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살벌한 봄 날

hohoyaa 2006. 4. 14. 21:50

2006.03.25

 

 

나이 한살 더 먹어서 이제는 7살인 상혁이.

하지만 생일이 12월이라 한참 어리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봄이 되어 햇빛도 따뜻하지만 무엇보다 혼자 놀이터에 가서 노는 습관을 들이느라 내 보낸게 오늘로 4번째이다.

내가 집에 있을 때에는 TV를 통해 살피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긴 매한가지.

하나라도 일찍와서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는 날이면 한결 마음이 놓이긴 한다.

 

오늘은 회사에서 돌아온 내게 상혁이가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느라 욕실까지 따라 들어 왔다.

"엄마, 어떤 형아가 나 미끄럼틀 거꾸로 올라 가는데, 참 ...엄마가 계단으로 올라 가라 그랬지...... ^^;

근데 그 형아가  미끄럼틀에 침 뱉어서 내가 그거 안 밟을라고 그랬는데 그 형아가 ,

근데 그 형아 태권도 배우는 형아야.하얀 옷에 검은 줄 있는거 입었고 호랑이도 그려져 있었거든?

근데 그 형아가 내 신발에 침 뱉어서 내가 그냥 집에 오는데 내 뒤를 막 따라 오면서 때릴라 그러구

이렇게 칼 많이 펴져 있다가 합치면 하나로 되는 칼 있잖아? 그걸루 내 배를 찔렀어."

"뭐? 칼?"

"응, 그거 장난감 칼이야.그리구 그 형아 9살이래 난 7살인데.

그러니까 그 형아 진짜 나쁜 형아야."

내 생각엔 맥가이버 칼 같은데,그런 장난감도 있었나? 슬슬 열 받음!

 

전화가 왔다.

낮에 오셨던 외할아버지가 흥분하시며 상혁이가 울고 들어 왔다고,누가 배를 찔렀다더라.

그런건 걔 부모도 알아야 하니까 가서 부모를 만나 얘기해 줘라. 도대체가 요즘 애들은,,,,,,

앞으로는 내가 슬쩍 따라가서 현장을 잡아야겠다. 너두 애들끼리 내 보내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쯧쯧쯧.......

"흥분 하지 마시고요,걔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상혁이 괜찮으니까 걱정 마시고 주무세요."

 

그 와중에 하나까지 나와서 흥분한다.

"엄마,나 걔 누군지 알겠어. 걔 욕도 무지 많이 해.중학생한테도 하고......

상혁아, 너 누나없을 땐 놀이터 가지마.그리고 걔 만나면 누나가 혼내 줄테니까 누나한테 얘기 해."

"근데 누나가 없으면 어떻게 해?"

"전화 해."

"난 핸드폰 없는데......"

"그러면 공중 전화로 가서 1541 수신자 부담으로 하면 되잖아."

"공중전화가 뭐야? 누구껀데?"

"ㅜㅡ;  야, 유 상혁! 어쨋든 네가 뭔가 잘못한게 있었을거야.괜히 건방지게 덤볐거나......

전에도 누나한테 중학생 오빠 데려와서 혼내 주라고 했잖아.제발 나서지 좀 말아라."

 

생각해 보니 오싹하다.

이제 홀로서기고 뭐고 졸졸 따라 다니며  감시 아닌 감시를 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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