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오래된 친구

hohoyaa 2008. 7. 16. 23:52

오늘 오래 묵은 친구들을 만났다.

한 명은 고등학교 때 친구이고 다른 한 명은 대학교때 교회친구인데 우리 셋은 같은 교회를 다녔으니 서로 모르지는 않고 지냈다.

그리고 자주 전화하고 만나고 하지는 않았고 어쩌다 해를 넘겨 한 두번 전화 하고 몇 해만에 만나고 하여도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자리에 온기를 더하고 있는 그런 친구들이다.

사실 난 친정엄마와도 전화 통화를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자연 친구들과는 거의 내가 전화를 받는 입장이고 만나자 하면서도 선뜻 약속을 하지 못하는 게 내 성격이라 자칫 사이가 소원해 질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늘 마음속에서 '내 친구'라는 믿음이 오늘까지 우리를 묶어주고 있었을 것이다.

 

만나서는 그 친구들이 내게서 느꼈던 젊은 날의 내 초상을 멀찍이서 바라 보아 봤다.

나는 성격이 그리 원만하지 않았으며 말싸움에서는 절대 지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늘 나의 어리석음을 들킬까 봐 남자애들이나 선배의 농담과 장난에 날카롭게 반응하곤 했었고,때로는 아주 재밌는 농담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학생들은 내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를 받아 무서워 했다하니 여자로서 이 얼마나 수치스런 굴욕인가.

그런데 그 친구 왈 나의 수준 높은 재치를 그들 남학생들은 이해를 못해서 웃지를 못했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준다.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이 이야기 해주는 다른 친구의 이름들을 들으면서 나의 친구관계가 제법 넓은 것을 알게 되었고-일테면 너는 누구누구와도 친했고 아무개랑도 친했고 하는 식으로,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서로 친하게 되었던 그런 관계들로 인해- 또 특별히 신경 써주지 못하여도 역시 내가 알던 모든이들이 내 친구들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써 보낸 편지와 그림들,기타 잡스런 글들까지 갖고 있는 것 같다.

말을 들어 보니 그 시절의 나는 꽤 염세적이고 센치했던 것 같고 싫은 것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얼굴로 노출시켜 버리는 초짜였던 것 같다.

친구들은 내가 많이 달라 졌다고-소위 사람이 되었다고-남편의 공이 크다고 한다.

내 생각엔 난 변한게 없는데 다만 그 시절 좀 방황을 하긴 했었던 것 같다는 기억이 어렴풋하게 되살아 나기도 한다.

다음에 만날 땐 그 시절에 내가 썼던 글이며 그림을 보여 준다하니 기대가 되면서도 유치해서 고개를 못 들면 어쩌나 싶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 그 친구들이 느끼는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 진다.

 

오래 묵은 친구를 만나고 오니 오래 전 내가 꼭꼭 숨겨 두었던 내 모습이 보인다.

내가 모르고 있던 내 모습을 기꺼이 보아준 내 오래 된 친구들,그 친구들은 그대로다.

순수하고, 맑고, 배려하고, 향기있는 좋은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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