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살 만지기(companion )

내가 져 주는 이유

hohoyaa 2006. 4. 24. 09:24

그 날은 울 하나를 품에 안고 젖 먹이고 있었네요.

하나 아빠가 점심에는 라면을 먹자며 물을 올려 놓더니 왔다 갔다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간만에 좀 편해 볼까하고 잠든 하나를 안고 좀더 누워 있었는데,와서 좀 도와 달라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립디다.

자기가 라면을 끓이면 나와서 김치라도 놓고 하지하면서 궁시렁 궁시렁...

잠 못자고 애 젖물리는 나도 있는데 라면 끓이는게 뭐가 어려워서 ????

마지못해 나가서는 저 역시 투덜거렸죠.

이왕 하는김에 상까지 보면 뭐가 어때서 그렇게 생색을 내느냐고...

김치 놓기가 그렇게 힘드느냐고...

그러다가 라면이 불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마구 화를 내는거에요.

뭐든지 같이 하면 좋을텐데 혼자 하려니 타이밍을 놓쳐서 라면이 불었다나?

그래서 또 한 마디 해서 약을 올렸지요.

라면 불을 시간까지 계산에 넣고 부엌에 들어서야 하는것 아니냐고...

그래서 한 바탕 싸웠습니다.

 

전 뭐든지 혼자 하는걸 좋아합니다.

근데 하나 아빠는 청소도 설겆이도 같이 얼른 끝내 버리자고 해서 자주 싸운답니다.

전 옆에 누가 있으면 걸리적거리고 불편하거든요.

남들은 저더러 이상하다하지만 근본적인 성격이 안 맞는데 자꾸 상대방에 맞추라고 하면 정말 싫거든요.

 

결국 그 날 나가더니 새벽에 술이 떡이 되서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는 인사 불성이 되어 현관 앞에 그냥 누워 버리는겁니다.

이 남자가 연극 배우잖아요.

그래서 그런것두 믿을 수 없고 무지 보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막 화를 냈습니다.

술 취한 척하지말고 정신 차리고 옷 갈아 입으라고...

한참을 실갱이 했는데 갑자기 이 사람, 벌떡 일어 나서 한바탕 하는 겁니다.

"야! ㅇㅇㅇ. 너,나 이겨 먹어서 뭐 할래? 나,잘 난것두 없구 별 볼일 없는 인간이야.

이런 날 이겨 먹어서 뭐 할건데?"

그 말이 가슴에 사무치더군요.

남자라는 종족들 .정말 불쌍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남자라면 다 여자보다 강하고 큰 줄 알았거든요.

부부싸움을 해도 상처 받는 사람은 항상 여자라고 생각했구요.

남자는 그런것에 별로 신경도 안 쓰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날 그 말을 하면서 막 우는거에요.

자기두 싸우고 나면 자기 집에 가서 엄마 얼굴 보고 싶다고...

울 집은 가까워두 자기 집은 목포니까 당장 가고 싶어두 못 간다구...

개떡같은 내 자존심때문에 소리내어 울진 못했지만 제가 더 서럽게 울었답니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 결심을 했어요.

제가 져 주기로...

밖에 나가 일하는 사람, 안에서 나라도 설설 기고, 위해 주고, 져 주자라고...

 

그래도 1년에 한번 꼴로 크게 싸운답니다.

싸우고 나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것 같아 필요악이기도 한것 같아요.

울 어머님이 결혼 전에 충고 한 말씀 하시더군요.

 

갸가 꼬라지가 나면 즉시에 말 대답하지 말고 그냥 져 주다가 나중에 야기하그라.

나중에 야기하면 다 듣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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