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책읽기/책장을 덮으며(book review)

익숙한 이야기

hohoyaa 2008. 3. 22. 23:08
지은이
출판사
월간싱클레어
출간일
2007.12.25
장르
소설 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생애 한가운데로 잘 알려진 루이제 린저의 소설.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작품이자, 단행본으로서 최초로 출간되는 루이제 린저의 메르헨이다. 아기예수의 탄생과 그를 찾는 동방박사의 설정을 차용, 어른들의 눈에는 망원경을 통해서만...
나의 평가
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
 

별을 쫓는 아이들은 루이제 린저의 작품이 아니었던들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춘기 시절 '생의 한가운데'라든가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때','완전한 기쁨'과 같은 작품으로 익숙한 그녀의 동화는 어떤 색채가 묻어날지 궁금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예수의 탄생과 동방박사 세사람의 이야기를 메르헨의 형식을 빌어 재미있게 풀어 쓴 것이다.

아마 린저는 그녀의 아이들이나 손주들에게 크리스마스날 밤 흔들의자에 앉아 아주 오래된 옛날 이야기를 해 주듯이  편안하게 이 메르헨을 썼을 것이다.

작가의 그런 느낌은 오늘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아기예수에게 경배를 드린 동방 박사 세사람은 어른이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들의 아들이고 딸인 어린아이들이고 그들은 오로지 신비로운 꼬리별에 의지해 각자 홀로 미지의 세계 사막으로 길을 나선다.

우연한 장소에서 서로를 만나게 된 세 아이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왔으나 '꼬리별'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기에 의기투합을 해서 새로운 왕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아마 이쯤이면 황량한 사막에서 위협에 맞닥뜨리나 기지로 그 위기를 극복하고,다툼이 있고 화해가 있고 모험이 있는 줄거리를 기대하게 되지만 서운하게도 이 이야기엔 그런 클라이막스가 없다.

물론 약간의 갈등으로 꼬리별의 존재 자체를 흔들리게 하는 시간도 있긴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밋밋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예측 가능하게 하는, 작가의 속임수나 편법이 들어가 있지 않은 책이다.

 

이 동화는 아마 작년 크리스마스를 겨냥해서 출판되었을텐데 이미 화려한 상술로 치장된 요즈음의 성탄절에 읽기엔 그 언어가 너무 명징해서 어쩌면 고루하게 느껴질런지도 모르겠다.

믿을 수 없는 기적보다는 내 손안에 던져지는 사탕 한 알에 더 현혹되는 우리이기에 뻔히 아는 이야기에 설정만 약간 달리한다고 크게 반향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왕이 권력과 나라와 군대를 가진 힘의 왕이 아니듯이 '별을 쫓는 아이들'은 거창한 볼거리는 없으나 세상의 소금과 같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는 마음의 동화다.

이런 책이 잘 팔리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출판을 결정한 '월간 싱클레어'도 역시 이 책의 정신과 닮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우리 마음엔 이미 평화의 왕이 들어 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