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시의 유명한 관광지인 만장굴과 김녕사굴 사이에 제주김녕미로가 있다. 키 큰 나무사이로 샛길이 만들어져 한번 들어가면 방향감각을 잃게 되어 어디로 나와야 할 지 헷갈리게 하는 그런 미로이다.
제주도에서 37년째 살고 있는 미국인 프레드릭 에이치 더 스틴(Fredrric H.Dustin,국립제주대학교에서 23년간 객원교수로 재직)이 자신이 평생 모아 온 1억 2천여만원을 들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로 디자이너 에드린 피셔(Adrian Flsher Minotaur Maze Designs)가 디자인한 설계를 바탕으로 1987년부터 손수 나무를 심고 흙을 퍼다부어 가꾼 아시아에서 유일한 관엽 상징 미로공원이다.
김녕미로는 상징적 미로에 퍼즐식 미로를 혼합하여 만든 미로로 공중에서 보았을때 제주의 역사와 지리를 말해주는 7가지 상징물로 디자인 되어 있다. 전체적인 모양은 동서로 누워 있는 제주도의 형태를 띄고 있고 주요 상징물은 1970년 중반까지 살아 있던 제주도 초기의 애니미즘인 뱀, 1276년 몽고에 의해 사육되었던 말을 나타내는 제주조랑말, 처음으로 한국과 제주도를 서양에 소개했던 하멜이 타고 가다 1653년에 제주 앞바다에 난파되었던 SPARROWHAWK호 그리고 제주도의 청동기 문화의 유래를 상징하는 고인돌 등이다.
처음엔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숲속에 들어서면 외딴 섬에 와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하였으나 현재는 매년 40여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로 각광받는 명소가 되었다. 세 개의 구름다리와 전망대가 있어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기에 충분하고 미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입구에서 출구 까지는 총 4개의 길이 있다. 지도를 보고 잘 찾아 가면 5분만에 나갈 수도 있지만 보통은 15분에서 20분, 헤매는 여행객들은 50분이 넘도록 못 나가는 경우도 있다.
* 미로에 대한 개요
미로는 5,000여 년 동안 인류를 흥미있게 만들어 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미로는 지중해와 아드리아 해안에 있는 크레타 섬에서 발견되었다. 유럽에서 발견된 것보다 더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로가 아메리카에서 발견되었으나, 이를 증명할 수 있는증거가 거의 없다.
동양에서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미로가 발달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미로하면 영국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미로가 영국에 있기 때문이다. 제주김녕미로도 영국미로의 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로 디자이너 에드린 피셔가 디자인했기때문이다.
<다음 검색 '한국 관광공사'>
제주 도착 둘쨋날, 마침 제주에 와 있던 민정씨와 후니마미님을 김녕미로공원에서 만나 즐거운 오후 시간을 함께 보냈다.
김녕미로공원은 작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으나 여의치 않았기에 올해에는 아주 작정을 하고 제주 동부권을 주목적지로 잡았다.
계속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속에서 미로찾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마침 우리가 입장한 시간에는 해가 반짝하게 떠 주어 도리어 땀을 많이 흘렸다.
미로 입구에서 기념 촬영.
항상 내 작은 입이 불만인 나는 이런 사진을 보면 너무 답답해져서 입을 더 키울 수 없다면 볼살을 빼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
남편은 상혁이와 편을 먹고 하나는 민정씨와 나는 후니마미님과 짝을 지어 팀별 대항전을 갖기로 했다.
어느 팀이 먼저 종을 치고 돌아올 것인지?
앞서가는 후니마미님의 씩씩한 걸음걸이.
너무 빨리 걷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져서 이리저리 헤매고 둘러보고...
여기가 저긴가? 거기가 여긴가? 미로를 구성하는 나무울타리 너머로 오가던 목소리들은 잠시후에 상기된 얼굴로 서로 맞딱뜨리게 되고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길을 묻고 함께 의논하기도 한다.
한 번 만나고 두번 만나고, 헤매는 사람들은 계속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함께 헤매게 된다.
중간 중간에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는 의자도 있고 재미있는 글을 써놓은 간판도 봤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지금은 전혀 생각이 안 나고 오리무중이다.
갔던 곳을 뱅뱅 돌고 있는 것을 알고 난 뒤 종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고개를 들어 보니 낯익은 모습들이 보인다.
허걱~~!! 저건 상혁이와 하나같은데...설마??
와~!정말이다.
미로찾기는 금방 해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등은 상혁이와 상혁이 아빠, 2등은 하나와 민정씨,우리는 3등.
