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다.
나만 빼고는 모두들 자주 만나 익히 잘 아는 사이인지라 분위기는 화기애애~.
친구중 한 명이 용인 양지에 창고 부지로 땅을 사 놓고 빈 터에 농작물을 심고,
언덕배기에 3년 걸려 틈틈이 지은 흙집을 구경했다.
올라가는 계단도 멋스럽게~.
허걱거걱!
앞서가던 사람의 비명소리에 놀라 자세히 보니 뱀이 벗어 놓은 허물이다.
너무 얌전하고 깨끗하게 벗어 놓아서 마음만 내키면 작은 동전지갑 하나는 나오겠는데...^^
황토흙으로 지은 집에 현대식 문짝과 창문.
이 친구 분, 집을 짓는데 스케치북에 집 그리듯이 지붕부터 지었단다.
그러고 보니 그 놀라운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오네.
서까래가 드러나 더욱 운치있는 방안 천정 모습.
호롱불 등잔도 있고 구석구석 옛스러운 소품들로 장식을 했다.
ㅎㅎㅎㅎ
얼기설기 올린 지붕이 너와지붕 저리 가라인데?
이런 처마를 보니 제비집도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황토벽.
황토에 짚을 이겨 손으로 처덕처덕 발랐을까?
마침 풍요로워진(?) 일손덕에 pvc슬레이트 처마를 올린다.
미처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저 나무 기둥도 땅속 깊이 박지 않고 그저 벽돌을 괴어 세운것이라
사람 하나 올라가면 흔들흔들 삐걱삐걱 넘어갈까 불안불안.
한 친구는 기둥을 잡아 주고 한 친구는 못을 치고 또 다른 친구는 힘을 받게 받쳐주고.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처마를 다 올린 모습.
언젠가 바닥까지 공사를 마친 후엔 우리 여자들이 한숨 자기로 했다.
황토에서 나오는 좋은 기운을 훔쳐 오고픈 마음에
우리 집 벽지에 황톳물을 바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 보고.
올 가을 김장 배추를 심을 밭에 김을 매주고 거름도 주고.
다섯집이 모여서 배추 몇포기씩 농사를 짓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농사짓는 이는 따로 있을것 같다.
그래도 수확하는 기쁨은 함께 누리고 싶은데 너무 얌체일까나?
이날도 우리는 고추며 가지, 토마토 등등 많이도 얻어 왔는데
추석이 지나면 밭에 있는 호박고구마를 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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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지 못하는 남편의 고등학교 시절은 어떠했을까?
남편 말에 의하면 분명 모범생은 아니었던 것같고 부모 속깨나 썩인 막둥이였을텐데,의외로 친구들은
모두 성실하고 순박하고 모범적인 가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40중반이 되어 다시 만난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옛이야기도 하고 악의없는 농담도 하고
어느 사이 아저씨들의 그 얼굴들은 빛이나고 목소리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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