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텝스를 안봤으면 모를까 고1때 친구따라 처음으로 보았던 텝스 점수가
생활기록부에 들어가있는데 자기가 생각하기엔 700점대인 그 점수가 너무 낮다며
이번에 한번 더 봐서 900점대로 올리겠다고 허락을 구한지가 며칠 전이다.
고3이지만 영어특기생으로 갈 것도 아니고 굳이 텝스점수가 필요할까싶지만 일단 해보겠다는 아이의 바램을 꺾을 수 없어 거금을 투자하듯이 거드름을 피우며 30000원을 내주었다.
중간고사도 끝나고 말하기대회도 끝나고 일주일동안 바짝하면 900점대는 나오겠다며
야자시간에도 틈틈이 공부를 했고 텝스모의문제도 풀어보았는데 900점이상이 나왔다고 좋아하기도 했었다.
시험당일인 어제 깨우지않아도 일찍 일어나 언제나 그렇듯이 명랑하고 의기양양하게 텝스시험을 보러가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활짝 웃으며 돌아오는 얼굴을 상상해보았다.
그런데...
막상 돌아온 딸아이의 인사는 힘이 없이 입안에서만 맴돌고 얼굴도 뇌랗게 떠보이는게 혹시 장염이 도졌는가 걱정이 되었다. 시험을 못봤구나하는 말에 어깨를 축늘어뜨리고 한숨을 쉬더니 그야말로 속사포같이 시험장에서 있었던 일을 쏟아낸다.
남편과 나는 누구나 언제 어느때에나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그럴때마다 주변환경탓이라고 핑계를 댈수는 없으니 스스로가 마음을 잘다스려 그런 스트레스도 이겨내야 수능시험에서도 실수하지않는거라며 위로아닌 위로를 했다. 기왕지사 지나간 일 그런 것에 연연하느라 모처럼의 휴일을 망치지말자 했더니 이번에 점수가 안나오면 다음에 다시 한번 보겠다고 우리의 동의를 구하는 눈치이다.
영어를 좋아해서 이런저런 방향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좋지만 고3인데,
학원에 다니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응시료만 내주는건데,
응시료도 30000원인데 뭐......
하면서도 굳이 텝스점수까지야......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설마 다음번에도 그학생이랑 같은 반 되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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