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어느 무명배우의 자살소식을 들었다.
더불어 몇 해 전인가 역시 생활고에 시달리던 연극배우가 처지를 비관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는 기사가 다시금 떠올랐다. 당시에 그 기사를 접하고 가슴이 철렁했던 이유는 그 전에 가난한 연극배우인 남편과의 만남을 적은 글에 달린 댓글이 생각나서였다.
댓글 단 시기와 기사가 났던 시기가 겹치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않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현실감각이 부족해서인지 지나치게 낙천적인 성격때문인지 가난한 연극배우와 데이트를 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다는 것에 큰 두려움은 느끼지 않았다. 당시의 나는 그래도 좀 괜찮은 직업을 갖고 있었기에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에 자신이 있었을 것이고 '어떻게든 살아지겠지'하는 속편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의 분위기또한 많이 달라졌음을 새삼 느낀다.
무조건 돈을 죄악시하는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겸양과 배려보다는 큰 목소리와 남을 질타하는 손가락질이 더 많아져 버렸다.
인터넷을 열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기사 10가지 중 따뜻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하는, 사회에 책임감을 갖게 만드는 뉴스는 몇 개나 될까?
누가 무슨 옷을 입었고 무슨 차를 타며 연소득이 얼마이고 피부가 어떻고 돌려깎기나 명품 이름들을 화제에 올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지 않은가?
한 동안 블로그에 글쓰기를 못해서 오늘은 마음먹고 밀린 독후감이나 쓰러 들어왔다가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냈다.
지금 읽어보니 내가 추억을 곱씹으며 즐거워했던 글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후벼파는 아픔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아프다. 처음엔 답글을 절절이 길게도 썼었는데 어쩌면 그것이 슬픈명태님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글이 될 수 있어 얼버무리듯 서둘러 답글을 달았었다. 그러다가 어느 연극배우의 자살소식을 기사로 접하고는 가슴이 떨려 저 포스팅을 다시 찾아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났다.
내가 좀더 친밀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었어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후회가 밀려들고 그렇게 마음 써주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였다.
아니면 나의 걱정이 기우여서 슬픈명태님이 지금 쯤은 이름을 날리는 명배우가 되었을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부분의 세상일이라는 것은 늘 우리의 추측을 빗나가니까.
'어루만지기(feel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 (0) | 2014.04.08 |
---|---|
우리 동네에서 벌어진 빌라 반토막에 대하여... (0) | 2014.03.19 |
동지야 반갑다. (0) | 2013.12.22 |
Merry Christmas! (0) | 2013.12.14 |
딸이 준비한 생일선물 "바끼" (0) | 2013.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