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답지 않은 생활을 하고있는 딸.
영화를 좋아하는 엄마라서 그런가 아무리 수험생이라지만 어쩌다가 영화 한편 보는 시간마저 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그 인생 뭐가 재미있겠나싶다.
새 영화가 나오면 언제 보러갈거냐며 채근해서 티켓을 끊어주는 남편과 내게 어쩌면 친부모가 아닐지도 모른다며 약간은 의심의 눈빛을 보내기도 하는 딸이다.
사춘기 소녀이니 친구와 같이 영화관에 가고싶지만 친구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안된다하고 그런 이유로 대부분은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다.
수업시간에도 영화이야기가 나오면 너무도 빨리 대답하는 바람에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무슨 고3이 나보다도 영화가 빠르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고3같지 않다는 말은 비단 우리주변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종종 듣는 말이란다.
늘 명랑하고 활기찬 딸아이를 보시는 학교 선생님들도 "하나는 고3같지가 않아~!"하신다는데
솔직히 요즘같은 세상에서 자식 키우는 엄마로서는 저으기 안심이 되는 말이다.
1년 365일,고등학교 생활 3년을 하루같이 시험과 공부에 매달려사는 요즘 아이들은 우리와 비교해 너무도 불쌍한 것이 사실이다. 주말도 없고 방학도 없고 명절도 없는 학창시절.
학원을 안다니는 하나도 날이면 날마다 방과후 수업에 야자까지 하고나면 11시가 넘어 집에 온다.
지난 달에 수시원서 접수가 마감되고나니 학생들 대부분이 약간은 긴장이 풀려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학교에서는 추석연휴에도 등교해서 자습을 하라며 추석출석부가 나왔다고 한다.
하나는 10월 2일이 추석인줄 알고 패기있게 등교하지 않겠다고 표시를 했단다.
결석이유에는 단지 '추석'이라고만 쓰고.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담임선생님께서 기가 막히다는 듯 이 날은 너혼자 추석이냐고 하셔서 그제서야 날짜를 확실히 알게 되었단다. 그러나 추석인 일요일도 그리고 10월1일도 결국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해도 좀 쉬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 추석당일 뉴스에서는
추석이전의 9월 모의고사와 추석이후의 수능점수를 놓고 비교해보니 9월보다 수능에서 점수를 올린학생들의 퍼센티지가 20%라며 추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은 곧 아이들은 명절에도 쉬지말고 공부에 매달려야한다는 것인데 과연 점수를 올린 학생들이 추석에 쉬었는지 공부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무식해서 용감한 우리 부부는 이번 추석에도 실컷 놀라고 했고 그런 말은 참으로 잘도 듣는 딸이다.
지난 번에 광해가 15세 이상이라 초등학생인 상혁이는 볼 수가 없었는데 막상 영화에서 그리 우려할 만한 장면은 없는 것 같아 보여주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보호자로 데려가느냐였다.
남편과 나는 같은 영화 두번보기가 좀 싱거워서 하나에게 물어보니 냉큼 가겠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광해는 두번 보고 싶었다며 동생을 데리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났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소식이 없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보니 양손에 뭔가를 들고 잔뜩 흥분한 상태의 하나얼굴이 보였다.
때가 때이니만큼 왕이된 남자 이병헌이 무대인사를 와서 그날 영화를 본 300명 모두에에 위의 단팥죽과 비비고티켓을 하나씩 돌리고 3대가 같이 온 가족과 대가족이 온 가족들에게는 특별히 사인이있는 단팥죽과 함께 사진도 찍어주었다고 한다.
단지 단팥죽때문이라면 그리 흥분하지 않았을텐데 하나가 흥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 목소리, 하나 목소리이다.
아이맥스 상영관 맨뒷자리를 끊어주었는데 이병헌이 왔다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질주,
동영상을 찍었다.
광해를 처음 보고서도 이병헌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호들갑이었던 딸은 이병헌의 육성으로
"따라해 보거라."를 듣고 싶었는데 그보다는 덕담이 좋을 것 같아 이제나 저제나 기회를 보다가 이병헌에게
부탁을 했단다.
누나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가는 바람에 화장실도 못가고 안절부절하던 상혁이의 귀에는 누나의 목소리가 아이맥스관을 뒤흔들 정도로 쩌렁저렁 울렸다한다.
우쨌거나 기분은 좋다.
딸이 좋아하니 우리도 좋다.
즐거운 추석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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