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수학여행을 갔다.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가는 수학여행이니 성적표는 둘째치고 얼마나 가뿐하고 좋으랴.
몇번이고 갔던 제주여행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텐데 고등학교에 들어와 처음 가는 여행이고, 친구들도 다르고 더군다나 여고이기에 기대감도 남다른 것 같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이것저것 준비물을 챙기던 하나는 자기도 자그마한 캐리어가방을 사달라고 한다.
집에 있는 것은 크기도 그렇고 색깔이 검은 색이라 싫다나~?
그 정도 소원이라면 그리 무리라 할 것도 없으니 적당히 약을 올리다가 결국에는 사주겠다고 했다.
가방이 생기게 되자 이번엔 디카 타령이다.
다른 아이들은 깜찍하고 이쁜 디카를 들고 다니는데 엄마가 쓰던 디카는 너무 후졌단다.
그러니 새로 산 디카를 가져 가게 해주던가 열심히 공부한 댓가로 전용 디카를 사주면 안되느냐고.
새로 산 디카는 학생이 들고 여행다니기에 적합치 않고 공부는 엄마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니 그런 걸로 보상을 바랄 것 같으면 아예 공부를 하지 않는게 낫다. 그리고 디카가 두개씩이나 있는데 뭣하러 또 사느냐고 했더니 그러면 엄마는 왜 그 좋다는 디카가 있는데도 새로 샀느냐고 되묻는다.
그건, 아빠가 네 중학교 졸업식 사진을 제대로 못찍어 서운하니까 고등학교 입학사진만이라도 제대로 찍어보자고 사라고 해서 산 것이지 엄마 욕심으로 산게 아니란다.
수학여행을 간다하니 옷도 사주었다.
몇해 전 중학교 수학여행당시 여러분들의 충고도 있었기에
( 내 딸도... http://blog.daum.net/touchbytouch/14923250
안사주길 잘했네 http://blog.daum.net/touchbytouch/15054718 )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옷을 받아들고 개중에는 반품한 것도 있고
가방을 사달라 해서 직접 골라 마음에 드는 것으로 샀고 가방을 사면서 속옷과 간단한 티셔츠와 자기가 원하는 배기바지도 샀다.
그런데 디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엄마가 쓰던 올림푸스 디카를 가져 가던가 아니면 빈 손으로 가서 아이들 사진에 찍히라고 말해줬다. 무심한 척 빨래를 널면서 흘낏 보니 아직도 디카에의 미련을 못버렸는지 인터넷으로 구경을 하는 눈치이다.
"하나야, 너한테 호강에 겨운 병이 있는 것 알지?"
새가슴 하나는 그말에 화들짝 놀라며 얼굴색이 변하더니 얼른 인정을 한다.
"네..."
"늘 조심해야해. 그 병이 불치병이야."
"불치병이요? 난치병이 아니고요?"
"아니,아니. 난치병 맞아. 그러니까 고쳐야 해.^^;;"
"ㅋ~, 불치병이라고 하시면 그냥 모르는 척 떼를 더 쓰려고 했는데......."
수학여행 가기 전날 밤 하나는 내가 7년간 쓰던 멀쩡하고 또 멀쩡한 디카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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