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더라?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어도 저녁급식시간까지의 시간이 길어서인지 늘 배가 고프다는 딸아이에게
야채듬뿍 샌드위치를 싸주곤했다.
대충 이런것. ( 남은재료를 이용한 돈부리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725)
반으로 나눠서 오전,오후 간식으로 먹는다는데 컵라면이나 과자보다는 훨씬 낫겠다싶어 열심히 싸주었었다.
그런데 5월달에 들면서 딸아이가 폭탄발언을 했다.
학교급식신청을 안했으니 도시락을 싸달란다.ㅜㅡ
도시락이라니....... 급식은 왜 신청하지않고???
점심시간이 되면 20분이나 기다려서 식당에 가 밥을 먹는데 시간도 아깝고 더 심각한 것은 맛이 없단다.
그렇지 않아도 위탁에서 직영으로 바뀐후 급식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고 학교측에서도 양해의 말을 들은 바 있어 그말이 그저 핑계는 아닌 것을 알고있지만 웬만하면 급식을 하라고 그렇게나 설득을 했는데도 먹히질 않았다.
도시락 반찬으로 어떤걸 싸야할지 난감하고 나 어릴 적에 엄마가 내 도시락반찬때문에 잠을 못잤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요즘들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찬밥과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밥은 보온도시락에 담았으며 학창시절동안 김치는 한번도 싸가질 않았고 오뎅조림이나 콩자반,계란말이,갈치,꽁치,오징어채등등 마른음식 위주였다.
다행이 친정 엄마가 요리에 취미가 있어서 내 도시락은 늘 친구들 관심의 대상이었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오랜만에 만나는 그 때 그 시절 친구들의 입에서도 엄마표 도시락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남의 반찬은 입에 맞지않아 매식도 라면이나 찌개등 국물종류만 먹었기에 내가 직장에 다닐 적에도 엄마의 도시락은 계속되었다.
회사동료들이 모두 밖으로 식사를 하러가면 도시락을 싸오는 몇몇과 둘러앉아 먹기도 했고 같은 부서동료들의 강권에 못이겨 함께 식당엘 가더라도 미리 양해를 구해 도시락을 꺼내놓고 먹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식당이 있는데 하루는 주인아저씨가 도시락을 먹는 내앞으로 순두부뚝배기를 놓아주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주문이 잘못 된 것일줄 알고 물리려했더니 국물없이 도시락을 먹는 것이 빡빡해보여 주는 것이니 맛있게 먹으라며 웃어주셨다. 그런데 그것이 그날 하루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갈 때마다 그렇게 신경을 써주시는 것이 미안해 하루이틀정도는 도시락대신 그 식당에서 사먹기도 했다.
아마도 그 주인아저씨의 배려로 인해 내가 남의 음식을 좀 먹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순두부를 좋아하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ㅎㅎ
여튼 다시 하나의 도시락으로 돌아와서.
처음엔 점심,저녁 두개의 도시락을 쌌는데 도시락 하나에 반찬 두가지는 해야하고 아침에도 밥을 해주어야하니 5시면 눈이 떠지고 이것저것 반찬을 담느라 손도 마음도 바빴다.
조카가 고3이 되었다고 작은외삼촌이 홍삼 아이패스를 사주었다. 부모도 신경안쓰는 보약을 외삼촌이 해주셨다며 엄청 좋아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우리도 이번에 보약을 한 재 지어주었다.
그제서야 딸아이는 자기네 반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한약을 먹는데 그모습을 보고 조금은 부러웠다나.
다른 아이들처럼 스팸만 싸주면 된다고는 했지만 그러기엔 마음이 편치않아 정성을 담으려한다.
어느 날은 현미밥에 호박전과 문어조림.
우리가 워낙 싱겁게 먹기도 하거니와 간을 하더라도 세게하지 않아 많이 먹어도 짜지않다.
집에서 밥먹을 시간이 많지 않으니 돈가스도 도시락으로 보낸다.
전날 만들어 두었다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튀겨 한김 식혔다가 담으니 학교에서 먹어도 바삭바삭하단다.
몸도 피곤하고 귀찮으면 치즈계란말이에 깻잎나물.
그래도 엄마니까 귀찮아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려고 밥에는 단호박을 넣었다.
갈치도 양쪽 가시를 발라내고 가운데만 남겨 갈비처럼 뜯어먹기좋게 만들었다.
연근전은 간장이 없어도 맛있고~!
도시락은 두달이 넘도록 싸고있는데 사진으로 남긴 것은 얼마 없다.
그만큼 여유가 없이 아침시간을 보냈는가 보다.
도시락의 양이 얼마안되는 것 같아도 깊이가 있어 제법 많은 양이 들어간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도시락에는 반전이 있으니.......
이건 어제 식구들이 개콘을 볼 때 홀로 식탁에 앉아 새우손질을 하던 모습이다.
어제는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꽃게와 새우,갑오징어,광어회를 떠왔다.
저녁에 회와 함께 매운탕을 먹고 치우고나니 좀 쉬고싶었지만 도시락에 넣을 새우튀김을 준비하느라 노안인 눈을 가물가물뜨고 껍질과 내장을 제거하고 튀김옷을 입히려니 히히깔깔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찾는 철없는 녀석들이 얄밉더라.
그래도 오늘 아침 새우를 튀겨 도시락을 싸놓고보니 흐뭇하다.
쨔잔~~!!
도시락을 다 먹으면 저렇게 반으로 접어서 부피를 줄일 수 있다.
하나의 반친구들도 몹시 부러워한 그것,
나도 그렇고 하나도 그렇고 요즘 도시락을 싸면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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