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학원을 다닌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그저 좀 차분히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려 보냈는데 엄마의 마음처럼은 아니되고 다만 바둑에 흥미를 가지는 정도라 본인이 원하는 한에서는 꾸준히 보내려 한다.
지난 해에는 배운지도 얼마 안되고 급수가 낮아 바둑대회에 못나가고 이번에는 바둑대회에 나갈 자격이 되었다길래 한번 나가보라고 했다.
정말이지 우리 상혁이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안했는데 기특하게도 상을 타왔다.
3위 입상이란다.
누나인 하나도 초등학교 4학년 때 바둑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다.
그러나 우리 하나, 배운지 얼마 안되어 바둑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왔는데,사실 지금 그 상이 어떤 상인지 생각도 안난다.다만 그 상을 타고 이제 바둑을 다 안다는 것처럼 바둑학원을 그만두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만큼 빨리 흥미를 잃던 하나였기에 아마 당시에 대회에 나가 상을 타지 않았다면 그 후로도 오랫동안 바둑을 배우지 않았을까싶다.
'상'하니까 생각나는 한가지.
하나가 1학년 때 친구따라 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다.
예배후에 떡볶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우연찮게 교회에서 성경구절 외우기대회가 열렸고 비록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승부욕이 강했던 하나는 마침 상혁이를 봐주러 오신 큰고모의 도움을 받아 성경암송을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더니 교회에서 상을 타고 곧이어 교회대표로 서울대회에까지 나가서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당연히 교회에서는 우리 하나를 이뻐하고 계속 교회에 나오길 바랬지만 그 상을 탄 하나는 떡볶기가 주말마다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게되었고 교회에 대한 흥미도 더불어 잃어버렸다.
그런 하나지만 그나마 지금 책상에 좀 붙어있는 것이 그 때 그 바둑학원에서 익힌 인내덕이 아니었을까하며 바둑의 좋은 점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우리 상혁이도 바둑을 두면서 끈기라도 배우면 좋겠다싶어 보냈다.
이런 대회야 결국 아이들에게 상을 주기위하여 만드는 것이지만 누나처럼 상을 타오리라는 기대는 안했는데 몇 명이나 이 상을 탔는지는 모르겠지만 기특해서 안아주고 또 안아주었다. ㅎㅎ
그리고 또 한가지, 기념품으로 받은 시계를 자랑하려 한다.
요렇게 일자로 쭉뻗은 시계가 손목에 둥글게 착 감기는 것이 너무 신기하더만.
영화속에서나 보던 것을 우리집 식탁에서 보았다.
알고보니 간단한 것을~.
요즘 들어 손톱,발톱을 혼자 깎고있는 상혁이의 손.
하나의 손과 발은 아빠를 닮았는데 상혁이의 손과 발은 엄마인 나를 닮았고 나의 손은 친정 엄마를 발은 아버지를 닮았다. 항암주사의 후유증으로 걷지 못하고 누워계신 아버지의 발을 보면서 내 발을 다시 보았다.
상혁이를 업어서 키워주셨고 어려서는 바둑판에서 바둑알을 가지고 놀게 하셨던 친정아버지는 상혁이가 바둑으로 상을 탔다는 말을 들으시면 좋아하실까?
너무 기운이 없으셔서 거의 눈을 감고 계시기에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정신없이 보내는 중간에도 가끔씩 이런 일이 있어 숨통이 트이고 또 웃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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