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것 만지기(kitchen)

남편의 반찬투정, 감자채볶음

hohoyaa 2011. 4. 30. 23:17

엊그제 마트에 가서 감자를 사왔다.

감자를 사니 남편은 감자채볶음을 먹고 싶다했고 나는 선선히 그러지 뭐~. 

집으로 돌아와 다른 일을 좀 하다보니 어느 새 저녁시간이 되었고 태권도에서 돌아오는 상혁이가

배고플 것을 생각하니 급학 저녁 준비를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호박을 넣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양배추를 쪘으니 양념고추장도 놓았다.

야자하는 하나를 빼고 남편과 아들과 함께 둘러앉은 저녁 시간.

남편이 뾰루퉁하다.

자기가 해달라는 감자채볶음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세상에~~ 내가 깜빡했네. 다른 반찬도 있으니까 그냥 먹으면 안돼?"

"이야~! 어떻게 전부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만 했냐?"

"나만 좋아하는게 아니고 모두의 건강에 좋은 거잖아. ^^;"

"내가 그렇게 감자채볶음 먹고싶다고 했는데......."

 듣다못한 상혁이가 "아빠, 내가 좋아하는 것도 없는데 그냥 우리가 참죠." 한다.

으이그~!! 내가 내일 아침에는 꼭 해줄께.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대부분이어선지 저녁을 배부르게 잘 먹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안방에 들어와 쓰러지듯 누웠다.

"아고고 허리야. 어휴. 배가 부르니까 허리가 더아픈 것 같애."

"자기 좋아하는 것만 있었으니 배도 부르겠지."

"많이 먹은 것같진 않은데 왜이렇게 배가 부르냐?"

"배불러 죽겠다는 말을 자꾸하는 걸 보니 골뱅이도 안해주겠다?"

"응? 아참. 야식으로 골뱅이소면해주기로 했었지. 나는 배가 불러도 해줄께. 삐치지마."

"됐어. 자기는 배부르다고 안먹고 나만 먹으면 무슨 맛이야?"

"왜? 나는 배불러서 안먹어도 하나가 올거니까 같이 먹으면 되지"

"됐어, 배부르다고 미리 연막치지 말고 골뱅이는 다음에 해."

기어코 골뱅이를 해주려고 했는데 어느 새 살풋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남편을 위해 감자채볶음을 한다.

감자는 채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간을 들이고 나중에 물로 헹궈 놓는다.

이 때 소금간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감자에까지 간이 안배어서 처음엔 짜다가 나중에 감자를 먹었을 때

싱거워지기 때문에 나는 늘 이런식으로 한다. 

 

 

피망,양파,당근도 준비.

 

 

달군 프라이팬에  감자와 당근을 넣고

 

 

젓가락으로 젓기보다는 프라이팬을 이용해 전문가흉내를 내본다. ㅎㅎ

 

 

야채들이 다 익었다싶으면 내가 좋아하는 후추도 넣어준다. 

요소요소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넣어주는 이것이 주방의 권력이다.

 

 

언젠가 아이들만 이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주었더니 자기는 왜 그런 이쁜 그릇에 안주느냐고도 했었지.

오늘은 특별히 별그릇에 감자채볶음을 담아 남편의 앞에 놓아주었다.

 

 

드사와요~.

좋아하는 감자채볶음 드시고 이제 고만 화푸세용.

 

내가 이 감자채볶음 사진을 찍었더니 남편이 한마디 한다.

"이거 못하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이런걸 다 찍어서 올려??"

"아무렴. 있지. 새내기 주부도 있을테고 자취생도 있을테고 나중에는 우리 하나가 이걸 보고 만들텐데."

감자채덕분에 양이틀 한참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