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가계부를 쓰기로 한다.
이제까지 숱하게 가계부를 써 보려고 했지만 끝까지 제대로 지켜내질 못했다.
둘다 수입이 들쑥날쑥이고 수입이 있는 날짜조차도 매월 정해진 날짜가 아니며,각자 급여 통장이 따로 있어서,대부분의 지출은 카드로 하니까 구태여 필요성을 느끼질 못했었다.
한 때는 컴퓨터에 다운해서 쓰는 전자 가계부를 사용해 봤었는데 오히려 직접 노트에 적는니보다 못하게 맹점이 많아 그만 두었다.
그래도 새해에는 늘 가계부를 쓰리라고 맘먹고 있었기에 보험회사에서 가계부를 얻어 이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지난해 일본 다녀온 하나 아빠의 카드 명세서가 들어 왔다.
각자의 통장을 따로 갖고 있으면서 각자 부담해야 할 몫이 있으며 지나치지만 않으면 서로의 씀씀이에 터치하지 않는 우리 부부는 이메일 비번도 알고 있다.
가끔식은 내가 남편의 메일 체크도 해 주고 하기에 어제는 가계부를 시작하는 기념으로다 카드 명세표를 열어 보았다.
내용을 보니 역시나 알뜰하게 썼다.
혹 어디가서 돈을 너무 안 써서 사람이 치사하게 보이지는 않을까하는데 그럴때마다 남편은 쓸때는 제대로 쓰는것 처럼 쓴다고 한다.
지난 해 마지막 날엔 어느 모임에 갔다가 새벽 3시가 다 되어서 들어 왔다.
모임은 진작 끝났는데 택시비를 아끼려고 버스를 타고 서울시내를 돌아 돌아 문안 인사까지 다 드리고 마지막에서야 택시를 타고 왔다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날 남편이 돌아 다닌 동네로 화제를 삼아 낄낄댔다.
아침에 남편이 하얀 봉투에서 수표를 꺼내더니 내게 주었다.
모임에서는 늘 차비조로 연말 인사조로 봉투를 준비해서 주는데 그 돈을 갖고 있으면서도 택시를 안 탄것이다.
항상 남편은 공짜로 생긴 돈은 내게 반이상 나눠 준다.
속 없는 나는 그 돈을 받아들고 좋아서 내가 쓰고 싶은대로 쓰겠다 하고
이번에는 "고마워~.이걸루 자기가 나한테 재봉틀 사 주는거야."했다.
남편은 돈을 모으고 나는 돈을 쓰며 산다.
그런데 이제까지 한번도 나한테 무슨 책을 그리 많이 사느냐,돈을 아껴 써라,저축은 얼마나 하느냐,남들은...등등의 말을 한적이 없다.
그저 돈 아끼지 말고 맛있는것 사 먹으라고 하고,좋은 옷 사입으라고 한다.
내가 돈을 쓰면 이상하게도 그걸 메꿀수 있는 수입이 생긴다고 해서 장난삼아 사고친다고 하는적도 많았다.
그런 남편에게 내가 가계부를 쓰는 모습을 보여 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하룻동안 쓴 명세를 일일이 기억했다가 알려준다.
늘 쓰다 마는 가계부이지만 타박을 안 주니까 이번 해에도 또 도전하기로 한다.
그저 선머슴같이 대책없는 아내를 변함없이 믿어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며...
오늘은 차 고치느라 30만원이 들었다.
싸게 하느라고 은행까지 걸어가서 현금을 찾아서 지불했단다.
올 들어 두번째 날이어서 다행히 카드는 아직 안썼다.
아마 조만간 내가 쓸것 같다. *^^*
'어루만지기(feel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적 도시락 (0) | 2007.01.21 |
---|---|
홍역 예방 접종 (0) | 2007.01.16 |
엄마,딱 걸렸어! (0) | 2006.12.11 |
오늘 (0) | 2006.12.09 |
특별한 만남,특별한 마음 (0) | 2006.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