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오고 어머님의 허리가 많이 안좋으신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몸이 고단한 일도 많이 하셨지만 언젠가 가파른 2층계단에서 굴러떨어져 그 후유증이 심한 것도 같다하시던 어머님.
그 후 무릎관절이 안좋아서 인공관절수술을 하셨고 일년에 몇번 뵙는 어머님의 뒷모습이 유난히 한쪽으로 기울어보이는 것이 어째 관절수술후에 허리가 더 안좋아지신 것 같더군요.
지금은 인공관절수술을 하더라도 양쪽을 한꺼번에 하는 추세이고 인공관절역시 크기가 좀 작은 여성용도 나왔으니 나아졌겠지만 어머님의 경우는 한쪽만 하셔서 관절수술을 한 다리의 길이가 더 길어져 걸음을 옮기 적마다 몸의 균형이 틀어져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보였습니다.
게다가 지난 겨울에는 고질이던 허리수술을 하셨는데 힘든 수술을 하고서도 혹여 관절때문에 도로아미타불이 되지나 않을런지 걱정이 앞서더군요.
의학에는 문외한이지만 다리길이가 다르면 자연히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허리에 더더욱 무리가 갈터이니 그 높이를 맞추어줄 특수구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특수구두는 어디에 가면 맞출 수 있을지 주변을 둘러보아도 뾰족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우연히 '생생 정보통'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런 제화점을 알게 되어 전화로나마 미리 상담을 하고 예약을 해두었지요.
수술후 경과를 보러 목포에서 올라오신 부모님을 모시고 집에 오기전 다짜고짜 제일먼저 특수신발을 만드는 곳부터 찾아갔습니다. 아무 말씀도 안드리고 모시고가는 바람에 두분이 모두 어리둥절해 하시던데 그 모습이 참 재미있게 생각되어졌습니다. 이런게 요즘 말하는 "써프라이즈~~!!" 겠지요?
가게에 들어서니 일록달록 현란한 색깔이 아니어도 무언가 눈을 잡아끄는 디자인의 구두들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면 같은 듯 다른 모양의 구두들.
크기와 밑창의 높이가 서로 다른 구두도 있고요.
벽면 가득 특수화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공부를 하는 시간못지 않게 흥미로웠습니다.
이곳에서는 구두를 맞춘 사람들의 발모형틀을 보관하고 있어 특별히 변형이 진행되지 않는 이상 재방문하지 않아도 신발을 다시 맞출 수 있다고 하더군요.
수술이던, 보호장구이던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여러가지 발의 모습들.
우리 몸의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하면서 몸전체를 지탱해주는 큰역할을 하지만 별로 사랑을 못받는 발의 속내를 처음으로 찬찬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드디어 어머님 차례.
사전검사를 해주시는 분은 서슴없이 발을 만지며 발끝에까지 힘이 잘 들어가는지
무게중심이 어느쪽에 실리는지 여러방법으로 측정을 해주셨습니다.
모든 것이 프로그램화되어 컴퓨터에 입력이 되면 이해하기 쉽게 모니터에 나타나니 이 곳이 그저 주먹구구식으로 수제화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는 확신에 믿음이 가더군요.
어머님의 짧은 발밑에 두꺼운 고무를 몇장을 깔아 양발의 높이를 맞춥니다.
그러니까 왼쪽 신발의 밑창에는 저 두께의 고무가 더들어 가는 것인데 그만큼 더 무겁지 않을까 걱정했더니 특수가공한 고무라서 무게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그자리에서 시험용 신발을 신어보신 어머님말씀으로는 오히려 평소 신으시던 보통의 신발보다도 가볍다고 하시더군요.
아~! 그런데 우리 어머님,그리고 함께 하신 아버님.
두분은 신발은 가볍고 좋은데 자식들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이 무거우신지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셨더군요.
이분이 특수구두 장인이신 사장님이신데 본인도 장애를 입어 불편하신데도 한팔로 꼼꼼하게 발을 살펴 주셨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잊고 있다가 엊그제 EBS '직업의 세계-일인자' 편성표에서 특수구두장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잊혀졌던 사진들이 떠올라 정리하는 것이랍니다.
더 알고 싶으시다면 클릭!! ↓
직업의 세계-일인자. 특수 구두 장인, 남궁정부
90mm 아기 신발부터 389mm 거인 신발까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신발을 무려 5만 켤레나 만든 사람.
장애인 복지에 기여한 결과 2000년 노동부 신지식인 선정, 2010년 국민 포장 수상!
절망을 새로운 희망으로 만든 특수 구두장인, 남궁정부!
1. 외팔로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구두, 5만 켤레!
12살 때부터 쉰이 넘는 나이까지 오직 구두 만드는 일에만 전념해 오던 남궁정부! 하지만 그에 나이 쉰다섯이 던 1995년, 갑작스런 지하철 사고로 삶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구두장이에게 중요한 한 팔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장애인 구두를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그 후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 특수구두를 제작해오고 있다는데... 절망을 새로운 삶의 기회로 여기며 특수구두를 만들고 있는 남궁정부씨를 만나본다.
