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부족의 2010년 주제는 여성이 아니었던가?
제목에서 느껴지듯 개성강한 여인을 기대하고 펼친 책의 도입부는 사랑하는 남자와 키스를 하면 표범으로 변하는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어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영화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알고보면 그 곳은 감옥이며 그들은 남자이다. 몰리나가 이야기해 주는 영화 속 여주인공이나 주변인 말고는 여자라고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면 아마도 몰리나가 화를 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몰리나는 여자이다. 엄밀히 말하면 게이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게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지는 그리 오래지 않기에 푸익이 이 작품을 썼던 당시 사회가 이토록 진보적이었나 싶게 놀랍다.
푸익의 연보를 보면 장국영이 출연한 '해피 투게더'의 원작 '부에노스 아이레스'도 썼다고 한다.
푸익의 개인적인 신상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며 혹시 그 자신이 게이였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도 해 본다. 책의 중간중간 지나치게 장황하다싶은 해설은 마치 자신의 성향에 대한 변명으로 느껴지기도 하니까.
영화 이야기를 소설로 쓴 작품을 떠올려보니 안정효의 '헐리우드키즈의 생애'던가? 그 작품이 생각난다.
영화를 모티브로 제시한 두 작품간의 간극은 상당히 넓다.
일단 푸익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첫번째 영화의 선택에 있다.
읽으면서 몰리나가 이야기해 주는 이 영화가 혹시 캣피플이 아닐까? 아냐 시간이 맞지 않아.혹시 '나자리노'에서 따 왔을까? 나자리노가 무슨 내용이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나중에 해설을 보니 그 첫번째 영화가 '캣피플'이라길래 조금 아리송했다.
나스타샤 킨스키의 '캣피플'은 이 거미여인의 훨씬 뒤에 나온 작품일텐데,뭔가 착오가 있지 않을까싶어 찾아보니 원작 '캣피플'은 1942년에 만들어졌다.
자크 투르뇌 감독의 흑백 오리지날 버전은 80년대에 만들어진 칼라 리메이크판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준다고 한다. 수영장씬을 비롯한 몇몇 장면은 긴장감이 팽팽하다고 한다.
연극으로도 올려진 거미여인의 키스,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찾아보니 윌리엄 하트가 몰리나란다.
게다가 라울 줄리아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니.......
이 책을 보면서 책을 보긴 하면서도 계속 영화를 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dvd도 품절이고 다음영화에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어둠의 경로로 다운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어차피 어둠속으로 숨어 들어갈 바에는 1942년판 '캣피플'의 원작도 보고 싶다.
이쯤되면 이 책이 영화보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는데 전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푸익의 작품'거미여인의 키스'를 읽고 영화나 연극을 보는 것이 훨씬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부에노스 아이레스'도 봐야겠고 '해피 투게더'도 봐야겠구나.
봐야 할 것은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시간이 없고 내 마음의 여유또한 없구나.
거미 여인의 키스(세계문학전집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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