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커버를 코바늘로 떠서 하고 다니는 운전자를 보기는 많이 봤는데 사실 그닥 마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운전을 안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의 차에 장착(?)된 가죽 커버도 그리 나빠보이지 않았기에 무심히 넘기곤 했었지요.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우연히 가지각색의 핸들커버를 구경하다보니 이것도 한 번 만들어 볼까하는 마음이 생겨 남편의마음을 슬쩍 떠보았답니다.
"자기야. 구슬로 된 핸들커버 어떻게 생각해? 내가 만들어 줄까?"
평소 내가 실과 바늘로 씨름하는 것을 답답하게 보는 남편이라 싫다고 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괜찮지."하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만들기로 합니다.
일단 실과 구슬을 사야하는데 동대문까지 나갔다 오려니 꾀도 나고 시간도 그렇고 편하게 인터넷 쇼핑을 하기로 결정하고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한코두코"라는 상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코 두코 만들어 간다는 의미의 상호도 좋고 상품후기를 보니 평도 좋고 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 구슬과 실을 포함한 가격이 인터넷에서 가장 싸더군요.
추석 전에 몇 개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결제를 하고 물건이 오길 기다렸는데 물품에 누락분이 있어 두 번 배송받는 결과를 초래했으나 그래도 시종일관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는 사장님의 마인드에 믿음이 갔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 세상, 수고에 비해 돌아오는 만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이런 손뜨개용품 관련 사업일 것입니다. 상품가격이라봤자 수십만원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2000~3000원 선인 것들을 여러가지 시켜 괜히 혼동을 준 내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구슬과 실을 배송받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가지 구슬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무늬를 넣다보니 구슬을 미리 실에 꿰지않고 그 때 그 때 색구슬을 집어넣는 것 같은데 저는 그게 귀찮아서 일단 구슬을 쭈르르르 실에 꿰었습니다.
구슬의 구멍이 그리 크지 않아 레이스바늘 3호를 이용해야하지만 일본식 레이스바늘 2호로도 구멍을 통과할 수는 있었어요. 그러나 아무래도 부드러운 실을 통과시키는 것은 어려우니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빵봉지를 묶었던 저 타이가 생각나더군요. 보통의 반짝이 타이는 양쪽을 가르기가 쉽지 않으나 종이타이는 쉽게 갈라져서 좋은데 모아놓은 타이들을 보니 종이타이는 귀하더군요.
귀한 종이타이를 이용해 안내용 바늘을 만들었습니다. 무늬로는 검은 바탕에 빨강색 마름모가 들어갈 것이니까 이렇게 주로 쓰게 될 색상을 실에 꿰어주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보통은 216코 정도로 시작을 하는데 남편차는 카니발이라 240코로 시작을 했어요.
원형이고 무늬를 맞추려면 몇코정도는 가감을 해야하니 미리 계산을 하는 것이 불여튼튼하겠지요.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은 미리 실에 꿰어놓은 구슬을 뜬 것이고 왼쪽은 떠 가면서 구슬을 넣은 것이랍니다.
뒷모습은 이러하지요. 왼쪽은 미리 꿰어놓은 구슬,오른쪽은 뜨면서 꿴 구슬.
지구볼구슬의 모양이 자리잡은 모먕이 두 가지가 다르지만 전 아무래도 미리 궤어놓은 것이 편하더군요.
그리고 실의 소용량을 재보니 저렇게 구슬 두 칸의 실길이가 약 1cm차이 나더군요.
사진을 실수로 삭제해버려서 여기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핸들커버 전체로 생각해보면 실을 제법 아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추석 전에 음식 장만해서 가느라 실제로 핸들커버 잡을 시간이 없어 미완성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목포까지는 장시간이 걸릴터이니 예전에 하던 습관대로 차안에서 계속하기로 합니다.
하나가 어릴 적에도 미완성인 옷을 들고 차를 탔는데 그 해에는 어찌나 차가 밀리는지 서울에서 목포까지 18시간이 걸렸더랍니다. 그러나 마치 화형대에서조차 백조가 된 오빠들의 옷을 뜨던 엘리제공주처럼 가다 서고 가다 서는 그 순간순간이 제게는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그 때에도 옷의 마무리 수를 차안에서 밤새 다 놓고 추석날 하나에게 그 옷을 입혔더랬는데 이번엔 과연 얼만큼이나 뜰 수 있으려나요?
추울발~!하는 남편의 등뒤에 앉아 핸들을 흘낏보니 가죽커버가 낡았더군요.
손길이 많이 닿은 부분은 갈라지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남편의 차에 관심이 없었나싶어 또 미안해졌습니다.
내려가면서는 아니지만 추석 다음 날 어머님모시고 해남 땅끝마을에 가면서 완성을 했어요.
기념삼아 땅끝에서 어머님과 한 컷.
쨔~잔!!
생각보다 이쁘네요.
구멍의 간격이 좀 넓은 것 같으니 다음 번엔 10코마다 하나씩 내주어야겠어요.
이왕이면 저 줄은 검은 색으로 해서 눈에 잘 안띄게 해주어야겠기에 이번에 돌아와서 검은 색실을 하나 더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줄의 양끝에 구슬을 달아주었더니 두코 비운 구멍을 통과시키기에도 좋고 나중에 사진에서처럼 구멍에 끼워주니 걸리적거리지 않아 좋더군요.
앞에서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했더니 이런 사진을.......
그늘이라 사진이 잘 안나왔지만, 햇빛이 있는 곳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나니까 마치 남편이 만족해서 웃는 모습같더군요.
빨강에 검은 색 조합으로 뜨는 것을 보던 딸아이가 "엥?? 너무 요란한 거 아니야?" 하길래 완성되면 이쁠거야하면서도 혹시나해서 남편의 지인에게 선물할 것은 이런 점잖은 색으로 떠봤습니다.
하지만 이미 빨강 완성품을 본 남편이 오히려 이런 색은 너무 어두운거 아니냐고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흰색도 넣고 빨강도 넣고 어찌어찌해서 완성했더니 그리 어두운 분위기는 안나네요.
남편의 승인도 받았으니 포장을 해야겠지요. *^^*
괜히 추석에 시누님들에게 자랑을 하는 바람에 시누님들 것도 하나씩 만들어야 하고 그러고 보면 여기저기 생각나는 사람들도 많아서 한동안 핸들커버에 매달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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