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남편은 산엘 갔다.
늘 하듯이 '도시락 싸 줄까?' 하니까 '싸 주면 좋지~.' 한다.
새벽부터 밥을 하고 동동거리며 도시락을 싼다.
간혹 옆에 와서 기웃거리는 남편에게
"도시락 싸는 이것도 이기적이지?"
"그렇지~. 도시락 싸 줘서 남들에게 집에서 살림 잘 한다는 말 듣고 싶어서 하는거지.ㅋㅋㅋ"
"에휴~~~.ㅜㅡ; 자, 이기적인 주먹밥 맛 좀 봐."
남편은 입을 아~ 벌리고 잘도 받아 먹는다.
사과 깎아 줄까? 사과를 깎으며 약간 곯은 부분을 도려내어 무의식적으로 내가 먹는다.
"거봐. 자긴 이기적이야. 맛있는 부분은 혼자 다 먹네."
아이고. 부엌에서 참기름 병에 묻은 기름이 아까워 내가 손으로 훑어 먹는걸 보면 늘 하던 말을 예서도 하네.
그럴것 같으면 자기가 부엌 살림 하면서 맛있는것 챙겨 먹지.
기왕에 이리 된 것, 아침부터 이기심을 발동시켜 애들에게도 꼭지 딴 딸기를 곁들여 아침을 먹이기로 한다.
결혼 초, 내가 남편에게 이기적이라 했을 때 자기가 이기적인 증거를 대라며 얼마나 화를 내던지 그 후로는 내가 그 말을 사용해 본적이 없는데 요즈음 남편은 그 말을 아무것도 아닌 양 쓰고 있다.
이제까지는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 동네가 어떻게 생긴 줄도 모르고 살았는데 미싱을 갖게 되면서 면사무소의 문화센터에도 가 보게 되었고,홈패션 과목은 없지만 퀼트가 3개월에 3만원이라 일어 회화반과 함께 덜컥 등록을 해 버렸다.
그래야 일주일에 겨우 하루씩 이틀이건만 지난 금요일은 아침 9시부터 퀼트한다고 나갔다가 점심 먹으러 집에 들렀다가 저녁거리 해 놓고(아예 늦게까지 하고 오려고...) 다시 공방으로 가서 저녁에야 집에 온 것이 남편에게는 꽤 길게 느껴졌는가 보다.
내가 그렇게 힘들었느냐고 묻자 "자기 없이 집에 하루종일 있었던 우리 3명을 생각 해 봐." 하면서 엄살을 부린다.
피~.자기 없이 몇날 며칠을 애들과 함께 붙어 지내던 나도 있는데 겨우 고것 가지고...
이제는 누가 얼마만큼 이기적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빈자리가 커져서 허전한 것을 그렇게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식으로 하면 '주부라서 행복해요.' 라는 카피도 결국은 지극히 이기적인 주부의 표현이기에 그렇게 살기로 한다.
가족들 잘 먹이고 싶고, 주윗 사람들에게 잘 하고 싶고, 집안도 안락한 쉼터로 만들고 싶고, 직장 다니며 금전적으로도 내조를 하고 싶고,~하고 싶고, ~하고 싶고,,,,,,
이기심?? http://blog.daum.net/touchbytouch/86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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