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은 다음 날이 선생님 생신이라며 돈을 좀 써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라고 했더니 서랍에 있던 용돈을 손에 쥐고 도복도 갈아입는둥 마는둥 부리나케 나간다.
한시간 후 태권도까지 마치고 돌아온 녀석의 손에는 커다란 선물이 포장되어 들려있었다.
그러려니 했다. 좋아하는 선생님께 선물을 하고픈 그 마음을 십분이해하니 기특하기도 했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무슨 선물을 샀는지 물었다.
12000원짜리 무릅담요를 샀단다.
그래서 용돈을 다 썼느냐고 했더니 친구들과 같이 샀다며 자기는 김밥도 얻어먹었단다.
도대체 얼마씩 냈길래 넌 김밥을 얻어먹었니?
친구들 세명이 선물을 함께 사기로 해서 각자 돈을 가지고 문방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한명은 돈이 2000원밖에 없고 다른 한명은 6000원, 우리 장하신 아드님께서는 겁도 없이 10000원짜리를 들고 나간 것이었다.
물건값이 12000원이라 자기는 10000원을 냈고 나머지 2000원을 두명이 1000원씩 나누어 냈단다.
그러면서 나머지 두명이 미안해하면서 2000원짜리 김밥을 하나사서 세명이 나눠 먹었다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ㅠㅠ
"이런 바보같으니.......
넌 어떻게 그런 계산도 못하니?
모두 똑같이 돈을 내서 그 돈에 맞게 선물을 사야지 왜 너는 10000원을 내고 나머지 애들은 1000원씩 내는거냐고? 차라리 너 혼자 선물을 한다고 하면 몰라도 셋이 같이 하기로 했으면 똑같이 내야하는 것 아냐?
12000원이면 셋이 4000원씩 내면 되는거고 **가 2000원밖에 없다고 하면 너희 둘이 5000원씩 낼 수도 있는데 10000원을 내고 2000원짜리 김밥 몇개를 얻어먹었다고 좋아할 수 있는거냐고?"
감정적으로 대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조근조근 설명을 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설명을 해도 녀석의 귀에는 들어오질 않는 눈치이다. 친구간에 꼭 그렇게 돈을 따져야 하는거냐고 입이 뾰루퉁해졌다.
아빠가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친구간에도 돈관계는 확실해야 한다고 아무리 이야길해도
결국 선생님 선물을 산거면 된거 아니냐며 우기기까지 한다.
그래도 한편으론 그네들이 다음 날 나머지 돈을 가져올런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했으나 전혀 소식이 없다.
에휴~! 답답...
어릴 적에 간혹가다 자기 맘대로 안될 때면 저렇게 울면서까지 고집을 피우던 녀석.
그래서 은근 기대를 했더니만 자라서는 엉뚱한 고집을 피우고 있다.
딱 저런 표정으로 한마디를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기가막혀서 헛웃음으로 마무릴 짓고 말았다.
"친척들이랑 만나서 식사하면 맨날 아빠가 돈을 내잖아요. 그래서 나도 내친구들한테 내돈을 좀 썼는데 그게 뭐가 잘못되었냐고요?"
"어, 그, 그건 우리는 가족이잖아."
"걔네들도 제 친구거든요?"
이런 것이 산교육인가?
몇해 전 할아버지, 할머니 회혼례에 자기들 용돈으로 꽃바구니를 마련해 간 하나와 상혁이.
그 자리에서 중학생 하나는 직장다니는 사촌오빠에게 오빠는 돈을 벌면서도 왜 할아버지, 할머니 선물이 없느냐고 따졌었다. 중학생이 되면서는 보는 눈이 있었는지 7남매중에 왜 늘 우리 아빠만 돈을 내느냐고도 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런 것들이 상혁이에게 와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삥뜯기지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어휴~!! 답답.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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