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그런 편견은 버려!

hohoyaa 2011. 5. 28. 22:10

 

 

상혁이 학교에서 공개수업이 있는 날, 5학년인데 굳이 꼭 가야하나 망설이던 나는 아이의 애절한 눈빛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마침 국어시간이라 흥미로운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당시에는 카메라가 없어 사진을 못찍고 나중에 집에서 읽기책을 찍어봤다.

선생님께서는 시청각자료를 적절히 사용해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모듬조의 아이들은 서로 협동하는 모습도 보이고 우리가 다니던 학교와는 확실히 달라진 밝은 교실이었다.

 

 

그 날의 주제는 '그런 편견은 버려!'이다.

교과서에 책소개와 함께 그 내용으로 수업을 하게되어있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서평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우리 책부족이 생각나 더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나중에 상혁이에게 '서평'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도

이 단원을 배우면서 엄마의 책부족생각이 났단다.

 

 

인터넷세대라 등장인물들의 실명대신

책벌레,노마친구,시사랑등의 닉네임으로 표현되어있다.

 

 

 

 

 

 

학년 초에 있었던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기에 이번 기회에 선생님께 인사도 드리고 상혁이에 관한 상담을 해볼까하고 다른 어머니 2분과 함께 교실에 남았다.

어쩌다 이야기가 ADHD로 흘러 평소 눈에 거슬리던 상혁이의 행동거지가 그에 속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는 말로 물꼬를 터 한시간이 넘게 개인면담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무척 당황스럽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보시기엔 상혁이가 너무도 성실하고 의젓한 아이인데,더구나 5학년이 되어 회장선거를 할 적에도

내심 상혁이가 되기를 바라셨다고. 그런데 엄마인 나의 걱정이 선생님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셨다.

나는 평소 느낀대로 일테면 상혁이가 4학년 때 전학을 와서 가끔씩 아이들과 트러블이 있을 때 손찌검을 당했는데 그런 것이 다 말투가 어눌해서인 것 같다. 5학년이 된 지금도 혹여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얕잡아 보지는 않는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선생님은 평소 상혁이가 쓰는 언어가 너무 어른스럽고 어쩌다가 어려운 단어가 나오기도 해서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교실에 있다보면 자연스레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대화를 듣게 되고 안듣는 척하면서도 일부러 관심있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인데 상혁이가 아이들과 하는 대화를 들어보면 결코 어눌하지 않고 상혁이가 어쩌다 애들하고 티격태격하는 경우라는 것은 그리 걱정스러울 정도는 아니란다.

언젠가도 서로 오해가 있었을 때 다른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상혁이가 조리있게 설명을 하는 것을 듣고 속으로 감탄을 했었는데 어떤아이들은 더구나 남자 아이들은 집에서 혼날 적에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손들고 벌을 서거나 체벌을 받기 일쑤라 그런 애들은 상혁이처럼 사리분별을 해가면서 조목조목 설득하는 자체를 참지 못하고 폭력이 먼저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엄마가 보는 아들의 말이 어눌하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

오죽하면 심리검사라도 받아보려 했다는 내 말에 선생님은 눈이 동그래지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셨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봐왔지만 상혁이는 너무도 정상적인 훌륭한 품성을 가졌고 다만 단점이라면 자세가 좀 흐트러지는 것과 글씨인데 그런 것도 서서히 고치고 있으니 아무 문제될 것이 없고 오히려 상혁이처럼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은 훗날 리더로서 갖춰야 할 좋은 자질이라셨다. 다만 어머님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좋은 상담선생님을 연결해 주시겠다고 전화번호까지 찾아 주시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정작 상담이 필요한 아동과 아동의 어머니는 전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해 안타까운데 상혁이의 경우는 어머님이 지나치게 그런 문제에 예민하신 것 같다셨다.

 

내가 생각하기엔 우리 상혁이가 너무 어리숙하고 순둥이라 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를 여고생인 누나와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었던 것 같다.그 날 저녁 내가 상혁이에 대해 갖고 있던 "그런 편견은 싹 버리고" 우리 상혁이가 의젓하고 자기생각을 잘 표현하는구나라는 인정하에 함께 침대에 누워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평소 자기가 억울하게 느꼈던 기족들의 시선과 아이들과 말이 안통해 답답하고 억울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왈칵 울음을 쏟는다.

껴안아주고 등을 쓸어주고 용서를 빌었다.

"이 엄마가 상혁이를 너무 작게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상혁이의 말도 끝까지 듣고 인정해줄게."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도 해주었고 누나에게도 해주었다.

앞으로 우리 상혁이를 인정해주자.

이야기도 끝까지 잘 들어주고 우리가 우리 생각으로 상혁이를 판단하지 말자.

앞으로 우리 상혁이는 훌륭한 리더가 될것이니까.

 

 

상혁이가 능력있다는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교내 논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타왔다.

피노키오가 선한 거짓말을 해도 코가 길어져야 할까라는 주제로 찬반양론이 갈렸는데 상혁이는 반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을 써내려 갔단다.

상혁이가 전하는 심사평이 재미있다.

"글씨는 잘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논거가 확실해서 최우수상을 수여함"이었다. ㅎㅎ

그런데 이녀석, 상장을 타오면 늘 이런식이다.

귀한 줄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책가방안에 쑤셔박아 며칠째 가방밑에서 구겨진 휴지마냥 있던 것도 여럿.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사실 울화통이 터진다.

상장을 받으면 자랑스레 엄마한테 내놓아야 할 터인데 상장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나 있는지 그 무신경함에

기가 막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경쟁사회속에서 살아나갈런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참자, 참자하며 마음을 다스리다가 문득 방과후 논술교실에 생각이 미쳤다.

"상혁아,너희 학교 방과후 수업에 논술도 있더라."

"네."

"이번 기회에 논술을 배워보면 어떨까? 앞으로 글을 더 잘쓰게 될텐데."

"싫어요. 내가 방과후 수업을 듣거나 학원엘 다니면 다들 내가 그 학원에 다녀서 상탔다고 생각할거야."

"어머~어머!! 우리 상혁이 그런 생각도 할 줄 아는구나.

 맞아, 엄마가 잠시 헛갈렸어.상혁이는 지금 이대로도 훌륭해.^^"

 

엄마가 편견을 버리니 아들은 자기의 속내를 더 잘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간 두달동안이나 속에 담아두었던-이야기를 하면 그건 네가 너무 어리숙하기 때문이야라는 말을 들을 것이 뻔해서 참고 있었던 가슴쓰린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족들이 호응을 해주지 않으니 어두운 자기방에 앉아 가슴팍을 때리기 여러번이더니 엄마에게 그간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며 감정의 봇물이 터져버렸다.

아이를 다독이며 달래다가도 여기저기 부딪히는 덜렁거림이나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예전의 잔소리도 간간이 양념으로 해준다.

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

엄마는 믿는다.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저/김환영 그림
멀뚱이의 곤충일기
김지희 글/김영곤 그림
그런 편견은 버려!
홍준희 글/고상미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