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학입시가 시작되었다.
어제 밤새도록 자기소개서를 썼다가 지우고 또 썼다가 지우고를 반복하며 원접수를 완료하고
수험표까지 받고나니 그제서야 입시전쟁이라는 실감이 나는 모양이다.
엄마라고는 변변치가 않아서 늘 저혼자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던 딸아이의 능력을 어젯밤
새삼스레 재확인을 했다.
수학이 부족해 늘 발목을 잡혔지만 학원과는 연이 닿지 않아 홀로 공부를 했고 결과가 괄목할 만한 정도는 아닌지라 일찌감치 입학사정관으로 대학에 가려는 생각이었던 하나는 나름대로 착실하게 스펙을 쌓아놓고 있었더라.
늘 바라만보던 대학에 원서를 넣고보니 결과야 어떻든 기분이 좋다는 녀석.
딸아이 곁에서 밤을 홀랑 지새우고 맞는 오늘 새벽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대학은 과정일뿐이니 그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나아가자고 말은 했지만
아마도 딸의 마음은 무거웠을 것이다.
강남에서 어학원을 하는 친구도 하나를 응원한다.
자소서를 대필하는 것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다던데 과연 우리 하나의 진정성이
친구 말대로 사정관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경쟁률이 나왔는데 15;1 이란다.
담임 선생님은 확률이 높은 학과를 추천하셨는데 하나는 소신과 고집으로 돌직구를 던졌다.
어제 한숨도 못자고 학교에 가 증빙서류를 대학측에 보내고 추천서도 받고 친구들의 응원과 덕담도 들으며 하루를 보내고 이제서야 돌아왔다.
얼굴이 노랗고 눈이 퀭한 것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더니 자소서를 첨삭해야겠단다.
시간 반동안 노트북을 끼고 앉았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내일 새벽에 만나자며 자러 들어갔다.
아기처럼 편하게 잘 수 있는 날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
성인이란 권리보다도 책임이 앞서는 자리인지라 발뻗고 자는 날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 때가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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