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우리 딸 하나가 한창 빠져사는 시크릿 가든.
엊그제 일요일에는 식구들이 개콘을 보는 바람에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베란다로 나가 DMB로 시청을 하느라 감기가 심해져서 지금까지 기침을 하고 있답니다.
겨울방학도 없이 학교에 다니는 우리 딸 하나를 위해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수공을 했다는 츄리닝은 감히 사줄 생각을 못하고 대신 날마다 함께 즐기는 꼭두새벽의 티타임을 위해 화려하고 따뜻한 Tea Cozy를 만들었지요.
아직은 그래도 바느질보다는 손뜨개가 제게는 만만하기에 집에 있는 털실을 추려서 만듭니다.
눈이 많은 겨울이니까 바탕은 하이얀 색으로 하고 꽃들은 최대한 화려하게 만들고 싶은데 자투리털실의 색상이 아쉽군요.
다른 티팟보다 이 유리재질의 티팟은 속이 보여서 좋긴하지만 왠지 더 추워보이고
더 빨리 식는 느낌이 들어서 요 분께 옷을 입혀드리기로 했습니다.
일단 사진에서와 같이 시작코를 다른색 실로 잡습니다.
처음부터 바탕색으로 떠올라가도 좋지만 전 이렇게 시작해서 나중에 돗바늘로 마무리해주는 것이
좋기때문에 늘 이 방법을 씁니다.
대충 크기가 나왔으니 본격적으로 흰색실로 몸통을 올립니다.
원통형으로 뜰경우 손잡이나 주둥이 부분에서 골머리를 싸매게 될까 봐 일자형으로 시작합니다.
처음 몇단은 고무뜨기로 해주었어요.
나중에 이어주면 이렇게 티팟을 감싸게 될것이거든요.
손잡이도 염두에 두고 뜹니다.
반대편 주둥이가 나올 구멍도 생각해야지 안그러면 차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주전자의 모양을 봐가면서 중간중간 살짝 줄여주고요.
잘록하게 들어간 부분이 헐렁하면 보기 싫어서 고무뜨기로~.
이제 일자형조직을 이어주고 대바늘 5개로 원통뜨기에 돌입합니다.
손잡이가 나오는 부분을 생각해서 어느 정도 높이까지 뜨고난 후 이어줍니다.
몇번 돌리면 이렇게 주둥이가 나오는 구멍도 제자리를 찾습니다.
티팟의 상단이 뾰족하지 않고 평평하니까 줄여준 후에도 코가 제법 많이 남았습니다.
그럴 경우엔 사진에서처럼 이중으로 실을 통과시켜주면 투박하지 않게 오므릴 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1,3...번 코에 바늘을 통과시키고 두번째에는 2,4...번 코에 바늘을 통과시켜주지요.
달팽이처럼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시죠?
오므리면 그 부분만 봉긋하니 투박한 느낌이 나지 않고 편안하게 자리잡는답니다.
솜사탕처럼 포근포근한 몸체가 되었습니다.
실이 더 두꺼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친소'의 커다란 꽃도 달아주고 여러가지색으로 다양한 꽃을 만들어 붙여줍니다.
오늘 1월 11일은 우리 딸 하나가 태어난 날입니다.
연극배우인 남편은 아이들을 많이 낳으면 제대로 키우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나 봅니다.
태어난 날짜도 그렇지만 하나만 낳아서 하나뿐인 귀한 딸로 키우자고 하나라는 한글이름을 지었답니다.
그 이쁜 딸이 동생을 낳아달라고 하니 그 소원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어서 2000년에는 터울이 심하게 나는
남동생을 느즈막하게 낳아 안겨주었답니다, 딸아이의 7번째 생일선물로다가.ㅎㅎ
작년에는 없는 솜씨로 떡케잌을 만들어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312) 학교에
가져갔었는데 올 겨울은 분주해서 그런 생각은 못하고 감기에 걸려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는 고등학생의
하루를 시작하는 딸아이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구절초차를 우렸습니다.
경춘선이 개통되기 전에는 5시에 일어나는 딸이었습니다.
30분만 더 자도 좋으련만 아침먹고 엄마와 마주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을 잠자는 시간에 할애할 수 없다며
밥먹고 차마시고 이야기를 하다가 6시에는 집을 나섰습니다.
지금은 경춘선이 개통되어 학교가는 시간이 30분 늦춰졌기에 차마시는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따뜻한 차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장의 티코지를 씌워주었습니다.
음하하하!!
배가 살살 아파서 찌뿌두둥하던 딸의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더군요.
화려한 꽃만 있으면 들뜬 기분이라 나뭇잎도 한장 옆구리에 붙여 주었습니다.
이쪽 에도 포인트로 한장 넣어 주었고요.
초록색 실이 없어 초록색에 가장 가까운 실로 떴는데 생각보다 분위기 있는 나뭇잎이 되었어요.
컵받침도 급조해서 한장 깔아 주었지요.
생각보다 이뻐서 셋트로 6장을 떠서 사용하자고 딸아이와 약속했습니다.
찻물을 따르는 모습, 접사가 생각처럼 안나왔지만 맑은 찻물소리가 쪼르르르 들리는 듯하지 않으시나요?
"하냐야, 생일 축하해."
"엄마, 티코지가 이쁘니까 차가 더 따뜻한 것 같애. 아~! 좋다~. ^^"
두잔을 마시고 벗겨보았더니 아직도 수증기가 서려있네요.
집에 있는 티팟 모두에게 철따라 옷이나 해줄까?
아침마다 옷갈아 입은 티팟을 보는 즐거움도 좋을 것 같긴 하지만 괜히 공수표날리게 될까 겁나네요.
방학이라고 늦잠을 자고 일어난 우리 아들녀석.
엄마가 "상혁아, 이거 한번 봐봐." 하니까 그자리에서 떡실신합니다.
"우리 엄마는 배려심이 너무 많아서 찻주전자가 추울까 봐 이렇게 옷을 뜨셨어요? 어이구~그래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녀석의 한마디였습니다.
'올올이 만지기(knit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일리, 핑크앤 화이트 (0) | 2011.01.21 |
---|---|
아들이 잠든 사이에 모자뜨기. (0) | 2011.01.14 |
주말엔 넥워머를 떠볼까요? (0) | 2010.11.04 |
빨간모자 뜨면서 손가락 풀기 (0) | 2009.11.10 |
오랜만에 털실을 만진다. (0) | 2008.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