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엄마 가슴이 아플까 봐서...

hohoyaa 2007. 3. 8. 11:46

상혁이는 12월에 태어났다.

누나와 마찬가지로 새벽에 첫 울음을 터뜨리며 간호사로부터 아무 이상없이 건강한 사내 아이라고 들었다.

 

결혼을 늦게한 나는 하나를 낳을 때엔 첫 출산이자 노산(?)에 대한 걱정으로 열달을 지냈고,6년 차이가 나는 상혁이를 가졌을 때엔 마흔둥이에 대한 염려로 일찌감치 신생아 보험도 가입해 놓았고 산전 막달엔 동의보감 처방에 의한 '축태음'이란 탕재도 먹었다.

축태음은 열 달 동안 양수속에서 불어 있을 태아의 붓기를 빼 주고 산통을 오래 끌지 않고 빨리 나오게 해 주는 약이며 아이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출산일 새벽, 병원으로 가는 차안에서 애가 나올것 같아  병원 문앞에 도착하자 마자 곧장 분만실로 뛰어 올라 가려고 했으나 임산부는 반드시 휠체어로 이동해야 한다는 병원 규정에 발이 묶여 간호사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의지해 분만 대기실로 갔다.

대기실에 머물 시간도 없이 당장 나올것 같은데 병원의 그들은 아무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병원에 오는 모든 엄마들이 다 그렇게 바쁘게 서둘지만 정작 애는 하루가 되어야 나온다며...느긋하게 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난 산전 검사도 못 받고,끼고 있던 안경도 벗지 못하고 급하게 상혁이를 낳았고,남편은 차를 주차시키고 올라 오니 간호사가 아들이라고 말 해 주어 '그렇게나 빨리??'하고 놀랐단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은 나는 아이를 낳고도 미처 하지 못한 산전 검사를 위해 추운 분만실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 날 아침이 되어서야 신생아실로 아기를 보러 갔다.

신생아실 선생님은 내게 아기 귀가 조금 이상하다는 말씀을 하셨고 가슴이 철렁한 나는 오늘 새벽까지도 멀쩡하다 들었는데 무슨 소리냐고,청력에 이상이 있느냐고 물었다.

분만실에선 손가락,발가락,구개열 같은 외형적으로 크게 보이는 것에 신경 쓰느라 귀처럼 작은 부분은 간과 되었는가 보다.

불안한 마음으로 아기를 보면서 젤 먼저 귀를 살펴 보았다.

오른쪽 귀의 귓볼에 작은 귓볼같이 생긴 놈이 달려 있었다.

친정 엄마의 말씀으로는 '귀젖'이라고 걱정할 것은 안 된다고 하셨지만  병원 수유실에서 수유하는 동안에도 나는 무위식적으로 아기의 귀를 가리고 있었다.

옆의 아기는 황달로 두 눈 모두 거즈로 덮고 있고,.내 옆 침상의 엄마는 임신 중독증이 와서 아기를 조산했고,어떤 엄마는 쌍동이 키울 걱정에 날마다 눈물 바람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도 우리 아기의 귓볼 하나가 내게는 세상 모두와 맞 먹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성형외과 의사와의 면담을 잡아 주어 상담을 하고 작은 부위이긴 하나 전신 마취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아직은 어리니까 아이가 웬만큼 커서 주위의 시선을 알게 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 할 때 쯤 수술을 받기로 결정을 했다.

 

처음엔 수시로 나를 안타깝게 하던 그 귓볼이 아이의 재롱이 늘어 가면서 차차로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행복한 세월이 흘러 무탈하게 유치원을 다녔다.

다만 중간에 하나가 상혁이에게 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면서 나중에 병원가서 수술을 할거라는 얘기를 가위나 칼로 잘라 낸다고 겁을 준것이 상혁이가 자신의 귀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던 사건이었다.

어쩌다 살끼리 닿아서 진물이 나는 일로 밖에는  우리 가족 누구도 그 귀를 문제 삼지 않았고 또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상혁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주간에 나는 나대로 일이 바빠져서 정신없이 지내다 지난 일요일 하루는 상혁이를 꼭 끌어 안고 뒹굴었다.

한참을 엄마 품안에서 발버둥을 치며 장난을 치더니 내게 묻는다.

'엄마,초등학교에 가면 친구들은 착한 친구들일까?'

'그럼~!'

'근데 나쁜 친구들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나쁜 친구는 없을거야.아마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나게 될걸?'

'근데 엄마,놀리는 친구들은 나쁜 어린이지요?'

'응,상혁이는 친구를 놀린 적이 있어?'

'아니? 근데 친구들이 날 놀려.'

'뭐라고?'

'응...응...말하기 쫌 그런데...'

'괜찮아 말해 봐.'

'엄마가 들으면 기분 나쁠것 같애. 그래도 듣고 싶어요?'

'응.^^;'

'그러면 엄마, 다 듣고서 잊어버려야 되요?'

'그으래.'

'날더러 괴물이래. 또 외계인이라고 하고.'

'귀 때문에?'

"응. 그런데 수민이가 내 귀보고 아프겠다고 하니까 다른 애가 날더러 외계인이라고 나랑 놀지 말라고 했는데 수민이는 계속 나랑 같이 놀았어.그래서 괜찮았어.

그런데 엄마 나 이거 내가 열 다섯살 되면 수술해 준다고 했지요?

그러면 마취 안하고도 할 수 있다고요.'

'응, 그런데 꼭 열 다섯살이 안 돼도 상혁이가 원하면 일찍 할 수도 있어.이번 여름 방학에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상혁이가 걱정을 했구나? 새 친구들이 놀릴까 봐서?

그런일 있으면 진작에 엄마한테 얘기를 하지.그러면 이번 겨울에 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얘기하면 엄마가 여기 가슴이 아플까 봐서...'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엄마 가슴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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