를 붙여주었습니다.
햇빛도 가리고 유리창위에 글씨를 쓰니 꽤 괜찮은 화이트보드가 탄생했어요.
더구나 지우는 것도 쉽고 쓰고 지우고,쓰고 지우고 하다보니 절로 깨끗해져서
나는 유리창 청소걱정 안하니 좋고.
하나는 필기감도 좋고 정말 근사한 화이트보드라며 좋아합니다.
보란듯이 복잡한 수학공식을 적어놓으며 공부를 하는척?!
오락가락 변덕심한 사춘기 여고생의 비위를 맞추느라 괜시리 돈 몇만원 버릴뻔 했는데
이렇게 전지를 이용하니 아무리 변덕을 부려봤자 고작 200원짜리 변덕일뿐.
옆에서 부러운 듯 지켜보던 우리 상혁이 방에도 만들어 줘야지.
200원짜리 화이트보드.
'딱딱한 것 만지기(DI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방에서 떨어진 콩고물-명함홀더 (0) | 2011.04.10 |
---|---|
엣지있는 자전거 하이킹, 엣지있는 자전거 보관. (0) | 2011.03.13 |
친구의 1인용 책상 (0) | 2010.07.23 |
여고생 딸을 위한 특별한 행거. (0) | 2010.06.21 |
어느 곳에나 어울리는 접이식 감독의자 (0) | 2010.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