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인생 게임

hohoyaa 2007. 2. 25. 22:50

인생을 시작하면서 누구에게나 선택권이 있으면 좋으련만 고저 조 위에 계신 하나님이 돌리신 뺑뺑이로 태어나  정해진 틀속에서 좁은 길을 걸어야 하는것이 우리의 숙명이지.

어젠 근 5년 만에 반가운 손님이 오셨다.

하나가 6살 때쯤이었나?

아파트 같은 라인에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 온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애기 엄마가 영어 수강생을 모집하는 광고를보았다.

직장 다니느라 하나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친정 부모님게 신세를 지고 있었던 내게 사교육은 친정 부모님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드리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시간을 보내는 목적이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선생님이 애들을 대하는 태도가 진심이라는 느낌이 다가왔다.

어린 딸이 있었던 그 집에서는 시간 날 때마다 하나를 함께 데리고 생활을 했다.

엄마와도 못 가본 대중 목욕탕을 하나는 영어 선생님과 함께 가 봤고,수업이 없는 날에도 하나는 그 집에 가서 음식을 만들고, 먹고,게임도 하고, 퀴즈도 하고,산으로, 들로 많은 경험을 했었다.

사실 하나는 지식 습득은 빠른 듯한데 금방 질려하는 아이이다.

영어 수업도 처음엔 4~5명이 함께였는데 애들보다 이해가 빠른 하나가 다른 아이들의 수업 내용을 지루해 하고 진도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가 아예 시간을 따로 내어 개인 교습을 해 주셨다.

교육적인 면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얘기할 적에도 한번도 생색을 낸다거나 돌려 얘기하는 일 없이 우리 하나를 인정 해 주셨던 것 같다.

 

상혁이가 태어나고 출근하는 엄마 대신 애를 돌봐 주시던 큰 시누를 태능까지 모셔다 드리느라 남편은 상혁이를 재워 놓고 집을 나섰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는 나와 태워서 함께 들어가려 했는데 오는 길에 하나가 전화를 했단다.

갑자기 애기가 깨서 울기 시작하는데 울음을 안 그친다는것이다.

아무리 초조해도 집에 가는 시간이 있으니 그저 하나에게 잘 달래고 있으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는데 잠시 후 영어 선생님이 오셨으니 걱정 말라는 전화가 왔다.

그 때에는 이미 우리가 영어 선생님네랑 세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온 뒤였고 시간도 늦은 시간에다가 선생님한테는 역시 어린 딸도 있었고,근처엔 외갓집도 있고 친절한 외숙모도 있었는데 하나에겐 영어 선생님이 의지할 대상이었는가 보다.

그렇게 알고 지낸지가 2~3년 정도 되고 갑작스럽게 그 집이 멀리 일산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어느 학부형은 그 선생님을 따라 같은 동네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우리는 같이 따라 가지는 못 했으나 선생님이 떠난 후 영어는 아예 엄두를 내지 못 했다.

어느 유명한 학원이나 교사도 그 선생님 만큼 진심 어린 사랑과 끈기로 대할 것같지 않아서였다.

이사한 후 우리 가족이 한 번 찾아가서 만났었고 어젠 그 사이 오산으로 이사 한  선생님네 가족이 아들 하나를 더 얻어 4식구가 되어 만났다.

 

특별히 아이들 놀이에 관심 있는 선생님은 하나에게 '인생 게임'이란 보드 게임을 선물 해 주셨다.

블루 마블이니,뭐니 해서 얘기는 들어 봤지만 그저 우리가 예전에 하던 그런 놀이 정도로 생각 했었는데 오늘 애들 등쌀에 게임을 같이 해보니 이것이 인생인거라.

 

 

 

시작에는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을것인지 아니면 직장을 얻을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

대학을 다니게 되면 먼저 학비 10만불을 대출 받는데 요즘 대학 졸업과 동시에 빚장이가 되고 신용 불량자가 된다는 말이 이 게임에서도 실감이 난다.

처음 게임을 할때엔 상혁이 빼고 모두 대학 다니기를 선택했으나 막상 졸업을 하고 보면 직업을 구하는 잇점만 있을 뿐(의사와 회계사같은 직업만 학위가 필수이다.그렇다고 반드시 월급이 많은것도 아니고.) 실생활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게임을 거듭하면서부터는 아무도 대학을 안 갔다. ^^;

 

 

 

 

 

돌려라~ 돌려라~

회전판을 돌려 나온 숫자만큼 전진을 한다

인생을 사는 것이기에 후진은 없다.

가다보면 적당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집도 구입하고 꼬박 꼬박 월급도 받는다.

하지만 보험도 들어야 하고 교육비도 내야 하고 부가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있다.

운 나쁘면 자연 재해나 화재,사고 같은 악재가 끼어 돈을 벌어도 자칫 도산 할 수도 있다.

 

 

 

 

 

숫자에 강한 남편은 상혁이의 재산 관리까지 해 준다.

 

 

 

 

 

 

그 뿐 아니라 우리의 월급이나 은행 대출,부동산 거래에까지도 관심을 기울이느라 가장 바쁘다.

그 바람에 자기 월급도 제대로 못 챙겼다지 아마~.^^

 

 

 

 

 

대학을 안 다녔어도 워낙 월급이 쥐꼬리만 하니 근근이 은행 대출로 살고 있는 나다.

돈이 없어도 때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쌍동이도 있다.) 집을 사고

어느 싯점에 가서는 또 집을 처분하는데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다 쓰러져가는 집을 4만불에 분양받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악재에 대비해 주택 보험을 들었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살 때에는 수수료도 낸다.

 

 

 

 

 

모든 거래는 투명하게...

오고가는 현찰속에 싹트는 부녀의 정.

 

 

 

 

ㅋㅋㅋ 상혁이는 집만 사고 보험을 안 들더니 태풍이 불었다.

2만불 아끼려다 12만5천불을 날렸다.

 

 

 

 

 

마지막엔 은퇴를 하고 시골에서 안전하게 살것인지 아니면 백만장자 사유지에서 다시 한번 인생의 반전을 노릴것이지 선택을 한다.

난 늘 시공 농장.

조 위의 '인생게임'이란 패는 일종의 덕을 쌓는 것이다.

쌍동이 입양이라던가,쓰레기 재활용,친지 방문같은 인생을 살아가며 자칫 소홀하기 쉬우나 가치있는 일을 하면 한 장씩 받게 되는데 저 뒤에는 인생을 변화시킬 그 무엇이 있다.

물론 이 게임에서는 돈이지만 그 액수가 제법 커서 이 패를 많이 모으면 최고 갑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우리 어른들보다 하나 특히 상혁이가 제일 많이 모으게 된다. 이 역시 뺑뺑이인데도...

 

 

 

 

 

긴장,신중,공정, 숨죽인 시간들.

 

 

 

 

 

척 봐서는 왼쪽의 내가 1등이다.

상혁이가 바꿔 준 월급 카드의 덕이지만...

 

 

 

 

 

하지만 역시 덕을 많이 쌓은 상혁이가 막 판 뒤집기에 성공해서 1등을 했다.

울 상혁이 내가 월급 2만불이 너무 적어 맨날 은행 대출 받는 것을 보더니 선뜻 자기의 8만불짜리

월급 카드로 바꿔 주었다.

자기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의 카드를 갖고 올 수 있었는데도 이 엄마를 위해 카드를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 내게 힘내서 빚 갚으라며 뽀뽀도 해 주었고,흐흐흑~~!ㅠㅠ;

그러니 복을 받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