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들은 유난히 두부를 좋아합니다.
콩밥은 안좋아하면서도 두부라면 언제나 OK!
그저 끓는 물에 데쳐서 양념간장과 주어도 맛있다고 밥 한그릇 뚝딱이지요.
다행히 동네에 큼지막한 손두부를 만들어 파는 두부가게가 있어서 한번 갔다하면 두모씩 사오는데
때로는 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고소하게 부쳐 먹고,찌개에도 넣어 먹고,신김치와 보쌈으로 먹어도
늘 허기진듯 두부,두부만 찾는 식구들입니다.
그런 우리에게는 축복같은 또 한곳이 있으니 바로 콩요리 전문점입니다.
서울의 외곽 태릉근처 구리시 갈매동에 위치한 옛날두부집.
사실 그 곳은 제가 출퇴근할 적에 차창밖으로 늘 봐오던 곳으로 처음엔 저렇게 대로변에 떡하니 자리잡은 식당이 과연 성실하고 맛이 있는 곳일까의심스러웠지요.
어느 날 우연히 남편과 지나가다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두부요리라니 일단 우리가 맛을 보고 괜찮으면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오자고 들어갔.었.는.데.
의외로 깨끗하고 안정된 분위기의 그 곳이 맛도 좋더란 말입니다.
두말하면 잔소리, 이젠 우리가 가는 외식집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답니다.
추석 지나고 시부모님께서 올라오셨길래 용산에서 집으로 오던 중 첫날 점심을 이 곳에서 해결했습니다.
2층주택을 식당으로 개조해서 정감이 가는 외관.
오랜만에 들러도 변함없는 식당의 모습처럼 맛과 정성,친절또한 곳곳에 스며있답니다.
식당은 기본적으로 좌식으로 신발을 벗고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대개 옛스러움을 컨셉으로 내건 식당들의 경우 초기 인테리어만 그럴듯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아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채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는데 이 곳은 늘 반짝반짝 어찌나 길들인 티가 나는지 모든
장식품들이 단정하고 바닥또한 방석없이 앉아도 거림낌이 없을 정도립니다.
아,물론 방석은 있습니다. *^^*
늘 대청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날은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님을 배려한 사장님의 안내로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앉아 주방의 내부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래된 미싱뒤로 조리복에 위생모까지 착용하신 주방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더욱 믿음을 주는군요.
언제나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사장님께서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고 손두부를 서비스로 내오셨습니다.
김이 오르는 두툼한 두부의 모습이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달에 한번은 노인분들께 식사대접을 하느라 한시적으로 손님을 받지 않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글귀를 본 것 같습니다.
동네 어르신을 부모님처럼 대하시는 사장님의 경영철학정도면 정말 믿을만한 집이지요?
아버님이나 어머님 두분 모두 기차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셨기에 그렇게 시장하진 않다고 하시면서도
한 번 두부맛을 보시더니 맛있다고 젓가락이 바빠집니다. ^^
이곳의 메뉴는 콩비지,청국장,황태두부전골등 많이 있는데 이 날은 황태해물찜과 청국장으로 정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아주 먹음직스러운 찜이 나왔습니다.
역시나 두부도 빠지지 않았고요.
이 곳은 반찬이 옛날식이라 좋더군요.
한창 김치 파동인데도 이미 나온 묵은지와 함께 겉절이도 아낌없이 내주십니다.
간도 세지않고 슴슴해서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시는 분들 입맛에는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가족은 싱겁게 먹는 편이라 접시들이 싹싹 비워집니다.
이 날 아버님께서는 이렇게 맛있는 청국장은 수십년 만에 처음이라고 얼마나 달게 드시던지요~.
사실 어머님이 거동이 편치 않으셔서 아버님도 올여름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더구나 올라 오시기 전에 몸살을 앓으시는 바람에 입맛이 없어 음식을 제대로 못드셨는데 여기 와서 청국장을 드시니 잃었던 입맛도 돌아온다시며 반주도 한 잔 곁들이셨습니다.
제 앞에 덜어온 오징어,떡,황태등의 모습입니다.
부모님 앞에서 며느리가 자꾸 카메라 셔터를 누르려니 신경쓰이실까 봐서 일일히 다 담질 못했습니다.
새우사진도 찍고 싶었으나 큼지막하고 먹음직한 새우를 어머님이 좋아하시는데 제가 속쏙 빼오기가 죄송해 꾹 눌러 참았더니 옆의 남편이 새우있다고 찾아주더군요.
하하.. 울 어머님 새우를 이렇게 양념하니 참 맛있다고 가져가시는 바람에 촛점이 안맞았습니다.
부모님께서 맛있게 기분좋게 드시니 우리의 마음도 좋습니다.
나오는 길에 반대쪽 실내도 찍어봤습니다.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도 모두 참 친절하십니다.
다른 곳과 달리 쟁반을 들고 다니질 않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바퀴달린 수레를 이용해 음식을 나르니 자연 종업원들도 편하게 일을 하고
그러다보면 힘들어서 인상을 쓸 일이 없겠지요.
계산대 모습입니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한쪽 옆에는 비지도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준비가 되어있고 콩도 팔고 있습니다.
저 콩이 담긴 됫박밑의 용기는 어릴 적에 쌀집에서 많이 보았던 것인데 이름이......??
오래된 풍금이 놓인 왼쪽에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이층으로 올라가려면 길이 들어 미끄러운 계단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
겨울이면 정말 떠나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저 난로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곤 하는데 주변의 옛스러운 소품을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지요.
넓은 주차장입니다.
야생화도 많이 있고 항아리로 만든 조형물도 있어서 둘러보노라면 잠시나마 시름을 내려놓게 된답니다.
건강에 좋은 콩요리로 배를 채우고 추억여행도 하고 신선한 바람도 맞으니 이런게 행복 아니런가 싶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갈매 신도시 개발로 곧 이 정든 곳을 떠나야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느 곳으로 옮기더라도 우리는 또 찾아 가려고 합니다.
맛을 찾아 가는 것이 아니고 인심과 정을 찾아 가려고 합니다.
콩요리를 좋아하신다면 더 늦기전에 다녀 오심이 어떠실런지요?
TEL ; 031-571-4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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