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시를 배워야 해.

hohoyaa 2010. 6. 27. 18:00

 

 

 

 

언제였던가? 시를 보았다.

마침 그 날은 영화가 끝난 후 감독과의 대화가 있는 날이었는데 모르고 가기도 했거니와 너무 늦은 시간,

그리고 야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는 딸아이의 전화가 와서 아쉽지만 학교로 발길을 돌렸다.

학교로 가는 길은 차가 많이 막혔다. 비도 간간이 흩뿌리기 시작해 우산도 없이 기다리고 있을 딸아이를 생각하니 12시를 막 넘긴 시간이 더더욱 조급했다.

심화반이 있는 교사의 불도 모두 꺼져 어두운 학교 교문앞에 우산도 없이 오도커니 혼자 서있던 딸아이를 만났다.

가슴이 철렁한다. 설마 했는데... 비도 오고 시간도 늦었으니 안전한 학교 안 수위실 근처 처마에서라도 비를 피하며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늦은 시간에 교문앞에서 서성이는 학생을 보고 설마 모른척하실 수위아저씨는 아닐거라며 내내 나자신을 안심시켰었는데.

우리가 좀더 늦게 왔더라면,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시간인데 수위아저씨는 딸아이의 등뒤로 매정하게 교문을 닫아 걸으셨단다.

 

아하!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지.......

너도 나도 배려와 따뜻함보다는 경쟁심과 이기심이 앞서는 세상이니 하루의 고된 일과를 얼른 끝내고 휴식을 취하시려는 수위 아저씨한테 서운한 감정을 갖는 것만으로 애써 위로를 해본다.

수위 아저씨께 시심이 있었더라면 이 험한 세상에 여학생을 홀로 내버려두진 않았을텐데.

 

차에 탄 딸아이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야자시간 내내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를 갖고 씨름을 했더니 진이 다 빠진단다.

그러면서 "이렇게 어려운 수학을 꼭 배워야 하나?" 푸념을 한다.

그러게...수학시간의 1%만이라도 할애해서 시를 품는다면 세상이 좀더 아름다울텐데.

 

영화도 좋고 그 옛날 스크린에서 옥색치마저고리를 입은 윤정희를 좋아하셨던 친정 엄마와 이모께도 영화를 보여드렸다.

영화를 보시고도 별다른 말씀이 없으신 엄마를 보고 혹시 보청기 사용이 익숙치 못해 제대로 못보신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영화의 감상을 여쭤보았더니 보긴 잘 보았는데 뭐라고 표현을 못하시겠단다.

우리 엄마도 진즉에 시를 배우셨더라면 가슴뭉클한 감동을 내게 전해주셨을텐데.

 

 

 

 

 

 

 

'어루만지기(feel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못된 정보  (0) 2010.07.16
남양주 팜시티를 아시나요?  (0) 2010.06.30
우리에겐 아직 '맨발의 꿈'이 있잖아  (0) 2010.06.27
요즘 통 재미가 없네요.  (0) 2010.06.10
커피맛도 모르면서...  (0) 201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