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내 생일날.
남편이 아궁이에 불때지 말라했다.
아침은 상혁이 학교 보내면서 있는 것으로 대충먹고
점심에는 남편이 보아둔 맛집으로 하나와 셋이서 다녀왔다.
그런데 맛집이란게 거창한 곳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쌈밥집 비슷한 두부전문점으로 꽁보리밥에 감자전도 맛있었고 그야말로 토속적인 맛이 남아있는 곳이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골목이 있었다니... 감탄해마지 않으며 딱 우리 어릴 적 놀던 그런 골목길이라고 하나에게 설명을 해주니 하나는 그런 길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흙먼지 이는 땅이 있고 야트막한 블록담장이 나란히 있는 그런 골목길은 우리에게나 좋은가보다.
저녁에는 우리 아이들이 부곡이모라 부르는 직장 선배가 갑자기 케잌을 들고 나타나 같이 저녁을 먹었다.
하나가 좋아하는 아구찜을 먹으러 다녀왔는데 방안에 자리잡은 우리는 밖에서 함성소리가 안나길래
박태환이 1500m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을 알았다. 그래도 잘했다.
만약 금메달을 땄다면 우리 상혁이는 박태환도 엄마 생일을 축하하느라 금메달을 땄다고 농을 할것인데.
집에 와서 언니와 가족이 둘러앉았다.
이모가 사온 케잌을 셋팅하면서 상혁이가 엄마는 주인공이니까 방에 들어가서 있으란다.
잠시후 준비를 끝내고 불을 끄고 나를 데리러 와서 손을 잡아 이끌었다.
언니가 사온 케잌에는 조금 큰 10살짜리 양초가 4개 꽂혀있다.
나중에 보니 한살짜리 양초 무더기는 멀찌감치 치워놓았더라.
엄마에게 엄마 나이를 알리지 말아야한다는 특명이 있었을지도. ^^
하긴 양초가 너무 많아도 촛농이 처치곤란이고 불어 끄기에도 숨이 가쁘겠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으허허어엉...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상혁이가 설움이 복받치는 울음을 토해내 깜짝 놀랐다.
한번 물꼬가 터진 울음은 어찌할 수가 없어 상혁이를 안아 달래며 촛불을 같이 끄자고 했더니
숨이 고르지 않아 그도 못한다.
상혁이는 울면서 웃으면서 울음을 참으려고 애를 쓰고 그런 모습을 보는 우리는 궁금해졌다.
왜 울었을까?
나중에 상혁이에게 물었다.
"상혁아,왜 울었어?"
"몰라, 그냥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여러가지 감정이 복받쳐서......
엄마,미안해요. 내가 엄마 생일노래 부르다가 울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남편과 둘이서 잠자리에 들며 못다한 탐구생활을 시작했다.
정말이지 상혁이는 왜 울었을까?
케잌을 너무 오랜만에 보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생크림케잌이 아니라서?
부곡 이모가 안주무시고 간다는 말을 듣고?
"아~! 녀석, 너무 마음이 약해서 걱정이다."라는 나의말에
"정이 너무 많아서 그래."
"그러니 걱정이지. 상처를 많이 받을까 봐서."
"내가 살아보니까 그래도 상처를 받고 사는게 상처를 주며 사는 것보다 낫더라.
하나도 상혁이도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잘살거야."
"....... 그랬으면 좋겠다."
****************그 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확인차 다시 물었다.
"상혁아,왜 울었니?"
"....... 엄마,제가 하는 말 듣고 기분나빠시면 안되요~! 그냥 농담이니까."
"그래. ^^"
"케이크에 꽂은 촛불을 보는데 갑자기 아~! 엄마가 돌아가실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앞으로도 내가 엄마한테 잔소리 들을 날이 많이도 남았구나하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내가 불쌍해서 울었지,뭐. 엄마 기분나빠하면 안되요~!"
이 말만 하는데도 눈시울이 벌개지는 녀석.
그렇지...엄마 나이가 많아서 울었구나.
20년 후에도 그런 마음일런지.......
이 블로그에 와서 위안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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