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라서 아침부터 아이들데리고 CGV왕십리에서 '완득이'를 보고 바로 중앙선을 타고 양수역으로 갔다.
피곤해하는 하나의 비위를 맞추느라 양수에서 팔당까지 걸어가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했다.
팔당근처 음식점엔 가본 적도 없으면서 백지수표를 발행했다.ㅎ
한강철교를 건너기 전 지도를 본다.
보어하니 자전거길로 국토를 종주할 날도 머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오느라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었기에 혹여 춥다고 투덜댈까 염려스러웠지만 상혁이는 기분이 괜찮은 것 같다.
다만 하나는 자기 얼굴이 싫다고 카메라를 계속 피했다.
해가 넘어가는 모습.
실제로 볼 적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금색이 황홀하구나.
에구~! 토요일이라 그런가 유난히 쓰레기가 많다.
하나와 이야기를 하며 걷는다.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막상 와서 걷다보니 가슴이 트이고 기분이 좋아졌다는 하나의 말에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낟가리하고 하던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얼굴을 이쪽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같다.
우리도 전같으면 목숨걸고 찍었을 그런 사진을 남겨보자꾸나.
하나는 요즘 부쩍 자기 얼굴이 너무 못생기고 크게 느껴져서 사진찍기가 싫단다.
엄마,아빠 얼굴이 그러해서 미안하다고 태생이 그런걸 어쩌겠냐고
외모가 훌륭하면 물론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태어났는데 어쩌겠느냐고.
대신 자신감이 충만하고 당당함에 빛나는 얼굴을 만들라고.
그런 걸로 고민하며 지내기에는 너의 학창시절이 너무 짧은 것 같다고 했더니
자기도 초등학교때까지는 엄마의 말을 믿고 내면이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살다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며 어쩔 수 없이 외모에 신경이 쓰인단다.
그래도 우리 딸, 성형하겠다는 말은 안한다.
오가며 보았던 카페는 해가 저물자 활기가 돈다.
드디어 능내역에 도착.
얼마전에 보았던 국화가 시들해졌다.
벽에 붙어있는 옛날 포스터들을 재미있게 보았다.
오뎅과 떡볶이로 간식을 하고 자기얼굴이 싫다는 하나는 뒷모습을 보이며 가족사진.
낙엽태우는 연기가 올라오는 어스름 저녁이다.
능내역 주변의 마을들. 건축붐이 한창이다.
카페 '봉주르' 역시 해가 지니까 더욱 복잡하다.
계속 밀려드는 차들과 나가려는 차들로 도로가 꽉 막혀 거북이걸음을 하는 것을 보니 우리처럼 걸어서 오가는 것이 축복이라 느껴진다.
불야성 카페'봉주르'. 저안에서는 무슨 음식을 파는지 궁금해진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니 서비스는 물론이고 음식인들 제대로 나올까 싶은데.......
아빠의 손끝을 보려무나.
보기좋다. 이 모습.
터널속.
주말에만 통행이 허가되는 팔당댐.
팔당에서 맛집을 검색하니'온누리'라는 상호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눈에 띄는대로 '온누리 오리구이'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고 오지않는 택시대신 버스를 타고 동막골에서 내리라는 말에 창가로 지나가는 풍경을 살피는데 그야말로 별천지같은 '온누리 팔당본점'을 발견했다.
어찌나 규모가 크고 자동차와 사람리 많은지 너무 어마어마해서 깜짝놀랐다.
어렵사리 길을 건너고 걸어서 가보니 그곳은 장작구이이고 우리가 예약한 곳은 진흙구이라 다시 오던길을 거꾸로 올라갔다. 도로가 주차장이 되었고 차들이 쌩쌩달리는 길이라 인도가 따로 없어 위험천만이었지만
아빠의 익살에 모두들 재미있어했다.
도착해서 보니 악기박물관이라는 건물이 근사하다.
바로 옆으로 우리가 예약한 온누리 진흙구이집이 있다.
어찌나 배가 고픈지.
보통 3시간 걸려서 나온다는 진흙구이인데 마침 예약취소한 것이 있어 우리 차지가 된 오리진흙구이이다.
7시에 도착하겠다고 하고는 7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으니 쌀쌀한 밤길을 걸어온 우리 가족에게는 오리도 좋지만 오리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더 반갑다.
속을 채운 밥에는 녹각과 밤등 견과류가 듬뿍 들어가 아주 맛있었다.
사람들이 온누리,온누리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온누리 장작구이와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지만 같은 체인인 것을 알 수 있었고 우리 동네에도 있다하니 나중에 한번 가봐야겠다.
진흙구이로도 양이 차지 않아 훈제반마리를 시켰더니 단호박반 1/2과 함께 나왔다.
하나와 나는 진흙구이가 좋던데 남편과 상혁이는 이 훈제오리가 더 맛있단다.
훈제로 배를 불렸더니 마지막으로 국수와 단호박쥬스가 나왔다.
알았으면 훈제를 시키지 않았을텐데.......
국수도 그렇고 처음 맛본 단호박쥬스도 맛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 길에는 집에가서 구워 먹으라고 고구마를 은박지에 싸서 주는데
와서 구어먹어보니 그 맛이 참 달았다. 그렇게 달고 맛있는 밤고구마는 어릴 적에 먹어보고 처음이다.
혹여 먹는 것에 만죽하지 못하면 다시 오자고해도 따라나서지 않을까 봐서 걱정했더니 먹는것도 먹는거지만 모처럼 바깥바람을 쐬며 걸으니 생각보다 훨씬 좋다며 다음 날에도 오자고 굳게 약속을 하더니 막상 일요일에는 다리가 아프고 피곤하다고 꼼짝도 안하더라. 우리 아그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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