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선거에 떨어져 기운이 하나도 없는 상혁이다.
돌아오자마자 침대로 가서 엎드린 상혁이를 보니 그정도로 진지하게 임했었나 싶은 마음에 안쓰럽다.
옆에 누워 이리도 달래보고 저리도 달래보고 하는데...
자기는 자기가 될 줄로 생각을 했단다.
만나는 아이들이 모두 자기를 찍을 것이라고 하길래 자기가 될 줄로 알았는데 배신을 당했다고 풀이 죽었다.
연설은 잘 했느냐고 물었다.
우리 생각엔 전교생을 모아놓은 강당에서 할 줄 알았는데 후보들만 방송실로 가서 모니터를 통해 각교실에서 후보들의 연설을 듣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에이~! 우리 상혁이 연설은 아이들의 반응이 재미있는 것인데 그렇게 못했구나."
투표를 하고 자기 이름이 아닌 다른 후보의 이름이 불리워지는순.간.
상혁이는 난생 처음 심장이 아래로 툭!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심장아래 두었던 두손을 밑으로 툭 떨어뜨리는 행동을 몇번이고 반복했다.
"그게 바로 어른들이 얘기하는 가슴이 철렁한다는 느낌이야. 이제 상혁이도 어른들이 가슴이 철렁한다하면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겠지?"
"엄마, 그런데 내가 속상한게 있어. 오다가 다른 반 아이를 만났는데 그반에서 내가 운동장에 잔디를 깔겠다고 하니까 담임선생님이 운동장에 잔디를 깔려면 얼마나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저런 공약을 하느냐고
쟤 뽑지말라고 했대."
"에이~ 설마... 나중에 상혁이가 설명을 하는 대목이 있으니까 오해가 풀렸을거야."
"그런데 아마 그 반 아이들은 선생님말씀을 듣느라고 나중에 내가 지킬 수 없다고 하는 중요한 말을 못들었나 봐. 그게 속상해...내가 거짓말로 약속을 한게 됐잖아. 다른 반도 그랬을까?? 그리고 선생님이 뽑지말라고 한말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
"상혁아,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네가 이 학교에 전학온지 1년이 조금 넘었잖아. 그러니가 너를 잘 아는 친구들이 너무 적어서 너의 장점을 잘알지 못했을거야. 다른 후보들은 너보다 3년을 더다녔으니까 그만큼 친구들도 많고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킬 기회도 많았기에 이번에 부회장이 되었을거야.
특별히 네가 못나서 그런게 아니야. 그리고 선생님이 뽑지 말라고해서 뽑고싶은 애를 안뽑기야 했으려고."
"엄마, 그런데 이번에 부회장 된 애, 걔는 잘생겼어. 거기에 비하면 나는 좀 못생긴게 사실이야. "
"네가 어디가 못생겼어? 그리고 사람은 얼굴이 아니고 마음이 잘생겨야해.
네가 자꾸 스스로 못생겼다고 하면 그런 너를 낳은 엄마,아빠는 얼마나 못생긴거니?"
"아~! 미안. ^^;;"
"그런데 너는 누구뽑았어?"
"나? 당연히 그 잘생긴 애를 뽑았지.걔가 착하기도 하고 나랑 친하거든."
"와, 엄마같으면 엄마한테 한표를 줬을 것 같은데,상혁이는 친구에에 한표를 줬구나. 대단한데?"
"그치 엄마. 내가 참 대단한게 내가 뽑은 사람은 다 당선됐어. 6학년 회장이랑 6학년 부회장,그리고 5학년 부회장도 내가 뽑은 사람은 다 당선됐다? 그러니까 나는 행운의 사나이야.ㅎㅎ"
우히히히 역시 나는 행운의 사나이라면서 굳은 얼굴이 풀어지더니 엄마의 간지럼에 웃음보가 터졌다.
선거에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동영상을 남기자는 엄마의 부탁에 흔쾌히 일장 연설을 해주신
5학년 부회장 후보 기호 1번 유상혁님.
다른 이야기지만 상혁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하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생각난다.
1학년인가 2학년인가 여하튼 저학년 때 일이었는데
그 반에서 반장선거를 하는데 후보가 여럿이 나왔단다.
한명씩 앞에 나가 발표를 하고 표를 달라고 했는데 유독 키가 작은 여자아이가 나와서 발표를 하니 선생님이
안쓰러운 마음에 여자도 반장을 할 수 있다, 키가 작아도 반장을 할 수 있다라고 힘을 실어 주셨는가 보다.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그 아이에게만 그 말을 했으니 어린 애들은 당연히 선생님말씀대로 모두 키작은 아이를 뽑았다는 것이다.
그 키가 작은 아이는 반장이 되었고 엄마들 사이에서는 선생님이 결국 아이들에게 그 키작은 아이를 뽑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말들이 많았었다.
학교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직장만 다닌 나한테까지 그 이야기가 들려온 것을 보면 선거당시에는 꽤 일이 컸었음을 알 수 있다.
상혁이 말대로 그 반 선생님이 그러셨다는 것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부회장이 되는 것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않고 마치 축제를 하듯이 재미있게 열심히 며칠을 지내는 아이를 보며 우리도 때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때로는 어느 새 훌쩍 자란 상혁이의 모습에 뿌듯했었다.
그거면 됐다고 아이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비단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우리가 예기치 못한 상황속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어른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역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여러번 그런 실수를 했던 나도 그게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상혁이가 거짓말장이거나 허풍쟁이가 아니란 걸 아이들이 알 수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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