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부익부 빈익빈

hohoyaa 2011. 3. 28. 23:47

지금 학교에서 돌아온 하나는 기운이 없다.

피곤해서 그런가해서 슬쩍 떠보니 눈물이 한방울 흐른다.

"세상이 참......."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지난 금요일,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해외봉사단 모집안내가 내려왔단다.

어릴 적부터 교육봉사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하나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꿈에 한발짝 다가가기 위해 당연히 지원을 했단다.

하나가 교무실에서 지원서를 작성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벌써 심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심사를 하는 선생님이 너무 쉽게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 못내 불안하긴 했단다.

예를 들면 하나가 아는 어느 학생은 영어실력이 참 좋은데 자신의 영어실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는지 선생님이 '얘가 영어를 잘하는지 아닌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탈락.'하는 식이었단다.

가슴을 졸이며 지원서를 작성하고 오늘 결과가 나왔는데 하나도 탈락.

 

그것이 하나를 슬프게 한 것일까.

남편과 나는 너무 마음에 두지 말라고 실패도 약이 되는 것이라고 위로를 했다.

그런데 슬픈 얼굴로 도리질을 하는 하나의 말을 들어보면

해외봉사지원서라서 영어실력을 본다고 했는데 정작 심사는 영어선생님도 아닌 음악선생님이 당락을

결정하였고 더구나 그 기준이 해외거주경험이었다며 자기는 그것이 납득할 수 없다한다.

왜 늘 기회는 기득권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냐며 자기처럼 해외에 나간 적이 없는 학생은 앞으로도

영영 기회를 박탈당한채 살아가야하는 것이냐고 눈물을 흘렸다.

작년에는 워싱턴에 있는 자매결연학교의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 학생들을 안내하며 통역할 학생을 모집한다해서 친구와 함께지원했는데

그 때에도 해외거주경험이 없어서 안된다는 말에 둘이 모두 실망을 했다한다.

사실 그 일에 그렇게 수준높은 영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건만 어른들은 왜 그런 기준으로 사람을 재느냐고

얼마나 흥분을 했던가.

마침 영자신문부였던 친구와 하나는 인터뷰를 빌미로 그들에게 다가가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면서 대화를 해봤는데 미국학생들이 자신들의 영어를 못알아 듣는 것도 아니고 그들 영어를 모르겠는 것도 아니었단다.

그런데,오늘  또 그런 어이없는 경우를 당했다며 눈물까지 비치니.......

 

아~! 그 모습을 보는 우리 부모의 마음은.......

하나는 자신했었는가 보다.

지원서도 나름 소신있게 적었고 영어실력도 내신은 물론 전국모의고사에서도 외고학생들보다 잘나오기에

그리고 자신이 늘 꿈꾸었던 것이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데.

 

이런 경우가 부모를 잘못 만난 경우인가.

이거 원~~!!

부모의 능력이 곧 자식의 능력이 된다더니.

그래도 지금 하나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예의 밝은 얼굴로 자기는 언제고 꿈을 꼭이루리라 큰소리를 친다.

자기처럼 부조리한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 공부하겠다고 한다.

역시 우리 딸.

 

2011,3,29

오늘 아침까지도 하나는 못내 아쉬운 마음이 컸는지 얼굴표정이 안좋다.

어제는 그것 때문에 속상해서 점심도 안먹고 저녁도 한숟갈정도만 겨우 넘겼다고 한다.

나는 내나름대로 하나를 납득시키느라 좋은 말로 구슬러도 보았다.

아무렴 음악선생님이 혼자 마음대로 뽑았겠느냐,학교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이 있었을 것이다.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히는 것이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니까 그만 잊어버리라고 했는데.

하나가 느끼기에는 담당선생님과 근처에 앉은 친한 선생님들끼리 수다떨듯이 학생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이 기분이 안좋았는가 보다.

학교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니까 영어를 잘해야한다고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 기준이 결국 해외거주였다는 것이 자기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간단다.

하나는 나름대로 그런 쪽으로 관심이있어 1학년때에는 그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기에 그런 것도 적었고

영어말하기 대회 수상실적과 비젼등등 자기로서는 아마 기대를 했었는가 보다.

 

해외봉사라는 것이 대학입학시 가산점이 있어서 누구나 가려고 하는 것이지만 그것도 개인이 사비를 들여 가는 것은 인정이 안되고 관주도로 가는 봉사활동이 유리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들 그렇게 그 프로그램에 매달리는 것이었다.

봉사라는 것, 해외는 고사하고 동네에서도 그 자리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너도 나도 봉사를 하려고 하다보니 자리나기도 쉽지 않고 집이 있는 우리동네에서 봉사를 하면 시간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같아 작년부터 알아봤으나 동네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곳은 이미 이 동네 학교와 계약이 되어 그 학교 학생만 받기로 되어있다고 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한글과 영어를 가르쳐주겠다고 이상은 높게 가졌으나 현실의 벽이 더 높아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봉사활동의 시간을 "없는"휴지줍기같은 것으로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을 가기위한 스펙으로서의 한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마음을 접으라고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지만 내후년 대학입시에서도 역시 그런 좌절을 맛보게 될까봐서 씁쓸하다.

스펙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는 벽돌 한장이 필요한 하나에게 '굿모닝 에브리원'이라는 영화를 보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