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드문 어둑한 골목길에 따뜻한 불을 밝히는 서점이 있다면 저절로 그 곳으로 발걸음이 옮겨질 것이다.
24시간 문을 여는 창백한 편의점대신 책등의 굴곡을 따라 다양한 그림자를 만드는 헌책방이라면 더더구나 날마다 그 서점앞을 서성이게 되지 않을까?
서점이란 공간은 얼마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인가?
500년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불가능한 일이 가능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가득한 서점일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페넘브라의 서점은 그러나 딱히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서점은 아니다.
‘24시간 서점’이라는 매력적인 설정에 착안한 그는 당장 이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2009년에 아마존의 킨들 스토어에 출판하게 되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모두를 충족하는 그의 독특한 글쓰기는 단숨에 그를 주목받는 작가로 만들었다.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2012년에는 종이책으로도 출간되며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지금도 미국 아마존에는 800여개에 달하는 독자 리뷰가 달리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로빈 슬로언은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의 배경인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인쇄업자를 둘러싼 비밀에서부터
구글의 장서 스캔 프로젝트까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페넘브라 서점의 세계
작품 속에는 아는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는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배치되어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출판과 인쇄업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봤다면 들어봤을 만한 이름이 있다. 바로 ‘알두스 마누티우스’다. 베네치아의 인쇄업자인 그는 르네상스 시대에 고전 작품들을 아름다운 양질의 책으로 출판했던 실존 인물이다. 그가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에서는 비밀 단체의 창립자로 등장해 암호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고문서들에 숨겨 둔다. 또 소설에서 중요한 장치로 다뤄지는 내용 중에‘구글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있다.
“내가 잘못 알지 않았다면 아가씨 회사가 엄청난 수의 책들을…….”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적당한 단어를 찾았다.
“ ……디지털 서가로 인도했다지?”
캣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을 주어 속삭였다.
“ 지금까지 출간된 모든 책의 61퍼센트요.”
“하지만 창립자의 코덱스 비테는 아니지. 누구도 그건 못했어.”_198쪽
실제로 2004년 구글은 영국 보들리언 도서관의 100만권이 넘는 도서를 디지털 파일화하기로 했고, 뉴욕공립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의 장서를 스캔하기 시작해 2012년까지 2000만 권 가량의 책을 스캔했다고 한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에서는 이런 상황을 ‘부러지지 않은 책등’이라는 비밀 단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오래된 책들을 암호화된 상태 그대로 비밀 도서관에 보존해야 한다는‘폐쇄’파와, 후세를 위해 인터넷에 올리고 널리 알려 암호를 풀어야 한다는‘개방’파의 긴장감은 사뭇 비장하다. 이처럼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책과 도서관이 겪어온 기나긴 변화의 흐름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출판사 리뷰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되어버린 '클레이 재넌'은 샌프란시시코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헌책방에서 내건 구인광고를 보고 일자리를 얻게된다.
재넌이 이전에 해오던 일은 종이와는 거리가 먼 웹디자이너였고 책보다는 노트북을 끼고살았다.
그런 그의 눈에는 24시간 문을 열어봐야 오가는 손님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게다가 책을 사는 사람보다도 책을 빌려가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니 얼마 안있어 자신의 일자리역시 없어지지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을 것이다. 손님이 없는 무료함을 달래느라 펼친 노트북으로 페넘브라 서점을 홍보할 3D서점을 만들면서 기기묘묘한 여행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클레이와 뜻을 같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컴퓨터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채워주고도 남을 페넘브라 서점의 퍼즐맞추기에 혼신을 다한다.
16세기 르네상스시기에 인쇄업자와 식자공으로 만난 '마누티우스'와 '게리츠존'은 평생 경험하고 배운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암호화한 책을 후세에 남긴다.
그 암호를 풀기위한 클레이와 친구들의 여정이 바로 페넘브라 24시 서점이다.
비밀에 한발짝씩 다가가는 이 이야기는 '장미의 이름'이나 '다빈치 코드'만큼은 아니지만 한권짜리 킨들상품으로선 충분한 매력을 갖췄다고 본다. 굳이 주제를 무겁게 깔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날려버리지 않는 중용의 미를 잘 지켰다고나 할까.
또 '클레이 재넌'이 서점에서 구글러 '캣'에게 보여준 3D서점이나 '캣'이 작업한 데이터 시각화부분의 묘사는 나같은 문외한의 머릿속에도 영감의 불이 들어오게 만들만큼 생생했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아니면 그런 류의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활자의 시각화가 잘 이루어진 덕분일까??
아쉬운 것은 책속의 책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모팻'의 "용의 노래 연대기"가 나오긴 하지만 깊이 파고들 여지가 없다보니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다.
서체가 있고 컴퓨터가 있고 암호가 있고 높은 사다리가 있는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에 책까지 있었더라면 더욱 흥미진진한 작품이 되었을텐데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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