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책읽기/책장을 덮으며(book review)

읽지말고 말해 보라

hohoyaa 2008. 3. 20. 00:20
출판사
여름언덕
출간일
2008.2.20
장르
인문 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총체적 독서를 위한 새로운 독서 패러다임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비독서를 포함하는 새로운 독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다. 2007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대중과 평단과 언론의 찬사를 받은 책으로, 전통적으로 당...
나의 평가
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

요즘처럼 책들이 분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살다보면 어느 모임엘 가나- 꼭 문학 모임이 아닐지라도- 책에 관한 담론으로 물고를 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가 읽은 책, 내가 읽은 책으로 이야길 하다보면 서로의 성향을 알게 되고 비약하면 독서가 곧 교양의 척도를 재는 잣대가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권장도서목록에서부터 고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책들을 모두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없으나,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그저 뻔한 스토리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들었었다.

그리고는 곧, 읽어보리라.

작자가 어떤 식으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사기를 치는지 한 번 알아 보리라하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책의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파리 8대학 프랑스 문학 교수이고 정신분석학자이다.

문학을 강의하는 그이지만 그가 강의 시간에 언급하는 책들은 대부분 자신이 펼쳐 보지도 않은 책이란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자신이 비독서자로서 겪어 온 체험을 전하고 있다.

 

 

 

책의 앞 장에는 약호표가 있다.

 

OP.cit.   앞에서 인용한 책

Ibid.      같은 책

UB        전혀 접해보지 못한 책

SB        대충 뒤적거려 본 책

HB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된 책

FB        읽었지만 내용을 잊어버린 책

++         매우 긍정적

+           긍정적

-          부정적

--         매우 부정적

 

 

 

이 약호표를 미리 알아두면 책을 읽으면서 그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막상 본론으로 들어가서는

프랑스의 저명한 평론가 발레리가 실은 거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었음에도 그가 얼마나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프로스트나 아나톨 프랑스를 비평했는지 그의 화술에 감탄스럽기조차 하고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는 자신이 쓴 것을 기억하지 못하기에 다른 사람이 몽테뉴 자신의 텍스트를 인용할 때 그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보며 어떤 독자라도 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캐롤 리드의 흑백 영화 ‘제3의 사나이’, 빌 머레이가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 ‘사랑의 블랙홀’등을 예시로 담론의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는 저자의 노련함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재미를 한층 배가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게는 내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을 해야 할 때 어떻게 그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지 궁금하기만 한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책과 맺는 관계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결국 창작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초의 한 형태이며

중요한 것은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라 한다.

그는 독자에게 문학 텍스트와 자유로운 관계를 맺을 것을 권하고 책이란 읽을 때마다 다시 꾸며지는 것이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책을 꾸며 낼’권리를 가지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 책은 근래 읽었던 중 아주 재미있게 읽은 축에 속하며 이 책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으나 오히려 그것은 사족에 불과한 것이라 조심스럽다.

그리고 감히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니 차라리 제목만을 보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해보라.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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