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뭘로 지을까하나다 오징어 꽃말이라고 지었다.
이 반찬은 내가 좋아하던 도시락반찬중 하나로 늘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것만 먹다가 오늘 처음으로 만들어보았다.
며칠 전 친정에 상혁이와 함께 간다고했더니 어머니는 모처럼만에 이 음식을 만드셨는데 에전처럼 잘되지가 않아 속상해하시는 것을 보았다.
우리 하나가 유치원에 다닐 적만 해도 소풍날이면 각양각색의 이쁜 도시락을 만들어오시곤 했는데 요즘엔 매사에 의욕이 없으신지 우리라도 가지 않으면 홀로 대충 끼니를 때우시는 눈치이다.
40년전 엄마가 싸주시던 도시락 반찬을 지금 우리 딸을 위해 만들어본다.
늘 눈으로만 보고 입으로 먹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싸보려니 조금 긴장도 되지만 일은 저지르고 본다.
요즘 오징어가 두껍지 않아 갑오징어를 준비했다.
갑오징어는 살이 두꺼워서 칼집내기에 좋다.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잘 다듬어 칼집을 낸 후 끓는 물에 데쳐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해 놓는다.
오이는 껍질을 돌려깎아 채를 썰고 소금에 살짝 절여 기름에 파랗게 볶아둔다.
당근도 마찬가지.
김을 갑오징어 길이에 맞춰 자르고 사진처럼 올려 말아준다.
김발을 이용해 단단하게 말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조금 술렁술렁하게 말아졌지만 망쳐도 할 수 없다.
이 새벽에 도시락반찬을 다시 할 수는 없으니 앞으로의 계란말이에 집중!!
게란물위에 살포시 얹어놓고 조심조심 말아준다.
휴~! 흐트러드리지 않고 간신히 통과.
도마에 올려 한김 식혀주고
도시락속으로.
엄마는 저 오징어사이에 초고추장을 찍어주셨댔는데 그시절의 내 입맛에 계란말이에 초고추장이 생경스러워 오늘은 초고추장을 넣지 않았다. 대신 오징어와 당근,오이등에 소금을 넣었기에 간이 잘 맞았다.
특히 짭쪼롬한 참기름맛이 밴 오징어는 감히 일품이라 말하고싶다. ㅎㅎ
오징어 꽃말이에 신경쓰느라 두번째 반찬은 평범한 호박전.
아침밥을 먹다가 도시락을 본 하나는 늘 그렇듯이 짐짓 감동적인 어조로
"엄마, 어쩜 엄마는 이렇게 아이디어가 좋아요?"한다.
"아하~, 외할머니가 싸주시던 도시락에서 배운거야. 너도 나중에 너희 아이들한테 이렇게 싸주게 될거야.
아이들에게는 외할머니의 어머니가 외할머니에게 싸주시던 오래된 도시락 반찬이란다 하면서말이지."
딸아, 오늘 점심도 맛있게 먹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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