종루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던 남편은 우리더러 한 참 멀었다고 해서 완전히 의욕을 상실해 버렸다.
날씨도 너무 덥고 지도도 없으니 방향 감각도 없고 그저 머리위로 들리는 남편의 안내대로 출구를 향해 나갔다.
출구 쪽 전망대에서 바라다보이는 미로의 모습.
이름도 생소한 랠란디 나무의 빛나는 녹색이 싱그럽다.
비를 맞아서인지 솔솔 풍기는 나무향기에 한시간을 헤매고 다녀고 피로하지 않을 것 같다.
빗물에 질퍽거리는 붉은 색 땅은 단순히 진흙인줄 알았더니 송이라는 제주 천연 화산석으로 피부에 좋은 약알칼리성을 띠고 음이온이 풍부하며 자연상태에서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원적외선 방사량이 93%에 이른다고 한다. 또 99.9% 항균작용으로 피부트러블 예방에도 탁월해 화장품 원료로 많이 쓰인다고 하니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개구장이 아이들처럼 맨발로 마구마구 휘젓고 다녔을터인데.
공원입구에 발씻는 곳이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1년에 1m이상 자라는 랠란디 나무는 병충해와 가뭄에 강한 측백,편백 나무의 변이종이라고 한다.
편백 나무역시 항균,살균 작용이 있고 아토피에는 물론 피톤치드 성분이 많다 하니 미로공원에서는 미로를 빨리 벗어나기보다는 오랫동안 헤매는 것이 더 이로울 것 같다.
여기가 우리가 들어갔던 입구로구나.
요즘엔 하절기 야간개장이 있어서 담력이 센 사람들에게 심야미로찾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깜깜한 밤에는 진짜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재미있겠는걸?
입장권을 사면 하루종일 미로찾기에서 놀 수 있으니 시원한 가을엔 마냥 놀아도 재미있겠다.
아참~! 김녕미로공원에는 입장권이 없다.
그저 정해진 입장료만(성인 3300원,청소년1650원,어린이??-잊어버렸다. ㅜㅡ;,제주도민2500원) 내고 각팀마다 지도 한장씩을 주면 그게 끝이다.
어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입장료가 비싸냐고 하기도 하는데
다른 곳은 한 번 입구로 들어갔다가 출구로 나와버리면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지만 이 곳은 그게 아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몇번을 입구와 출구를 들락거리며 놀 수 있으니 비싸지 않게 느껴진다.
그리고 입장권을 받아도 그걸 고이 간직하는 사람보다는 바닥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오히려 환경을 생각하는 시스템인것 같기도 하고...
그럼, 그 입장료를 받아서 입장권도 안 찍고 다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김녕미로공원은 미로공원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의 대부분을 지역사회로 환원하고 있으며
'김녕세일링클럽'이라는 요트클럽을 만들어 김녕마을의 초중학생들에게 무료 요트교육도 시키고 있다.
또 '김녕미로공원'의 이름으로 제주대학교에 장학기금까지 출연하고있다고 하니
직원이 10여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규모의 공원이지만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은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김녕미로공원 바로가기 http://jejumaze.com/
미로공원 매표소 뒷쪽의 외국인 할아버지.
이 분이 바로 미로 공원을 만드신 더스틴씨이다.
동전을 세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다.
1930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치면 올해 79세.
사실 미로공원 설립자인 이 분을 여기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는 했으나 입장하면서는 보지 못했기에 그저 희망으로만 끝나는가 보다 했었다.
후니마미님이 먼저 발견을 했던가??
밝은 눈에 감사~~! *^^*
아이들과.
아줌마들과.
'어디에서 왔습니까?'
'오늘 비가 와서 재미 없었지요?' 등을 물으실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고 계시고 헤어질 때에는 같이 찍은 사진을 메일로 보내 달라고 명함을 건네기도.
1952년 연합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후 제주대,홍익대,세종대등을 거쳐 다시 제주대에서 교수로 재직하셨고 교수직을 그만 둔 지금까지 반평생을 제주에서 살아 온 더스틴씨는 미로공원에서 웃고 나오는 방문객들의 미소를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동굴이 많은 동부권에서 미로공원은 단연 생기 넘치는 가족공원으로 손색이 없다.
혹 미로공원을 가실 계획이라면 더스틴씨와의 기념 촬영을 추천합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블로거 세자매와의 단체사진을 찍어주신 찍사님도 한 컷 잡아 드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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