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어머님도 며느리셨는데

hohoyaa 2008. 10. 9. 23:37

오늘 어머님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 보이셨다.

그저께만 하더라도 금방 일어나실 듯 아주 좋다고 하셨었는데......

새벽에는 심장이 마구 뛰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보니 식은 땀에 머리와 등이 홈빡 젖어 있다고 하셨다.

나는 어머님과 함께 왜 그럴까요?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혹시 병원이라 긴장하시거나 예민해져서 그런게 아닐까요? 원인을 찾느라 골몰해 본다.

어머님은 일년에 몇번씩은 꼭 그렇게 심장이 뛴다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나도 자다가 가슴이 답답해서 깨게되면 한동안은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하고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아 날을 새운 적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까 어머님은 하나 아빠가 아버님 성격을 닮아 버럭하는 바람에 너도 그런가 보다며 어쩔까나 걱정하신다.

일 년에 11분을 모시는 제사와 명절즈음해서는 늘 조급해하다가 기어이 심장 뛰는 병이 생겼다는 어머님 말씀에 나는 내심 놀랐다.

"어머, 어머님도 그러세요?"

"그럼, 어려서 시집와 잘 하지도 못하는 음식을 어떻게 다 차릴까 늘 조마조마했제"

"그런게 다 여자병인가 봐요."

"그라게 여자로 태어난 죄제."

어머님도 시집와서 60평생을 힘들게 사신 분이란걸 나는 왜 잊고 있었을까?

어머님은 음식을 많이 장만해서 조상들 모시고 자식들 먹이길 좋아서 하시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안그래도 가짓수 많은 차례 음식에 아무개가 좋아하니까 이것도 한가지 더하자, 아무개가 온다니까 요것도, 아버님은 이걸 좋아하신단다, 이대로 차례 모시기에는 아무래도 좀 서운하니 한가지 더하자......이러실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요즘 어머님은 안구 건조증이 와서 안약을 넣으신다.

그런 어머님이  늘 내 손을 잡고 네가 고생이 많다.나중에 복많이 받아라.고맙다.미안해서 어쩌냐. 하시며 눈시울을 적시면 나도 코끝이 찡해진다.

 

 

 

 

'어루만지기(feel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판되는 면생리대 해부해 보았더니  (0) 2008.11.15
잘자요,엄마  (0) 2008.10.16
10월 어느 날.  (0) 2008.10.05
아버지와 친정 선산에...  (0) 2008.09.23
휴가 나오면 전화 해~.  (0) 200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