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수험생에서 면접관이 되어보니 알게되는 것들

hohoyaa 2011. 3. 13. 21:31

고등학교에 입학해 1학년 1년동안 영자신문부에서 차장으로 활동을 했던 하나.

작년에 겨울 방학을 하면서 일년간 노력의 산물인 영자신문을 잔뜩 들고왔다.

한두 부정도면 될 것을 왜 그렇게 많이 가져왔냐고 했더니 중학교 친구들과 중학교 선생님들께도 드리려고

넉넉하게 가져왔다며 다음 날 당장 졸업한 중학교로 가서 선생님들께 인사드리고 한부씩 드렸더니 그렇게 자랑스러워하시고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주셨단다.

 

제대로된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하나의 영어실력은 엄마인 내가 잘한다,잘한다하기는 하면서도, 또 블로그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도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유치원때부터 갈고 닦은 실력들인데다 영자신문부에서 학원도 안다니고 외국에 나가보지 않은 학생은 하나 한 명뿐이었기에 처음 영자신문부에서는 그런 하나에게 아예 지원할 기회도 주지않았었다.

하나는 자기도 누구못지 않게 잘할 수 있다고 담임선생님께 추천을 부탁했고  그런 하나를 이쁘게 보신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꿈에 그리던 영자신문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후에는 특유의 적극성과 쾌활함으로 곧 지도선생님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즐겁게 일년을 지내다보니 8장의 신문이 결과물로 나오고 지도 선생님의 한량없는 사랑과 인정,그리고 관심은 곧 생활기록부에 본인은 이 학생을 무한신뢰한다는 구구절절 극찬의 글을 써주셨다는 선생님의 귀띔까지 얻어듣게 되었다.

 

영자신문부는 작년 일 년동안 시범삼아 운영한 계발활동이었기에 2학년이 되어서 계속 할 수 있을런지

불확실했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영자신문부가 계속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혹시 영자신문부가 없어지면 뜻이 맞는 친구 몇몇과 펜팔이나 설문조사를 통한 청소년외교활동인 교내

반크동아리를 하겠다며 겨울방학동안 친구들과 모임을 갖고 이메일을 주고받고 지도 선생님도 모셨단다.

하지만 영자신문부가 계속된다니 공통점이 있는 그 두가지를 서로 통합해 활동하기로 했단다.

 

3월이 되어 신입생이 들어오고 2학년 하나는 선배입장에서 1학년 교실을 돌면서 지원자를 모집했는데

후배들이 겁이 나서 지원하지 않을까 봐 조건을 누그러뜨려  영어 인터뷰도 안하고 원어민과의 대화도 없이 지원자의 성실성과  자기소개를 얼마나 조리있게 하는가, 그리고 영어실력은  'I'm a girl. You're a boy.' 를 할정도의 실력이면 된다고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었단다.

그랬더니 15명을 뽑는데 45명이나 몰리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영어실력을 보기로 한 면접날.

시간상 일대일 면접은 못보고 한번에 다섯명씩 앞에 앉히고 보니 면접받는 학생들의 모습이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보이더란다. 그래서 하나가 부득이하게 탈락시킬 수 앆에 없었던 유형을 소개해 본다.

 

무관심형.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그 지원자는 본인의 인터뷰는 적극적으로 답했지만 나머지 학생들의 인터뷰 시간에는 내내 딴청을 하고 지루하다는 듯 다리를 떠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단다.

"자기말만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않는 사람은 팀웍에 장애가 될것이니 탈락!"

 

지나친 겸손형.

어느 정도의 PR이 필요한 면접자리에서 저는 영어를 못하지만 영어를 배우러 왔습니다라며 끝없이 자신을 깎아내리며 자신없어하는 모습의 지원자. 결코 좋아 보이지 않더란다.

"그러면 우리 영자신문부가 그대를 왜 뽑는가? 영자신문부는 영어공부를 가르쳐주는 곳이 아닌 스스로

 찾아배우는 곳이야.탈락!"

 

곧이 곧대로형.

말이 그렇지 뜻이 그런가?

영어는 기본만 하면 된다고 했더니 정말로 영어에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이 오로지 생활기록부의 공란을

메꾸려는 방편으로 생각하는 지원자.

"만약 그 지원자를 뽑게되면 다른 팀원이 그의 몫까지 두배로 기사를 쓰고 귀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므로

 민폐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탈락!"

 

 

하나도 중학교 3학년때에 아무런 준비없이 갑자기 특목고에 지원을 했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이 많이 떨어졌는데 학생의 성적이 아니라 잠재력을 본다는 학교의 입시요강에

힘입어 자기 소개서도 열심히 쓰고 겁없이 무모한 도전을 했었다.

결국에는 쓰디쓴 고배를 마셨는데 왜 그 학교는 잠재력대신 숫자를 보았는지 실패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으며  한동안은 원망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면접관이 되고보니 그 숨은뜻을 알겠더란다.

또 면접관의 자리에 앉아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를 물으니 여고1학년 학생들의 꿈이 대부분 공무원이어서 그게 참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단다.

1년 위인 자기가 보기에도 마냥 신선하고 귀여운, 꿈이 많고 마음 껏 나래를 펼칠 시기인 1학년 신입생들의 꿈이 그렇듯 획일적이고 재미가 없다는 것에 뒷맛이 씁쓸하고 가히 충격적이었단다.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동안 마땅히 빛이 났어야 하는 그들의 얼굴은 경직되고 핏기없이 파리한 혈색들 뿐이었단다.

 

면접관으로서 2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 자신이 면접을 볼 때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가 있었고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점이 당락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비로소 납득이 되었단다.

하나는 2011년 2학년을 시작하면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할지 또 한가지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