2. 수작업으로 총 8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특수 구두!
하나의 신발을 세상에 선보이기 까지 그 과정은 만만치가 않다. 고객의 발 상태를 육안으로 살펴보는 상담을 시작으로, 기계를 통한 측정, 그리고 고객의 발을 그대로 본뜬 모형 작업과 패턴 작업등 모두 8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중 남궁정부씨는 신발 제작의 가장 기초이자 중요한 작업인 패턴을 맡고 있다. 패턴이 잘못되면 제대로 된 완제품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15명의 직원과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특수구두 하루 생산량은 겨우 열 두 켤레 일그러지고 아픈 발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특수구두 제작 현장을 들여다본다.
3. 신발 하나로 걷는 즐거움과 삶의 즐거움을 찾은 고객들.
그의 주 고객들은 소아마비, 당뇨, 고관절 등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로 발이 불편한 이들이다. 최근에는 그를 찾는 지역도 서울은 기본, 충북, 포항, 전남 등 전국에서 그를 찾아오는데... 종종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그를 찾는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그만큼 남궁정부의 신발은 걷기가 불편했던 이들에게 걷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인데... 신발 하나로 보조기구의 도움 없이 제힘으로 걷게 된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4.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노력가, 남궁정부!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그에게 특수 구두는 늘 새로운 도전이자 연구 대상이다. 이를 위해 지금도 특수 구두 제작에 도움 되는 공부라면 어떤 것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그 중 편한 구두를 만들기 위해선 발에 구조는 물론, 발과 연결된 관절 등 인체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며 어려운 의학서적을 보기까지 한다. 또한 미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어 매 시즌마다 디자인 연구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길거리를 걷더라도 사람들 신발 구경은 물론, 틈틈이 메모를 통해 제작에 반영한다는데... 구두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5.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찾다. 출장을 통한 구두 제작
그는 거동이 불편한 고객들을 위해 서울 경기 지역에 한해선 출장을 다닌다. 비록 팔은 외팔이지만 히말라야를 등정할 정도로 건강한 다리를 가지고 있어 그에게 고객을 만나는 데 있어 불편함이란 없다. 그런 그가 찾은 곳은 강화도의 한 장애인 요양원. 그런데 그 앞에 나타난 고객은 목발을 짚고도 제대로 서 있기조차도 힘들어 보이는 발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그의 표정에서 긴장이 흐른다. 아무래도 이번 제작과정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더군다나 외국의 유명 수제 구두에서도 제작 거부를 받았다는 고객! 과연 그는 험한 발을 위한 신발 제작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어려움은 포기가 아닌 도약을 위한 삶의 기회임을 보여준 남궁정부!
오늘도 한쪽 팔로 희망의 구두를 만들며 기적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그를 만나본다.
이제 본격적으로 석고를 뜨기위해 발의 모양을 그리고 발의 칫수를 잽니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손놀림으로 일처리를 하시니 카메라도 따라가기 힘들더군요.^^;
뭐~이런 틀로도 모양을 남기고...
랩으로 발을 싸고 석고를 발라 모형틀도 만들고요.
어머님이 벗어놓으신 양말같은 석고 모형입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으니 컴퓨터에 있는 사진도 열어 보여주셨는데 생각보다 변형이 심한 발들이 보여 깜짝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이발의 주인들은 이 곳에서 특수신발을 맞춰 신고 어느정도 정상적인 활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해봅니다.
듣기로는 요즘은 법규가 달라져서 인공관절수술로는 장애등급이 안나온다는 말도 있던데
어머님은 이미 몇년전에 수술을 받으셨던지라 이번에 복지카드덕을 보았답니다.
정형외과에서 위의 보호장구 착용의뢰서를 발급받아가면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두의 가격이 30만원선이었고 거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할인받았는데 일단 결제는 하고 나중에 공단에서 통장으로 입금해준다더니 날짜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구두를 고를 차례.
젊은 사람을 위한 디자인도 있지만 어머님같은 노인분들을 위한 구두가 주류를 이루더군요.
요즘 길거리에서 발건강이 심히 걱정되는 신발을 신고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들어갈 적에 찍지 못했던 입구를 만족한 마음으로 나오면서 찍어보았습니다.
이제 신발이 완성되면 특수실내화와 함께 지방에 계시는 어머님께 택배로 보내드린다니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허리를 쭉펴고 당당하게 걸으실 어머님모습에 마음이 편해지고요.
방송에도 여러번 나왔기에 아마 발이 불편한 분들은 익히 알고 계실터이지만 6개월 전의 나처럼 정보를 찾아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는 분들을 위해 주소를 공개합니다.
방문하기 전 준비물은 복지카드와 보호장구착용의뢰서이며 자세한 사항은 전화로 문의하면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시니 주위에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 계시다면 겨울이 오기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세창정형제화연구소 http://www.isechang.com/index.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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