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초 하나는 학교친구로부터 글로벌 리더십 영어 경연대회에 출전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아마 학교게시판에 공고가 붙었었나본데 하나는 그것을 못보고 지나쳤고 그 공고를 관심있게 본 친구가 하나에게 딱 맞는 대회라며 꼭 한번 나가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를 했다는 것이다.
친구들사이에서 하나는 공교육의 결정체로 추앙(?)받는다.
자신들은 사교육을 받으면서도 하나처럼 재미있게 공부하지 못한다며 늘 하나를 응원하고 격려를 해주는 좋은 친구들이다. 교내 영어말하기대회에서 1등을 했을 적에도 누구보다 기뻐해주고 대회장에까지 와서 응원을 해주었던 친구들, 그 친구들의 성원에 용기를 내서 영어 경연대회에 눈을 돌려보았다.
글로벌리더십 영어 경연대회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UN의 새천년 개발계획과 같은 국제적 이슈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니어재단과 UN협회 세계연맹,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ETS코리아, ECD가 후원하는 행사로 수상자에게는 UN본부 방문기회까지 있다.
큰대회인 것 같아 자신은 없었지만 주제가 평소 하나가 관심있던 분야라 '어디 한번~'하는 마음으로 참가신청을 하게 되었다.
영어 말하기대회 또한 예선과 본선 모두 2단계에 거쳐 채점 및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예선 대회의 경우 참가자에 의해 작성된 말하기 원고는 ETS Criterion에 의해 1단계 채점이 이루어지며, 말하기 음성파일은 주최측에서 선정한 전문가에 의해 평가된다고 한다.
본선 대회에서는 주최측에서 선정한 원어민 교수 및 전문가가 참가자가 작성한 원고와 실제 발표를 보고 채점 및 평가를 진행하며, 예선 성적과 전문가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고 한다.
고3 수험생이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이니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싶어 허락을 하고 참가비 20000원을 내주었다. 의기충천한 하나는 그 날부터 원고쓰기를 시작하고 나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나에게 전화가 없어서 보호자인 내 전화로 계속 공지가 날아오는데 공교롭게도 예선 날짜가 중간고사날짜와 겹치는 바람에 많은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예선날짜를 연기하게 되었다는 문자도 왔다. 그제서야 이 대회가 그렇게 큰대회인가 싶어 우리 하나가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일단 눈앞의 중간고사에 매진하고 말하기대회는 그 후에 생각하겠다는 아이를 보니 믿음이 갔다.
중간고사도 끝나고 예선도 끝났으니 본선출전자 발표가 있을 것 같은데 주최측으로부터는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았다. 지난 번 서울시 주최 영어말하기대회에서는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았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문자로 오는 줄 알고 있다가 한편으로는 기대를 내려놓고 하나가 실망하지 않기만을 바랐었다.
고3은 바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의정부 국제음악극 축제에서 자원봉사를 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하나도 발표를 까맣게 잊고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더니 두둥~~!! 본선 진출.
16일에 발표가 났는데 우리가 확인한 날짜는 19일, 연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걱정을 했다.
다른 공지처럼 합격자 발표가 났으니 확인해 보라는 문자를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오늘 10시 30분에 본선대회가 있었다.
본선은 1조 6명이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한명씩 대회장으로 들어가 주최측에서 선정한 원어민 교수 및 전문가앞에서 발표를 하고 나오는 식이다.
아침에 엄마인 나는 시간이 바빠 가지 못하고 대신 아빠가 하나를 데리고 갔다.
끝나고 전화올 시간이 되었는데 소식이 없길래 먼저 전화를 걸어보았다.
의외로 하나의 목소리가 밝다.
자기는 실수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좋은 것인 줄 몰랐단다.
처음 대회장에 들어가 굳은 표정의 원어민 교수들과 전문가의 얼굴을 보니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고 굳세게 자신이 연습한대로 웃으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더니 가장 인상이 무섭고 무표정했던 원어민 교수가 마지막에 자신에게 눈을 찡긋 해주었다고 감격을 했다.
하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서 차차로 그들의 얼굴이 부드러워지고 결국에는 그들이 고개를 끄덕거리게끔 자신이 설득을 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뿌듯했단다.
이런 큰대회 본선에 오른 것만 해도 자기에게는 의미가 큰 것이며 수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희희낙락이다.
어젯 밤, 하나와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식의 농담도 해봤다.
"엄마, 만약 내가 상을 탄다면 엄마는 어떨 것 같애?"
"그 대회 알고보니 아무나 상주는 거 아니니? 별거 아니구나."
"엄마, 엄마는 꼭 내가 상을 타면 그대회 자체를 평가절하하더라?
그건 곧 내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것과 똑같애. 흥~!"
"아, 미안. 사실 엄마는 우리 하나같이 혼자서도 잘하는 애가 상을 꼭 받았으면 좋겠어.ㅎㅎ
그러나 이 대회나 대학이 종착역이 아닌 것을 늘 기억해두자. 엄마는 하나가 좀더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수상에 연연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어."
"ㅎㅎ 나도 알아. 엄마 마음. 그냥 삐친척 했을 뿐이야.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면 좀 서운하니까
앞으로는 인정을 좀 해달라구요."
대한민국 고3 수험생으로서 학교생활이 팍팍하지만
우리 하나처럼만 공부한다면
점수나 학교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을 즐긴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한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야, 네가 무엇을 하든 엄마는 늘 너를 응원한단다.
하나의 음성파일은 대회가 끝나면 올릴 것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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