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펜팔을 하면서 ***street ,*** Avenue 라는 단어를 보고 우리와 다른 주소체계가 신기하게 생각되어졌었다. 그 주소 뒤에 숫자만 덧붙여질 뿐인데도 용케 편지가 들어가니 그 또한 놀랍기도 하고.
우리처럼00시 00구 00동 00번지 등등의 장황한 주소를 쓰다보면 늘 겉봉의 주소란이 비좁아 불만스럽기도 했었다.
언젠가 캐나다에 갔을 적에는 거리를 중심으로 오른쪽,왼쪽으로 각각 홀수번지와 짝수번지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합리적이라고 생각을 했던가.
그러나 그것은 모두 바둑판식의 계획도시에서나 가능한 일.
신도시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우리와는 거리가 먼이야기로 여겨졌다.
올 초 집으로 우편물이 배달되어졌다.
이제까지 사용하던 지번주소가 도로명으로 바뀐다는 고지문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집은 경춘북로의 시작점에서부터
내가 인간 네비게이션도 아니고 경춘북로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당췌 알 수가 없건만...
약 5580m 지점에서
이건 뭐 줄자를 갖고 다녀야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
오른쪽으로 분기되는 도로
그렇다치고 오른쪽으로 들어와서 역시 또 갈라지는 골목이 있건만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야
할런지는 운에 맡기고 일단 우리가 아파트에 사니까 이 아파트, 저 아파트 기웃거리며 주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로군.
남양주는 넓은 지역이다.
이 고지문을 보내온 남양주 시청을 찾아가려면 어지해야 할까?
현재의 지번주소라면
음, 지금동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퇴계원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 그 방면으로 가는 노선 버스는 몇 번이 있는지 대충 알아도 찾아갈 수 있겠다.
그러나 도로명 주소라면
먼저 경춘북로의 시작점을 찾아(약간은 과장을 해서... ) 측량기사처럼 552m를 가야하나?
그런데 가만보니 우리 집은 5580m지점인데 주소에는 580이라고나와있으니
실제로는 5552m를 가야하는 것인가? 만약 다른 지역의사람이 남양주시청을 찾아간다면 앞에 5라는 숫자가
더 붙어있다는 사실을 모를텐데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전화를 하면 분명 바쁘신 공무원분들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겠지만 길을 알려주는 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되지는 않을까 오지랍 넓은 걱정도 해본다.
도대체 어느 누가 이런 발상을 했는지,
거미줄같은 도시를 정비하기에 앞서 지번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바꾸는 것이 그리도 급했더란 말이냐.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결혼을 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주소를 적은 메모지갖고 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설사 휴대용 네비게이션이 있다쳐도 다리가 튼튼해야 여기저기 헤맬터이니 미리미리 운동을 해야겠다.
사람이 있고 필요에 의해 도로가 있는 것인데 이건 도로 - 더구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맞춰 사람이 살아야하니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혼자 열받아 있었다.
이런 부조리함이 운전을 못하고 자동차 도로사정을 모르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그런데 도대체 경춘북로 시작점이 어디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춘천사는 사람이 우리 집에 오려면 중간지점에 있는 우리 집을 지나쳐 경춘북로 시작점에서부터 거리를 재 다시 거슬러 올라와야하니 반드시 알아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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