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아하던 닭고기도 AI 때문에 한 동안 못 먹고 돼지고기만 먹다가 이번엔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자
큰 맘먹고 거금을 들여 쇠고기를 사다 먹었다.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라 사거리가 꽉 막히고 다리 공사로 인해 차타고 나가는 그 길이 더 험난해 남편이랑 나랑은 우리가 자주 가는 정육센터에 걸어서 다녀 왔다.
국내산 한우를 취급하는 그 곳은 평소에도 믿음을 가지고 사다 먹었기에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도 우리는 그 곳을 이용할 것이다.
고기를 다루는 젊은 주인에게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 오면 타격이 클것 같냐고 물어보니까
아마도 쇠고기 값은 좀 내리지 않겠느냐고 한다.
아~!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이긴 하지만...
지난 번에 맛있게 먹었던 살치와 안창살.
두꺼운 (약간 우묵한 그릇이 좋다. 우리는 전골용 돌냄비에...) 그릇에 정육점에서 얻어 온 기름을 골고루 깔고 그 위에 양파를 두껍게 썰어 놓고 고기를 올린다.
고기를 이렇게 구워 먹는 방법을 하나 아빠가 알아 와서 그 이후로는 늘 이 방법으로 구워 먹는데 양파에서 나오는 향이 고기의 잡내를 없애주고 양파만 계속 바꿔 깔아주면 고기를 타지 않고 촉촉하게 끝까지 먹을 수 있다.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며 하나가 이게 내 생애의 마지막 쇠고기라고 푸념을 하니까 상혁이도 위기감에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린다.
이 날은 상혁이 친구 현서가 같이 있었는데 식탁 예절이 어찌나 바른지 자기만 먹는게 아니라 옆에 앉은 친구를 간간이 챙겨주는 덕에 상혁이는 더 맛있게 먹었다.
설도로는 장조림을 했다.
장조림이야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일단 끓는 물에 고기를 넣고 다시 끓어 오르면 불을 줄여 30분 정도 더 끓인다.
젓가락으로 질러 봐서 핏물이 안 나오면 OK.
국물은 따로 받아 육수로 사용해도 좋지만 우린 이 간장에 밥을 잘 비벼 먹어서 그대로 간장을 한 컵 넣어 더 졸였다.
이 때 건고추,생강,마늘을 같이 넣어서 끓여주고 마늘을 나중에 넣으면 물러지지 않아서 씹는 맛도 있다.
입맛에 따라 설탕을 좀 넣어 짠맛을 조절하면 옛날 엄마가 해 주시던 향기로운 장조림을 맛 볼 수 있다.
설마 이걸 끝으로 다시는 쇠고기를 못 먹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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