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만지기(trip)

난생 처음 '무인텔 견문기'.

hohoyaa 2012. 4. 2. 14:58

사진을 보니 올 1월달이었구나.

아무래도 설날에 맞춰 내려가지 못할 것 같아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우리 부부만 본가에 다녀왔다.

친정아버지 돌아가신지 한달이 채 안되었으니 엄마 마음도 복잡하겠지만 그런 부탁이라도 해서 엄마가 혼자 계신 시간을 줄여보려는 마음도 있긴 있었다. 

나중에서야 우리 집에 와계신 중에도 몹시 힘드셨다는 것을 알고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90노인이신 아버님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몇번이나 더 얼굴을 뵈올 수 있을런지 졸지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황망함으로 목포로 내려갔다.

추운겨울 날씨탓에 제대로 바깥나들이도 못하셨을 것이니 며칠 지내면서 좋은 곳 구경시켜드리고 맛난 것 사드리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인데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던 아버님은 집앞에 새로 생긴 무인텔을 추천하시며 있는 동안은 그곳에서 묵으라고 하셨다.

명절이면 만나게 되는 형님들이 간혹 모텔에서 묵자고도 하고 실제 형님들은 그렇게도 했지만 나는 내키지 않아 아이들을 데리고 좁으나마 늘 집에서 아버님,어머님과 함께 지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언제부터 외국인들처럼 사생활운운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둔해서인지 시부모님과의 사이에 방문을 하나두고 자는 것도 괜찮았다. 겨울철엔 커튼밑으로 쳐들어오는 외풍때문에 새우잠을 자기도 했지만 방다운 방을 우리에게 내주시고 거실겸 가운데방에서 주무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다른 곳에 가서 편하게 자고 오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집에서는 미주알 고주알 모든 것을 알려주는 세심한 남편이 고향에만 내려가면 다른이들 눈치보느라 그런지 온다간다 말도 없이 휭하니 나가서는 아내인 나는 애들하고 밥을 먹는지 굶는지 걱정도 안하고 친구들과 만나다가 새벽에 들어오는 것도 원망보다는 이해하려 했기에 형님들은 나를 안된 눈으로 보기도 했었다.

 

그랬었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자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밖에서 편하게 자고오라하시니 뜻밖이었다.

우리와 함게 있으면 아버님의 화장실 출입도 불편하고 잠자는 시간도 서로 달라 불편하시다고 하셔서 우연찮게 그곳-무인텔을 구경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색조는 빠알간색~!

두벌의 가운. 분위기 참 희한할쎄.

 

 

아버님, 어머님 손잡고 함께 '무인텔'구경가시자고 했더니 즐거운 마음으로 오셨다.

이런게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노인분들께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구경거리임이 틀림없다.

 

 

벽에 걸린 TV를 보시며 커피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이 타일이라 청소도 쉽고 오염도 덜 되고 겨울이라 보일러가 가동되니 그 열을 간직하는 시간도 길어서 따끈따끈하다고 좋아하시며 신기해하셨다.

 

 

여기도 타일.

 

 

 

컴퓨터는 이제 필수인가 보다.

 

 

욕실도 호화롭고,오신 김에 따뜻한 물받아서 몸을 좀 담가보시라고 했더니 극구 사양하셨다.

거품이 일어나서 맛사지도 될터인데,우리는 괜찮으니 한번 해보시라고 했는데도 자식들 피곤하다고 얼른 집으로 가자는 분들이시다.

 

 

모든게 갖춰져 있구나.

저런 드라이어를 사서 집에 달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고. 

 

 

부모님을 배웅해드리고 오면서 다시 차분하게 사진을 찍어봤다.

 

 

그러니까 여기는 주차장만 있다.

셔터가 내려진 곳은 이미 손님이 들었다는 것이다.

 

 

차가 들어오면 센서가 작동해서 저절로 셔터가 내려간다.

 

 

그리고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고 

 

 

계단 끝에는 이런 자동화기계가 있다. 

현찰로 지불하게 되어있어서 우리는 신용카드로 게산한다고 했더니 비상구에서 주인이 직접 카드계산기를 들고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것이 궁금한 남편이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는데도 주인은 절대 우리 얼굴을 보지않으려 얼굴을 외면한채로 서둘러 결재만 하고 갔는데 인사하며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나처럼 호기심이 강한 사람은 이런 사업도 못할 것이다.ㅎㅎ

 

 

여기가 현관문이다.

오로지 이 문 하나뿐이니 사생활이 철저하게 보호(?)되는 시스템,

들어가면서부터 나오기까지 타인의 시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난 도심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다시 우리를 맞이하는 븕은 방의 입구.

저녁에 핸드폰의 안테나가 잡히지 않아 전화기를 반쯤 열린 창문턱에 걸쳐놓고 잤다.

아침이 되어 아이들이 궁금해 전화를 하는데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몸을 반이상 밖으로 빼고 통화를 했다. 아래 주차장입구에서 주인장은 눈을 쓸고 있는데 내가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위를 쳐다보거나 둘러보지 않았다. 그야말로 묵언수행하는 승려같이 오로지 묵묵히 빗자루로 눈만 쓸었다.

한가지밖에 몰랐던 우리는 이렇게 전화가 안터지는 것을 통신사에 알려야 할런지 주인에게 알려서 건물에 안테나를 설치하라고 해야할런지 의견이 많았다.

나중에서야 위치추적을 피하려고 일부러 전파를 차단했다는 것을 알았는데 만약 우리 생각대로 전화가 안터진다고 불만을 표출했더라면 주인은 어떤 얼굴을 지었을까 지금까지도 궁금하다.

덤으로 그날 아침 내가 했던 전화통화의 내용은

"엄만데 아침먹었니? 누나는 학교갔고? 그래,  너도 외할머니 말씀 잘듣고 ...... 엄마는 내일이나 모레 갈 것 같애. 누나랑 싸우지 말아라." 대충 이런 것이었는데 주인아저씨의 낯도 귀도 간지러웠으리라.

 

  

힘들게 아침하지 말고 집앞의 백반집에서 사먹자는 남편의 말에 무조건 따른다.

그야말로 흔한 전라도 백반이다.

 

 

생굴에 매운탕.

 

 

그리고 육회까지 서비스로 주셨다.

아버님,어머님이 가끔 오시기도 하고 바로 집앞이기 때문에 가끔은 아버님께 약주도 대접하는 고마운 식당이다.

 

 

새로해서 쫄깃쫄깃한 절편은 디저트.

이번엔 잠도 밖에서 자고 아침도 밖에서 먹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여기저기 드라이브 다녔다.

풍광이 좋아서가 아니라 막내아들차를 타고 같이 여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님은 흡족하셨을 것이다. 

 

 

벌써 2년이 흘렀구나. 지난 번에 맛있게 드신 영암 낙지골목에서 점심도 먹었다.

1박2일에 나온 영암의 명물 낙지골목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333

장흥에서 삼합을 사드리려고 했는데 장날이 아니라 그런지 분위기가 쓸쓸해서 차를 돌려 영암으로 오는 길이었다.

 

tv를 보다가 좋은 곳이 나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이들이지만 사는게 팍팍해서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셨을  부모님과도 함께 하면 그 만족감이 더 높은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싫어하고 불편하게 느끼는 아이들도 많은 세상인데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에 불만을 갖지 않아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